전북 김제시 황산동엔 40여년 전에 미군 미사일 기지가 있었는데 아직도 주변 땅이 기름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1970년대 초까지 미군 미사일 기지로 사용 됐고, 이후 2008년까지 한국 공군포대가 주둔하다 철수해 지금은 국방부가 관리하고 있다.
△ 전북도의회 정호영 의원(가운데)이 미사일 기지 오염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전북 도의회)
그리하여 전북도의회 정호영 의원은 지난달 초 옛 군부대가 있었던 김제시 황산동 덕조마을 주변 농경지에서 채취한 시료를 지난달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토양오염을 분석한 결과, TPH가 농경지 기준치 500㎎/㎏의 7배가 넘는 3594㎎/㎏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TPH는 등유·경유·제트유·벙커C유 등의 기름에 의해 토양이 얼마나 오염됐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특히 반환된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 오염물질이다. 보건당국은 이 물질에 오염되면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마을 한 주민은 한 언론에 “지금도 집 근처 30m 지점을 파면 역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른다”며 “토양뿐 아니라 지하수도 기름 냄새 때문에 식수로 사용할 수가 없어 10여년 전에 상수도로 바꿨다”고 밝혔다.
김제시는 지난해 4월 이곳에 주민 쉼터를 조성하려고 국방부에 사용허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국방부는 그해 8월 “미발견 지뢰지역으로 사고 위험이 많은 위험지역이어서 사용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한편 국방부는 정밀조사 의뢰가 오면 민관군 합동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며, 김제시는 현재 이 곳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중이다.
용산기지 14년 만에 조사…벤젠 등 검출 확인
녹사평역 기름 오염사태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기름 유출사건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환경 전문가가 직접 조사에 나갔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지난달 26~29일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 전문가 5명을 보내 지하수 관정 32곳 중 18곳의 시료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한국 전문가들이 미군기지 안에 들어가 조사를 한 것은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유류 오염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인 2001년 이후 14년 만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미국령이어서 미군이 원치 않을 경우 들어가 조사할 수 없다.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시료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 발표는 예상보다 다소 늦어져 이달 초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2013년부터 줄곧 용산기지 조사 요구를 해왔다.막대한 예산을 들여 내부 정화작업을 꾸준히 벌여왔으나, 내부 오염을 그대로 둔 채 외부만 정화해서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2013년 6월 환경부·미군·서울시로 구성된 환경공동실무협의체가 구성됐고, 지난해 12월 열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 회의를 거쳐 이번 조사가 이뤄졌던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농어촌공사 합동조사팀은 기름 유출 때 검출되는 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BTEX)과 TPH 등의 검출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2014년 녹사평역 주변 지하수에서의 벤젠 검출량은 1ℓ당 평균 0.836㎎으로 기준치인 1ℓ당 0.015㎎의 55배를 넘었고, 최고 수치는 1ℓ당 8.878㎎으로 기준치의 578배에 달해 미군 기지로 인한 오염도가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시료 조사 결과 오염이 확인되면 미군이 직접 정화한 뒤 반환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최근 반환기지가 오히려 오염 심각 수준”
최근에 반환된 미군기지가 2007년에 반환된 23개 기지의 오염 상태보다 훨씬 심각한 정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가 주장했다.
채영근 인하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5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미군기지 반환협상,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반환 미군기지 협상의 문제와 대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채 교수에 따르면 반환 미군기지 지하수에 대한 오염조사 결과, 24개 시료 중 9개 시료가 지하수의 수질보전 등에 관한 규칙의 정화기준(생활용수 기준)을 초과했고, TPH의 최고농도는 3.65㎎/ℓ에서 885㎎/ℓ까지 나타났으며 벤젠 4.02㎎/ℓ, 톨루엔 1.06㎎/ℓ, 에텔벤젠 1.46㎎/ℓ, 크실렌 5.69㎎/ℓ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지역의 지하수 관측정에 대한 부유 기름 존재 여부를 관측한 결과, 2개 지점에서 부유 기름이 최고 1.37m까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기지 면적의 15만6261㎡ 중 6만6339㎡가 오염됐고, 오염토양의 부피 역시 그 어느 반환된 기지보다도 많았다”면서 “지하수 오염실태는 2007년 반환기지 중 가장 심각했던 곳 중의 하나인 춘천 캠프 페이지의 오염 정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의 미군기지 반환 사례들에서 현재의 환경관련 양국의 합의에 근거해서는 미군의 정화책임을 이끌어 낼 수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조치를 더 이끌어내는 방안, 우리 비용으로 오염치유를 하는 방안, 협정 개정을 통한 미국 측의 환경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한편 녹색연합 관계자는 “부평 캠프 마켓 등 유류 오염사고로 인해 기지 밖으로 오염물질이 새어나오는 기지들이 줄줄이 반환을 코앞에 두고 있다”면서 “굴욕적인 반환 협상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미군기지 오염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현재의 절차(JEAP, SOFA 환경 조항)에 대한 전면 검토와 함께 협상에 대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국방부에 밝힌 협상 결과를 보면, 환경오염의 정도가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정화책임을 전적으로 우리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지적하고 “우리 정부와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할 권리를 일방적으로 전부 포기한 것이어서 법령상 직무를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