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3-07-19 18:19:20
홍수피해가 컸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매우 커 더 안타깝다. 이 시점에서 피해가 큰 배경을 밝히려는 것이 상처 입은 분들에게 다시 상처를 내는 것 같아 망설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큰 상처를 입고도 그것을 쉽게 잊어 이러한 피해를 계속 이어왔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번 피해를 반드시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필을 들었다.
우선 이처럼 한꺼번에 큰 비가 내린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홍수와 같은 극단기후사상의 빈도와 강도 증가가 기후변화에 기인한다는 것은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에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니 줄이거나 늦추기 위한 노력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에는 우선 기후변화 적응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형식적인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홍수에서 기후변화 적응전략은 바르게 작동하였을까? 작동한 것이 없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작동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국가가 준비하여 5년마다 갱신하는 기후변화 적응전략에는 홍수대책이 있다. 그러나 그 대책은 근본적인 대책 보다는 임시방편 대책에 중점을 둔 느낌이다. 홍수경보 발령, 대피요령 알림, 침수지역 예측, 홍수 저장 공간 확보 등이 그러한 대책으로 이번 홍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홍수대책으로 준비된 홍수위험지도의 하천범람지도를 보니 그 지도는 하천의 본래 범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을 정도로 서로가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그곳을 하천구역으로 보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65% 가량을 차지하는 산악 국가로서 수생식물 벼를 재배하기 위한 논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의 폭을 크게 좁혀 왔다 (사진 1 및 2 참고). 게다가 대륙성 기후를 가져 홍수위 대비 평수위의 비를 의미하는 하상계수를 매우 크게 타고 났다. 이러한 나라에서 하천의 폭까지 크게 좁혀 놓았으니 홍수위험이 배가된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하상계수가 크게 낮아 홍수위험이 훨씬 낮은 유럽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홍수와 같은 극단기후사상에 대비하기 위해 하천의 본래 범위를 찾아주기 위한 하천복원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우리의 쌀 생산량은 자급 수준을 크게 넘어 그 소비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제 우리도 하천으로부터 차용한 하천의 공간을 그 주인에게 돌려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의 안전한 삶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공인된 국제사회의 전망에 따르면, 적어도 당분간은 기후변화가 이어지고 가속화될 전망도 있다. 지금이 생활을 위해 사용하던 하천이라는 공간을 생존을 위한 공간으로 되돌릴 시점으로 보인다.
하천의 단면구조만 복단면에서 웅덩이 형 단면으로 전환해도 통수면적을 늘려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 하천에 무분별하게 도입한 육상식물, 특히 메타세쿼이아 같은 식물은 키가 30 m도 넘게 곧게 자라고 강직하여 홍수소통을 저해하며 그 피해를 키울 수 있다. 하천 안에 도입한 체육시설과 각종 레크리에이션 시설 모두 홍수 피해를 키우는 장애물들이다 (사진 3 참고).
이제 다시 이런 끔찍한 피해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혁신적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전국의 하천 주변에 수많은 ‘수변구역 매수 토지’가 있다 (그림 2 참고). 그 위치는 수변구역이지만 수변구역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 4 참고).
그러나 그 구역 대부분은 하천 부지이다. 국가 소유의 토지이니 우선 그 일부를 역시 국가 소유인 하천에 편입하여 그것이 주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것이 입증되면 그곳을 하천으로 돌려주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실천에 옮길 때는 반드시 제대로 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하천 관리 사업은 토목학 전공자들이 주도해 왔다. 그리고 토목사업 후에는 조경업자들이 주도해 왔다. 하천은 분명히 생태적 공간이지만 제대로 된 생태학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하천이 생태적 공간이라는 의미는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하천의 공간적 범위가 어디까지이고, 하천에서는 어떤 교란이 일어나 위험이 있으며 무엇이 그런 위험을 키우는지에 대한 검토는 없이 개발사업만 벌이고 있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러한 현실이 홍수 피해를 키우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하천은 지상에 내린 모든 물이 밀려오는 공간이기에 토양이 다르다. 그 토양은 지면을 깎아내 쓸려 내려온 물질이 쌓여 이룬 충적토다 (사진 2 참고). 따라서 단단한 정도가 육상 토양과 비교해 낮다. 그 공간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보다 훨씬 넓다. 오늘날처럼 지형을 변화시키지 않았을 때 산과 산 사이가 모두 하천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폭이 넓다. 수십 년 동안 인간의 과도한 간섭을 벗어 난 DMZ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사진 1 참고).
하천이 그만큼 넓은 공간을 차지한 것은 그 폭만큼 교란이 빈번하고 심하게 일어나 위험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식물들이 몸으로 이러한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 하천은 홍수위험이 상존하는 공간이므로 그곳에 사는 식물들은 수명이 짧은 식물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많다. 수명이 조금 더 긴 버드나무 같은 식물은 조직이 유연하여 물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홍수가 오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잘 한다. 또 뿌리가 튼튼하고 발달하여 홍수에 쓸려나가지 않고 자기 집을 지켜낸다. 혹시 큰 피해를 입어 상처가 나면 상처 입은 줄기나 둥치에서 바로 새싹을 내 제 역할을 회복한다. 우리 인간의 측면에서 보면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안전 확보는 물론 오염된 물도 잘 걸러 준다. 게다가 자라는 속도가 빨라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탄소도 잘 제거해 준다. 이런 하천을 이제 우리의 생활을 위한 공간에서 생존을 위한 생태적 공간으로 되돌려 주자 (사진 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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