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관측은 필수 인프라...취약할 경우 허리케인·엘니뇨·어업·해운 예측 흔들릴 우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6-16 21:57:03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 세계 해양과 기상 예측의 기반이 되는 지구해양관측시스템(GOOS)이 예상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양 관측자료가 일부만 손실돼도 해양 온난화 추정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특정 국가의 관측망이 이탈할 경우 전 세계 해양 모니터링 체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베이징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등에 의해 국제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구해양관측시스템에서 관측자료가 단계적으로 사라질 경우 해양 모니터링 품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했다. 연구진은 그동안 우려 수준에 머물렀던 해양 관측망의 취약성을 정량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지구해양관측시스템은 전 세계 해양에 배치된 로봇 부표, 연구선, 계류식 부표, 해양 관측 장비 등을 통해 실시간 해양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제 관측망이다. 이 시스템은 허리케인 강도 예측, 엘니뇨·라니냐 전망, 어업 관리, 해운 항로 설정, 항만 운영, 몬순 예측, 국가 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결정에 활용된다. 바다와 날씨, 현대 사회를 연결하는 일종의 신경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특히 해양 열 함량(OHC)에 주목했다. 해양 열 함량은 바다가 얼마나 많은 열을 저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기후변화와 극한기상 예측에서 핵심적인 변수다. 따뜻한 해수는 열대성 저기압과 강력한 폭풍의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에, 해양 내부 온도 정보는 허리케인이 상륙 전 급격히 강해질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엘니뇨와 라니냐 예측 역시 해양 관측자료에 크게 의존한다. 엘니뇨·남방진동(ENSO)은 전 세계 강수량, 가뭄, 산불, 농작물 수확량에 영향을 미친다. 각국 정부는 엘니뇨 전망을 바탕으로 식량 원조를 준비하고, 저수지 수위를 조절하며, 농업 계획을 세운다. 특히 열대 태평양의 해수 온도 관측자료는 이러한 예측의 핵심 기반이다.

어업과 해운도 마찬가지다. 어류 자원은 해양 열과 해류를 따라 이동하며, 해양 열파는 다시마 숲 파괴, 연어 회귀 감소, 산호 백화 등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다. 해운 분야에서는 해수 온도와 해류 정보가 항로 계획, 연료 효율, 선박 안전에 영향을 준다. 해양 열 이상은 해수면 변동을 유발해 항만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측자료의 20%만 사라져도 연간 해양 온난화 추정의 정확도는 즉시 33% 감소했다. 데이터 손실률이 80%에 이르면 전 세계 해양 온난화 신호는 통계적 잡음과 구별하기 어려워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서의 기능이 사실상 크게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관측자료의 비중이 컸다. 연구진은 전 세계 해양 관측자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자료만 제외해도 모니터링 오류가 163%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자료의 80%가 무작위로 손실되는 경우보다 더 심각한 결과다.

미국이 해양 관측 생태계에서 이탈하는 시나리오에서는 해양 온난화 가속도를 추정하는 데 약 20%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양 온난화 가속도는 해안 인프라 계획, 보험료 산정, 해안 적응 정책 등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해양 관측을 선택적 과학 연구가 아니라 필수 사회기반시설로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지구해양관측시스템은 2005년경부터 해수면에서 수심 2000m까지 거의 전 지구적인 해수 온도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의 자발적 투자와 정치적 의지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아르고 부표 배치는 자금 부족과 장비 비용 상승으로 감소해 왔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관측자료 손실이 발생했으며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해양대기청(NOAA)과 국립과학재단(NSF)을 겨냥한 예산 삭감 논의가 이어지면서, 세계 최대 해양 관측 기여국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진은 해양 관측의 취약성이 단순히 데이터 양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GOOS는 각국이 서로 다른 해역에서 운영하는 관측 프로그램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주요 자료 제공자가 빠질 경우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공백이 발생한다. 이러한 공백은 다른 해역의 자료로 쉽게 보완할 수 없다.

따라서 연구진은 각국이 경제적 역량에 맞춰 해양 관측 기여를 확대하고, 보다 통합적인 글로벌 관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 관측은 위성항법이나 기상 서비스처럼 현대 사회 운영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이며, 그 가치는 시스템이 멈추거나 고장 났을 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해양 관측망이 약화될 경우 그 영향이 과학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경고한다. 허리케인 강도 예측이 흔들리고, 엘니뇨 전망이 부정확해지며, 어업과 해운, 항만 운영, 식량 안보, 수자원 관리, 재난 대응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후변화로 해양 열이 빠르게 축적되고 극한기상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해양 관측망의 안정성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각국이 자국 연안뿐 아니라 전 세계 해양 상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지구해양관측시스템을 전 세계 공공재로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 투자와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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