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27 22:18:50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얼음이 기존 기후·환경 모델에서 가정한 것보다 더 많은 철을 방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얼음은 흔히 정지된 상태의 물질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철 광물의 분해를 촉진하는 화학 반응의 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우메오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에서 얼음이 철 광물의 용해 속도를 높이고, 이 과정에서 현재 환경 모델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수준의 철이 방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극지방과 산악 지역의 동결·해동 주기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영양염 순환, 탄소 저장, 수질 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지구 육지 표면의 약 17%는 영구동토층에 해당하며, 이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는 계절적으로 토양이 얼고 녹는 과정이 반복된다. 기후변화로 영구동토층이 약화되고 동결·해동 주기가 잦아지면, 얼음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 철과 기타 미량 원소의 방출을 예상보다 빠르게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를 이끈 장 프랑수아 보일리 우메오대 화학과 교수는 “기후변화가 자연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면 얼음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특성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철은 호수와 바다에서 조류의 성장을 조절하고, 토양 내 탄소 결합에 관여하며, 물의 색과 수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영양소다. 따라서 철 방출량의 변화는 산악 하천과 북극 해안 생태계는 물론, 수생 생태계의 생산성과 탄소 순환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다양한 용존 염류가 철 광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토양, 퇴적물, 먼지 등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붉은빛 철 광물인 괴타이트의 용해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얼음은 철과 결합하는 염류가 있을 때 철 광물의 용해 속도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물질이 철과 강하게 결합할수록 얼음 속에서 철 방출을 증폭시키는 효과도 커졌다.
실험에서 가장 강한 결합제로 나타난 불소는 액체 상태의 물에서보다 얼음 속에서 4배 이상 많은 철을 방출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결합제인 황산염도 작지만 측정 가능한 수준의 철 방출 증가를 보였다. 반면 철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과염소산염은 물과 얼음 어느 조건에서도 뚜렷한 용해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물이 얼어붙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물이 얼면 얼음 결정 안에 포함되지 못한 염류와 용존 물질은 결정 사이에 남아 있는 작은 액체 주머니에 농축된다. 이 미세한 액체 공간에서는 염류 농도가 최대 500배까지 높아질 수 있으며, 그 결과 화학 반응이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이는 얼음이 단순히 물질을 가두는 수동적 저장고가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는 광물 분해와 원소 방출을 촉진하는 활성 반응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일리 교수는 “가장 놀라웠던 점은 실험한 화합물 전반에서 이 효과가 매우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것”이라며 “이 패턴이 더 넓은 환경 조건에서도 유지된다면, 단일한 화학적 특성만으로 얼음에 의해 강화되는 광물 분해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극지방과 고산지대, 영구동토층 지역의 환경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에 새로운 변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얼고 녹는 과정이 더 자주 반복될 경우, 철을 비롯한 미량 원소의 방출량과 이동 경로가 기존 예측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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