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19-08-29 17:32:10
다만, 연천군은 안보관광 또는 생태탐방 목적의 방문객 출입을 위해 북상시킨 횡산리에 새로운 초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곳은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의 월동지역이다. 아무런 보호 대책도 없이 초소 이전을 추진하는 연천군의 엇박자 행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두루미는 철원에 이어 연천 DMZ 일대와 임진강 일대에 많은 개체 수가 월동한다. 2018년 2월 1일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이수동 교수팀이 공동조사한 결과 두루미 374개체, 재두루미 387개체, 시베리아흰두루미 2개체로 총 763개체가 확인되기도 했다. 두루미는 140cm 크기의 대형조류로 덩치가 큰 만큼 경계심이 워낙 강해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잠자리 확보가 최우선이다.
연천에 두루미 주 서식처로는 민통선 해제구역인 장군여울과 빙애여울 2곳뿐이다. 그중 장군여울은 임진강 상류의 물길이 양 갈래로 나뉘어 마치 여의도와 같이 섬의 형태를 이루고 있어 최적의 잠자리다. 장군여울로부터 500여m 상류에 인접한 빙애여울은 2~30센티의 얕은 여울이 대각선 형태로 이어져 있는데, 추운 겨울에도 강물이 얼지 않는다. 이곳에서 물고기나 다슬기를 잡아먹는다. 또 연천은 전국 율무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대부분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수확하기 때문에 낙곡률이 20~30%나 돼 두루미들의 주 먹이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장군여울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군남댐의 겨울철 담수로 잠기고, 하나 남은 빙애여울마저 민통선 해제를 추진 중이어서 서식처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두루미 보호 외치며 서식지 파괴하는 연천군의 “이중적 행보”
지난 6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1차 유네스코 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연천임진강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가 확정됐다. 국내에서 7번째다. 임진강은 북에서 발원해 DMZ를 가로질러 연천군 중심부를 흐른다. 접경지역 중에서도 가장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어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연천군은 그간 수·생태계 보전을 위해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임진강 상류 지역의 두루미 도래지 천연기념물 지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전 세계 3천여 마리밖에 없는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를 연천군은 지난해 12월에야 비둘기에서 두루미로 군조(郡鳥)를 변경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대외적으로는 자연생태와 두루미 보전을 외치면서도, 한편으론 주 서식처인 두루미 월동지를 파괴하는 연천군의 이중적인 행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두루미를 위협하는 요인은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민통선지역 축소이다. 민간인통제구역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주민들의 편의와 개발 민원에 따라 북상시킨 것이다. 민통선 안에서 사람들의 간섭을 피해왔던 두루미들이 이제는 수많은 차량과 인파에 노출됐다.
두 번째는 군남댐의 담수로 인한 월동지 수몰이다. 수자원공사 측의 주장대로 홍수조절이 목적이라면 홍수기 이외에는 댐의 수문을 항상 개방해야 맞다. 그러나 하류지역과 하천유황 개선을 위해 일정량 담수가 필요하다며 겨울철 담수를 강행하고 있다.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담수 시 횡산리 여울과 삼곶리 여울 수위가 높아져 수몰된다. 두루미, 재두루미 200여 개체 이상 잠자리로 이용하던 장군여울은 이미 잠자리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세 번째는 민통선 내 인삼밭 증가로 인한 먹이 부족과 안전의 위협이다. 수년 전부터 연천군 민통선 일대는 농가 고소득을 명목으로 급속하게 인삼밭으로 전환돼 두루미들의 주 먹이원인 율무밭과 논이 감소해왔다. 또 경기 북부지역으로 6년근 개성 인삼재배가 가능해, 도난의 우려로 출입통제가 엄격한 민통선 내 재배를 선호하는 탓이다.
네 번째는 사진 촬영과 생태탐방객들로부터의 위협이다. 증가하는 탐조객은 또 다른 위협이다. 두루미가 나는 모습을 촬영하려고 일부러 가까이 접근해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그것인데, 아무런 제재나 통제시설이 없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민통선 내 군의 통제하에서 관리가 되었으나 민통선마저 해제되면 두루미는 치명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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