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지하철 공사복이 배낭으로…브라질 스타트업, 폐기물·장인 연결한 순환경제 실험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10-05 22:01:57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수명을 다한 기업 유니폼과 광고 배너, 산업용 원단을 버리지 않고 지역 장인의 일감과 연결해 새로운 제품으로 되살리는 순환경제 모델이 브라질에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폐기물을 수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료의 특성에 맞는 장인을 찾아 연결하는 기술을 적용해 폐기물 감축과 소득 창출을 동시에 노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Ciclu는 산업계에서 발생하는 섬유·플라스틱계 폐기물과 지역 재봉사, 디자이너, 예술가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연구재단(FAPESP)이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Ciclu는 기업의 환경적 부담으로 남던 폐기물을 지역의 새로운 경제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상파울루 지하철 6호선 건설 현장에서 나왔다. 지하철 건설을 맡은 다국적 인프라 기업 악시오나(Acciona)는 사용이 끝난 작업복을 폐기하는 대신 Ciclu에 제공했다. Ciclu는 이를 상파울루 지역 비정부기구와 협력하는 장인과 재봉사 6명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두껍고 무거운 작업복 원단을 세척하고 절단한 뒤 다시 봉제해 50개의 맞춤형 배낭으로 만들었다. 완성된 배낭은 환경주간 행사에서 직원들에게 제공됐다.

Ciclu가 주목한 문제는 산업 폐기물 자체보다 ‘누가 이 폐기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가’를 찾는 과정이다. 2021년 설립 초기에는 창업자인 기계생산 엔지니어 아만다 마틴스가 장인 개개인의 작업 특성을 기억해 프로젝트를 배분했다. 하지만 참여 인원이 늘면서 이러한 방식으로는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Ciclu는 장인별 작업 환경과 기술을 분석해 재료와 작업자를 연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작업 공간의 크기와 보유 재봉기, 특정 원단을 다룬 경험, 생산 능력 등을 분석해 각 폐기물을 처리하기 적합한 장인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가벼운 면직물을 가정용 재봉기로 다루는 작업자가 두꺼운 산업용 캔버스나 나일론 원단을 처리하기는 어렵다. 이런 소재는 특수 바늘이나 장비가 필요하고 작업 과정에서도 더 많은 힘이 요구된다. 재료와 장인의 기술이 맞지 않으면 자재 운송과 시제품 제작, 생산 일정 등을 처음부터 다시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Ciclu는 기술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들어 실제 작업 과정에 적용했다. 그 결과 원자재와 적합한 장인을 연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최대 9시간에서 약 1시간으로 줄어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 경험이 맞지 않는 장인에게 재료를 보내 발생하던 오류도 16% 감소했다. 플랫폼 사용 이후 참여 장인의 만족도도 26% 높아졌다.

마틴스는 “실수는 시간과 돈, 재료의 낭비로 이어진다”며 “연결을 더 정확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적 이점과 환경적 이점을 동시에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Ciclu가 활용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재활용보다는 업사이클링에 가깝다. 기존 산업 재활용이 폐기물을 분쇄하거나 가공해 다시 원료로 만드는 방식이라면, 업사이클링은 원래 재료의 형태와 특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가방이나 의류, 액세서리 등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한다.

특히 기업 유니폼과 광고용 현수막·배너처럼 물리적으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기업 로고나 캠페인 종료 등의 이유로 기능을 잃은 제품들이 주요 대상이다. 기존 재활용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경제성이 낮은 산업용 섬유와 복합 소재 역시 우선 활용 대상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폐기물 확보는 여전히 과제다. 재활용 선별 협동조합 입장에서는 합성섬유 조각이나 해양용 캔버스, 광고 배너와 같은 복합 소재를 따로 수거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구매할 업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Ciclu는 기업들이 폐기물을 직접 플랫폼에 등록하고 장인들이 자신의 기술과 생산 능력에 맞는 프로젝트를 배정받는 구조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인의 위치와 기술, 장비 등을 종합적으로 연결해 폐기물 운송과 생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시스템은 환경 문제뿐 아니라 지역의 비공식 노동 문제와도 연결된다. 브라질 수공예품 등록정보시스템(SICAB)에 등록된 장인은 20만 명이 넘지만, 브라질 중소기업지원기관(SEBRAE) 등은 실제 수공예품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약 8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당수가 안정적인 주문이나 고정 수입 없이 비공식 자영업 형태로 일한다.

Ciclu는 이들을 기업 주문과 연결해 제품을 먼저 만든 뒤 구매자를 찾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문 후 생산’ 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플랫폼은 현재 브라질의 개인정보보호법인 LGPD에 맞춰 정보보안과 데이터 관리 체계도 정비하고 있다. 기존에 메신저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졌던 기업과 장인의 거래를 하나의 안전한 디지털 환경으로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순환경제 정책의 초점 역시 단순한 폐기물 처리에서 제품과 소재의 사용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산업 폐기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정확히 연결할 경우 새로운 원자재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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