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빵 절반서 보존료 검출…‘기준 적합’만으로 소비자 불안 잠재울 수 있나

소비자 83.3% “보존료 검출 우려”…84.6%는 향후 구매에도 영향
최대 6개월 소비기한·원산지 식별 어려움까지…‘안전성’ 넘어 정보 제공 체계 점검 필요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9-22 17:01:35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최근 1,000원 안팎의 저가 수입빵·제과류가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면서 식품안전뿐 아니라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수입빵의 소비기한이 2~3개월에서 최대 6개월에 이르는 가운데,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에서 수입 저가빵의 절반 이상에서 보존료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검출량은 모두 국내 기준에 적합한 수준으로 확인돼, 단순히 ‘보존료 검출=위해식품’으로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와 현재 제공되는 정보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수입 저가빵 104건 중 54건서 프로피온산 검출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9월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서울 시내에서 유통되는 수입 저가빵 104건을 검사한 결과 54건에서 프로피온산이 검출됐다. 검출률은 51.9%다.

소브산도 30건에서 확인돼 28.8%의 검출률을 나타냈다. 프로피온산이 검출된 54건 가운데 51건은 중국산이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수입 저가빵에서 보존료가 상당수 검출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식품안전 문제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역시 이번 검사에서 검출량이 모두 국내 기준에 적합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보존료가 검출됐다는 사실과 해당 제품이 안전기준을 위반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만 비교 지점은 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산빵 570건 가운데 보존료가 검출된 제품은 4건에 불과했다. 단순 검출률을 기준으로 보면 수입 저가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검출률이 나타난 만큼, 제품 특성이나 제조·포장·유통 과정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주장이다. 

 

핵심 쟁점은 ‘검출’보다 ‘왜 필요한가’에 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보존료가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소비자가 그 사용 배경과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일부 중국산 수입빵·제과류의 소비기한은 2~3개월에서 최대 6개월에 달한다. 물론 긴 소비기한만으로 보존료의 과다 사용이나 제품의 안전성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 소비기한은 보존료뿐 아니라 제조공정, 수분활성, 포장기술, 보관조건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빵·제과류와 비교해 현저히 긴 기간 유통되는 제품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어떤 제조·포장 기술을 적용했는지, 어떤 조건에서 보관되는지, 어떤 식품첨가물이 사용됐는지 등에 대한 정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장기 유통 자체가 안전성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소비기한뿐 아니라 보존료 등 식품첨가물 사용 여부와 제조·포장·유통 특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준 적합’과 ‘소비자 불안’ 사이의 간극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 인식은 이 같은 정보 문제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소비자의 83.3%는 보존료 검출에 대해 ‘우려된다’고 답했고, 검사 결과를 알게 된 이후 향후 구매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84.6%에 달했다.

특히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는 ‘매우 우려된다’는 응답이 61.4%, 향후 구매에 ‘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이 68.7%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식품안전 기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준 적합 여부만이 아니라 보존료의 종류와 사용 여부, 실제 검출량 등 구체적인 정보를 구매 판단의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현행 관리체계가 ‘기준 초과 여부’를 중심으로 안전성을 판단한다면, 소비자가 요구하는 정보는 그보다 넓은 범위에 걸쳐 있는 셈이다.

정부는 보존료 사용기준과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이번 검사에서 기준을 초과한 제품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는 빵·과자·음료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통해 식품첨가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총노출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 제품처럼 보이는 수입빵’…원산지 식별도 과제
또 다른 문제는 원산지 정보의 가시성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글 표시나 한국적인 디자인을 사용한 수입산 빵·제과류를 국내산으로 착각해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5.5%로 나타났다.

수입식품이라는 사실이 법적으로 표시돼 있더라도 실제 구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이를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면 표시제도의 취지가 충분히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수입산과 국산 제품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매대에 함께 진열되고, 제품 전면에는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이 크게 표시되는 반면 원산지 정보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구매 순간 원산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원산지·보존료 표시가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이 73.1%에 달한 반면 ‘충분하다’는 응답은 8.8%에 그쳤다. 소비자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꼽은 항목에서도 ‘원산지 또는 제조국 표기’가 36.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 중국산 빵 포장, 한글로 되어 있어 구분하기가 쉽지 안다.


‘규제 강화’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정보의 질

이번 논란을 단순히 ‘수입빵의 보존료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방향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보존료는 사용기준과 섭취량 등을 고려해 관리되는 식품첨가물이며, 이번 검사에서도 기준 초과 제품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자료만으로 수입빵의 전반적인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릴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정책적으로 검토할 지점은 기준 적합 여부를 넘어 소비자가 합리적인 구매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어떤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제공할 것인가에 있다.

예컨대 장기간 유통되는 제품의 경우 소비기한뿐 아니라 제조·포장·보관 조건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제공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보존료 역시 단순히 ‘사용 여부’만 표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종류와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체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장기간 유통되는 수입빵·제과류의 제조·포장·유통 특성과 식품첨가물 사용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소비기한 설정 및 제조·포장·보관 조건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보존료 종류와 실제 검출량 등 식품첨가물 관련 정보의 가독성과 정보성을 높이고 원산지·제조국 표시를 명확하게 할 것을 촉구했다.

장기 유통 수입식품, ‘안전’과 ‘알 권리’ 함께 봐야
수입빵 시장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가격 정보만이 아니다.

저렴한 가격과 장기 소비기한을 앞세운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제품의 원산지와 제조국, 소비기한, 식품첨가물 사용 여부 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시장에서의 선택도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보존료가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제품의 위해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준에 적합하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모든 정보가 충족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장기 유통 수입식품 관리의 과제는 안전기준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가 그 기준과 제품 특성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수입식품의 안전관리 체계가 앞으로 ‘기준 초과 제품을 찾아내는 관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가 실제 구매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고 있는지까지 점검하는 체계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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