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5-07-08 22:06:53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말레이시아가 7월 1일부터 플라스틱 스크랩의 입국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강화된 규제를 시행했다. 이는 2019년 개정된 ‘바젤 협약’에 부합하도록 국가 기준을 조정한 결과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를 통해 선진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AFP 등 해외 외신에 따르면 바젤 협약에 서명한 국가로부터의 플라스틱 폐기물만 수입이 가능하며, 이마저도 말레이시아 투자무역산업부 산하 기관인 SIRIM 베르하드의 사전 승인과 철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유무역지대도 예외가 아니며, 사전 검사 없이 HS 코드를 허위 신고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특히 바젤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미국의 수출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35,316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말레이시아로 수출했으며, 이는 일본, 스페인, 독일, 영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양이다. 말레이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량은 43만 3천 톤, 약 1억 6,700만 달러 규모로, 이는 올림픽 수영장 173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플라스틱은 보통 펠릿으로 가공되어 중국 등지로 재수출되며, 카펫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바젤 행동 네트워크(BAN;Basel Action Network) 측은 이를 ‘재활용을 가장한 쓰레기 덤핑’이라고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수출된 플라스틱의 극히 일부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방치되고, 미세 플라스틱이나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2차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BAN은 또한 플라스틱 스크랩 수입 조건을 대폭 강화한 점에 주목했다. 혼합 플라스틱 스크랩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의 99.5% 순도를 갖춘 단일 폴리머일 때만 수입 가능하며, 목재·금속·식품 잔여물 등의 오염 물질이 2%를 초과하면 반입이 금지된다.
말레이시아는 중국이 2018년 대부분의 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이후, 미국과 유럽의 폐플라스틱이 몰리며 ‘글로벌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후 수천 개의 중국 재활용업체가 말레이시아로 이전하며 무허가 플라스틱 폐기물이 대거 유입됐다.
현지 시민단체들도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 측은 “불법 수입품이 세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뇌물과 담합이 있었다는 증언이 있으며, 실제로 규정을 우회하기 위한 은폐 수단도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 말레이시아의 웡 던 신(Weng Dun Xin)도 “재활용만으로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없다”며, “선진국들은 이제 쓰레기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개발도상국에 전가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새 규제가 시행된 이후 “불법 폐기물 수입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철저한 단속과 함께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보완에도 나설 계획임을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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