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2-12-08 18:56:05
기획연재 ➋ 환경을 생각하며 입다(衣) _Ⅰ
패스트 패션
우리가 벌거벗은 몸으로 태어나 평생 살을 맞대고 사는 게 있다. 바로 의류다. 인생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옷이지만 물건이 흔하고 흔한 세상이라 쉽게 사고 버리는 것 또한 옷이다. 아무리 옷장에 옷이 많아도 입을 옷이 없다거나,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멀쩡한 옷을 버리고 새옷을 산다. 옷이 싸고 다양하니 대부분은 낡거나 해진 옷을 버린다기보다는 최신 패션 아이템을 사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소비 패턴을 부추기는 것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다. 한 시즌도 채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의류는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9200만 톤의 의류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2030년쯤이면 버려지는 직물의 총량이 연간 1억3400만 톤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지만 재활용 비율은 단 12%에 그치는 실정이다.
버려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옷을 만들 때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고, 지구상 폐수의 20%가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직물 생산만 따져도 매년 12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옷 한 벌의 가치
가장 좋은 해결책은 옷을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는 것이다. 옷 한 벌의 값은 부담이 없을 정도로 싸지만, 옷의 가치마저 싼 것은 아니다. 목화나 삼베, 마, 견 같은 천연섬유의 원료를 얻기 위해서는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고된 일에서부터 시작해 옷의 원료를 얻고 실을 뽑아 천을 만들고 염색하고 재단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합성섬유의 원료 중에는 석유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석유의 역사는 무려 지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패션 제품의 생산과 유통, 구매, 사용에서 폐기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 재활용도, 폐기 문제 등의 총체적 개념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비용의 사회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패션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한복의 변신은 ‘무죄’
우리나라 고유의 한복을 이러한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화에 기여하고 있는 한국한복진흥원을 았다. 현재 <전통섬유산업 발전 지원>, <한복의 멋과 가치 확산>, <한복진흥원 위상 제고>의
3가지 핵심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형호 원장을 만나 당면과제가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최근 K-팝 스타들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복을 입어 관심을 끌었음에도 인식변화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이 원장은 “현재 한복은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가 난제”라고 포문을 열었다.
한복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우아한 멋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나 한동안 중국의 치파오나 일본의 기모노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2010년부터 한국의 드라마와 K-pop을 선두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한복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국내의 많은 신진 디자이너들에 의해 기존의 개량 한복에서 완전히 탈피,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디자인의 신한복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2015년에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샤넬(Chanel)이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다 최근에 와서 전 세계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같은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한복과 한국적인 요소를 적극 차용함으로써 한국문화와 한복이 주류 문화로 성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복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전례 없는 관심을 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원장은 “독창성을 기대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층의 유입으로 현대적 감성이 더해진 한복업계의 변화와 문화예술 분야에서 한복을 콘텐츠로 사용한 사례를 통해 젊은 이미지로의 변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복의 범위를 시대에 따라 최대한 넓게 봐야 한다는 입장과 한복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전통의 핵심은 훼손되지 않아야 하므로 전통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양분된다. 비근한 예로써,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선생은 생전에 ‘바람의 옷’이라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국적 없는 옷’이니 ‘전통 한복이 아니니’ 하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 원장은 “지금이야 옷이 흔한 세상이지만 옛날에는 옷이 별로 없었다. 당시 비단 소재의 위상이 컸던 시절에는 일반인들이 입을 수 없는 옷이었다. 혼례복으로 활용되는 활옷이나 사모관대 복장은 평민이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던 때다. 그것을 혼례 때나 입게 해준 것인데 지금의 시선으로 그때를 바라봐선 안 된다”고 주위를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한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복도 변화하는 건 당연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양복이 대체되기 이전의 한복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작업은 한복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저고리도, 치마나 옷고름의 길이도 얼마든지 길어지고 짧아지는 것처럼 변화와 발전은 새로운 시도로 재창조된다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화콘텐츠로 활성화
여기에 수반되는 것이 한복디자이너 양성인데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실에는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소재와 디자인, 디자이너가 한복의 기본 3요소인데 이를 계승할 한복 디자이너가 없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문체부와 협의 중이지만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국내 유일했던 배화여대 전통의상과마저도 2016년 패션학과로 통폐합되며 없어졌다. 일부 사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한복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공교육이 없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우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복의 영역을 확장하고 널리 알리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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