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이 공공기관 직원들의 고객지향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ESG 활동이 단순히 기관의 대외 이미지나 평가등급 향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조직 자긍심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고객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정용남 교수와 한전KDN 신수행 전문위원은 최근 한국사회와행정연구 제37권 제1호에 게재한 논문 「공기업 구성원의 ESG 경영 인식이 고객지향성에 미치는 영향: 조직기반자긍심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를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국내 대표 에너지 ICT 공기업인 한전KDN 임직원 6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구조방정식모형(SEM)을 활용해 ESG 경영 인식과 조직기반자긍심(OBSE), 고객지향성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ESG 경영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을수록 직원들의 조직기반자긍심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자긍심은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고객지향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기반자긍심(OBSE)은 구성원이 자신을 조직 내에서 가치 있고 중요한 존재로 인식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즉 "나는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 "나는 조직에서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조직에 대한 헌신과 책임감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ESG를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영역으로 구분해 각각의 영향력도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환경(E) 분야였다. 환경 분야는 직원들의 자긍심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에너지 ICT 공기업인 한전KDN의 특성상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효율화, 탄소중립 등 환경 관련 사업이 기관의 핵심 업무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회(S) 분야는 고객지향성에 가장 큰 직접 효과를 보였다. 직원 복지, 안전, 상생협력, 인권보호, 근로환경 개선 등 사회적 책임 활동이 직원들의 서비스 행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조직으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직원일수록 고객 역시 존중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반면 거버넌스(G)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은 고객지향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의 조직기반자긍심을 높인 이후 고객지향성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한 인사제도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조직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을 형성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고객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정용남 교수는 "공공기관의 ESG 경영은 더 이상 경영평가 점수를 위한 활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ESG는 직원의 자긍심과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고객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내부 경영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수행 전문위원 역시 "이번 연구는 ESG가 단순한 경영 트렌드가 아니라 조직구성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경영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공공기관 ESG 정책 역시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ESG 논의의 초점을 외부 성과에서 조직 내부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ESG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나 사회공헌 활동, 윤리경영 평가 등 외부 성과 중심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연구진은 ESG의 진정한 성과가 조직 구성원의 인식 변화와 행동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 한림대 정용남 교수와 한전KDN 신수행 전문위원 연구진은 앞으로 금융, 교통, 문화, 복지 등 다양한 공공기관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해 ESG가 조직몰입, 혁신행동, 조직시민행동 등 다양한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도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ESG가 단순한 평가 대응 수단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조직문화 혁신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결국 ESG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보고서를 작성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구성원이 조직의 가치를 자신의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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