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월드컵, 역대 최대 탄소배출? 2026 북중미 대회 환경 논란 확산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24 22:37:14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26년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열리는 FIFA 월드컵이 사상 최대 규모의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역대 가장 오염이 심한 스포츠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회가 32개국 체제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고, 개최 일정은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이며 경기 수 역시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어나면서 선수단과 관중, 미디어, 관계자의 장거리 이동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FIFA 공식 일정도 2026년 대회가 16개 개최 도시에서 104경기로 치러진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AFP 보도에 따르면 로잔대학교 지리학자 데이비드 고기쉬빌리(David Gogishvili)는 “최근 몇 차례 대회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있는 올림픽과 달리, FIFA 남자 월드컵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잔대 연구는 2026년 월드컵이 “국제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탄소발자국”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기쉬빌리는 2026년 대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0만~900만 톤 규모로 추산했다. 이는 2024년 파리올림픽의 약 175만 톤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비교 대상인 과거 월드컵과 견줘도 증가 폭은 두드러진다. AFP가 인용한 추산에 따르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배출량은 약 217만 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약 317만 톤이었다. 카타르 대회는 경기장 냉방과 급조된 인프라, 탄소중립 주장 논란으로 비판받았지만, 지리적으로는 비교적 밀집된 대회였다. 반면 2026년 월드컵은 북미 대륙 전체에 가까운 넓은 공간에서 치러진다.

환경단체와 연구기관의 분석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한다. 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 Environmental Defense Fund, Cool Down, New Weather Institute가 공동으로 낸 보고서 FIFA’s Climate Blind Spot은 2026년 북미 월드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902만 톤 CO₂e로 추산했다. 이는 2010~2022년 월드컵 평균인 471만 톤 CO₂e의 거의 두 배이며,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항공 이동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2026년 대회 항공 수송 배출량만 약 772만 톤 CO₂e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문제의 핵심은 경기장 신축보다 거리에 있다. 2026년 대회의 16개 경기장은 대부분 기존 시설이어서 카타르처럼 신규 경기장 건설 배출이 핵심 쟁점은 아니다. 그러나 마이애미와 밴쿠버 사이 거리가 4500㎞를 넘는 등 개최지가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다. 이에 따라 팀과 팬들이 항공편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디언도 2026년 월드컵의 탄소배출이 과거 평균의 거의 두 배에 이를 수 있으며, 항공 이동이 전체 배출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고 비판했다.

FIFA의 대회 확대 전략도 비판의 중심에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기후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모 제한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FIFA는 오히려 참가국과 경기 수를 늘리는 방향을 택했다. New Weather Institute 보고서는 2026년 이후 월드컵 확대가 항공 이동 배출을 과거 대회 평균보다 160~325%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당 배출량도 상당하다. 영국 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 분석에 따르면 남자 월드컵 본선 단계의 경기 한 경기는 4만4000~7만20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영국 승용차 3만1500~5만1500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FIFA의 기후 대응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과거 월드컵 배출량을 “측정, 감축, 상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FIFA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탄소중립’으로 홍보했다가 2023년 스위스 공정성위원회로부터 허위·오해 소지가 있는 주장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Reuters는 당시 스위스 규제기관이 FIFA의 카타르 월드컵 탄소중립 주장에 대해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고 보도했다.

화석연료 기업과의 후원 관계도 논란을 키운다. 2024년 FIFA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주요 후원 계약을 맺었다. SGR 보고서는 이 후원 계약이 추가적인 화석연료 소비를 유발할 수 있으며, 관련 유도 배출량을 약 2995만 톤 CO₂e로 추산했다.

기후위기는 월드컵이 배출하는 탄소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회 자체가 폭염과 극한기상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Pitches in Peril’ 보고서를 인용해 2026년 월드컵 개최 경기장 16곳 중 10곳이 극심한 열 스트레스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14개 경기장이 폭염·폭우·홍수 등 주요 기후위험의 안전 기준을 넘긴 경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댈러스와 휴스턴은 여름철 습구흑구온도 기준으로 극한 열 위험이 두드러지는 지역으로 지목됐다.

결국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둘러싼 환경 논란은 단순히 “대회 기간에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회 규모 확대, 3개국 분산 개최, 항공 이동 의존, 화석연료 후원, 폭염 리스크, 탄소상쇄의 신뢰성 문제가 한꺼번에 얽혀 있다. 전문가들은 FIFA가 탄소중립 홍보나 사후 상쇄에 의존하기보다 참가국 수와 경기 수, 개최지 배치, 후원 구조, 이동 계획을 포함한 대회 설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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