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80만 톤 발생하는 의류 폐기물, 국내 재활용 체계 시급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5-09-04 17:32:5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패스트 패션 확산으로 인해 국내 의류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재활용 체계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 「폐의류의 국내 재활용 체계 구축 방안」에서 국내 재활용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스트 패션은 값싼 가격과 빠른 소비를 유도해 의류 구입 빈도를 높였지만, 그만큼 폐기물과 환경 부담을 키워왔다. 섬유 산업은 막대한 물과 자원,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섬유 소비는 식음료, 운송, 주택에 이어 네 번째로 환경에 큰 악영향을 주는 분야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80만 톤의 의류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 중 30만 톤은 중고 의류로 해외에 수출되지만, 상당수는 현지에서 적절히 처리되지 못한 채 소각·매립돼 환경오염과 건강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중고 의류 수출 기준을 강화하려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역시 국내 자체 처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국내 폐의류 관리 체계가 민간 중심으로 운영돼 통계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가 조례를 마련하고 있지만, 업체 선정이나 수거함 관리, 불법투기 단속 수준에 머물러 있어 근본적 대응은 미흡하다.

KEI 연구진은 대안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제시했다. EPR은 생산자가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회수·재활용 의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프랑스, 네덜란드, 헝가리 등은 의류 분야에 EPR을 도입했으며, 한국에서도 전자제품과 포장재 등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국내는 폐의류 회수 체계가 민간에 의존하고 있고, 소재별 선별이나 부자재 제거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아 곧바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연구진은 ‘Pre-EPR’ 모델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정부와 산업계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재활용 의무량을 설정하고, 생산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도 기반을 마련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

주문솔 KEI 연구위원은 “개도국에 의존하는 현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국내에서도 안정적 회수·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 순환 경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