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강 플라스틱 오염 최대 가속기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2-12 22:38:07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홍수 등 고유량(high-flow) 시기에 강에서 바다로 이동하는 미세·중형 플라스틱이 평상시보다 최대 1만 배(1~4자릿수, orders of magnitude)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현장 관측 연구가 나왔다. 연구진은 강의 플라스틱 배출량을 추정할 때 홍수기 관측을 제외하면 연간 유출량을 크게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라스틱 오염은 현대 사회의 플라스틱 제품 의존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 환경 현안으로 부상했다. 육상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하천을 따라 이동해 해양으로 유입되며, 이 과정에서 해양 생물의 서식과 생존에 영향을 준다. 특히 큰 플라스틱 쓰레기는 시간이 지나며 더 작은 입자로 분해돼 미세플라스틱(5mm 미만)과 중형 플라스틱(5~25mm) 형태로 확산되고, 생태계 전반과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체에서 검출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연구는 하천의 평상시·저유량 조건에서 미세·중형 플라스틱(MMP) 농도를 측정해 왔다. 그러나 홍수처럼 유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플라스틱이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했다. 부유사(suspended sediment)처럼 플라스틱도 고유량 때 대량으로 운반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홍수 중 MMP 농도가 어떻게 변동하는지, 또 도시화와 고유량이 결합될 때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대학교 토목공학과의 다나카 마모루와 니헤이 야스오 연구진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본 4개 하천에서 고유량 시기 MMP 농도를 조사하는 현장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총강수량 8.8~117.9mm 범위의 6차례 강우 사건을 대상으로 관측 캠페인을 진행했다. 각 사건마다 하천 표층수 시료를 12~15시간 동안 매시간 채취해, 수위가 상승하는 구간과 하강하는 구간을 모두 포착했다. 동시에 탁도(turbidity)도 함께 측정해 부유사(SS) 지표와의 관계도 살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워터리서치(Water Research)에 게재됐다.

분석 결과, 홍수 등 고유량 조건에서 MMP 농도는 저유량 대비 1~4자릿수 증가했다. 연구진은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하천이 바다로 내보내는 플라스틱의 부하(load, L)와 유량(discharge, Q) 사이의 일반적 경향을 도출했는데, 이를 L–Q 관계라고 부른다. L–Q 관계는 하구에서 배출되는 물질량을 추정할 때 널리 쓰이지만, 연구진은 “플라스틱에 대해 L–Q 관계를 정량화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 L–Q 관계를 활용하면 다양한 유량 조건을 포괄해 연간 하구 플라스틱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하천별로 서로 다른 경향은 확인됐지만, 유역 특성(도시·농경·산림 비율 등)과 하천별 L–Q 관계 사이의 뚜렷한 상관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플라스틱 이동이 짧은 고유량 기간에 극도로 집중된다는 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 하천에서는 연간 중형 플라스틱 배출량의 90%가 1년 중 43일에 집중돼 운반됐다. 즉, 평상시 관측만으로 하천의 플라스틱 유출을 평가하면 해양 유입량을 심각하게 과소추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연간 부하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지만, 중형 플라스틱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또한 탁도 또는 부유사(SS) 측정값이 MMP와 유의미하게 상관을 보여, 정기적으로 수행되는 SS 모니터링이 MMP 농도 추정의 대리 지표(proxy)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니헤이 교수는 이번 결과가 “홍수 시기 하천을 통한 플라스틱 이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L–Q 관계를 적용하면 연간 플라스틱 배출을 더 잘 가시화할 수 있어 모니터링 체계 개선과 정책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하천의 플라스틱 배출량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홍수 등 고유량 사건을 평가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며, 홍수는 강에서 해양으로 이어지는 플라스틱 오염 이동의 “핵심 동인”임을 이번 연구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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