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루틴이 물 낭비 키운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7-31 22:32:33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샤워 중 샴푸를 여러 번 사용하거나, 거품을 내는 동안 물을 계속 틀어두는 일상적인 습관이 가정용 물 소비를 늘리는 주요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 절약 정책이 절수형 샤워기나 수도요금 등 기술·가격 중심으로 설계돼 왔지만, 실제 물 사용량을 줄이려면 샤워 중 사람들의 행동을 더 정밀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 서리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에 발표한 연구에서 독일 319가구의 샤워 행동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욕실에 설치한 스마트 센서를 통해 40일 동안 총 8,550건의 샤워 데이터를 수집했다. 센서는 샤워 지속 시간, 물 흐름의 중단 여부, 욕실 환경 조건 등을 기록했으며, 연구진은 이를 샤워 직후 작성된 설문조사와 결합해 제품 사용, 모발 특성, 인구통계 정보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샤워 시간은 성별, 가구 규모, 주택 유형 같은 요인보다 샤워 중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샴푸 사용 횟수와 물을 멈추는 방식이 샤워 시간을 늘리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연구 공동저자인 서리대학교 지속가능성연구소의 파블로 페레이라-도엘 박사는 “물 사용의 가장 큰 원동력은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가 아니라 샤워할 때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라며 “샴푸를 두 번 사용하거나 거품을 내는 동안 물을 계속 틀어두는 작은 습관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샤워 시간을 훨씬 더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두 개 이상의 샴푸 제품을 사용하는 샤워는 한 가지 제품만 사용하는 경우보다 약 27% 더 길었다. 또한 물 흐름을 세 번 이상 멈춘 샤워는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샤워보다 약 20% 더 길었고, 한 번만 멈춘 샤워보다 28%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을 중간에 끄는 행동 자체가 반드시 물 절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샤워 루틴 전체가 함께 고려돼야 함을 보여준다.

연령대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젊은 성인과 중년층은 50세 이상보다 샤워 시간이 더 긴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세대별 위생 습관, 제품 사용 방식, 샤워를 휴식이나 자기관리 시간으로 여기는 인식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물의 경도도 예상외의 변수로 나타났다. 연수 지역의 샤워 시간은 경수 지역보다 약 23% 더 길었다. 연구진은 부드러운 물이 더 풍부한 거품과 쾌적한 사용감을 제공해 사람들이 샤워를 더 오래 지속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샤워는 가정 내 물 사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구에 따르면 샤워는 실내 가정용 물 사용량의 25~45%를 차지할 수 있으며, 가정 물 소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물 절약 정책은 주로 절수형 기기 보급이나 요금제 조정에 집중해 왔고, 샤워 중 실제 행동과 루틴을 반영한 접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구진은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습관을 억지로 바꾸기보다, 기존 습관에 맞춘 행동 유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샴푸 사용을 한 번으로 줄이도록 돕는 제품 설계, 거품을 낼 때 자연스럽게 물을 끄도록 유도하는 피드백 장치, 샤워 시간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센서 등이 물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페레이라-도엘 박사는 “가정용 물 소비를 줄이려면 사람들의 습관에 반하는 해결책이 아니라, 습관에 맞는 해결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행동 넛지, 더 스마트한 피드백 장치, 더 나은 제품 디자인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희생하지 않고도 물 사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가정용 물 절약이 단순히 절수기기를 설치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샤워 시간과 물 사용량은 개인의 작은 루틴, 제품 사용 방식, 물의 특성, 행동 피드백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후변화와 물 부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생활 속 물 절약 정책도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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