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기자
eco@ecomedia.co.kr | 2020-04-13 20:22:23
[환경미디어= 이지윤 기자] 최근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나고 있어, 환경파괴가 전염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스는 사향고양이를 통해, 메르스는 낙타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역시 박쥐에서 천산갑을 통해 인간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쳐에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전체 게놈 수준에서 96% 동일하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로 인한 전염병 증가의 원인으로 △야생동물 밀수규제 미비 △공장식 축산정책의 문제점 △기후변화 정책의 미비가 있다고 말한다.
야생동물로 인한 전염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중국와 베트남 등이 야생동물 거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는 야생동물거래 규제가 단순히 야생동물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야생동물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는 한 온라인‧암시장 등을 통한 야생동물 불법거래는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가디언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을 지목했다. 식량생산의 산업화에서 소외된 일부 소규모 농가들이 생계를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늘려나갔고, 대규모 공장과 농장들에 밀려 점차 야생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박쥐 등에서 발생하는 야생 바이러스에 접촉되는 빈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환경파괴로 발생한 기후변화,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생물다양성이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등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해 사람들이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인수공통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에서는 환경파괴로 인한 전염병 예방을 위한 국내 환경정책 과제로 △야생동물 밀수 규제 및 체험시설 관리강화 △친환경 축산의 확대 △기후정책과 보건정책의 연계 강화를 언급했다.
코로나-19의 중간 숙주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천산갑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당사국들이 국제 거래의 금지를 결의한 멸종위기종이다. 그러나 혈액순환 등에 좋다는 잘못된 속설로 인해 대량으로 포획돼 국제적으로 공공연히 국제적으로 밀수출이 이뤄져 왔다. 우리나라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밀수의 청정지대는 아니므로 야생동물의 밀수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야생동물 카페‧체험시설‧이동동물원 등의 관리 강화를 위한 입법과제에 대한 검토도 해야 한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가축 전염병이 퍼지면 급속도로 확산되기 쉽다는 단점을 지닌다. 하지만 우리나라 ‘축산법’ 기준에 따라 사실상 공장식 밀집사육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있다.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 보존이 우리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과 함께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보건정책은 부처간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유발하고, 서식지가 파괴돼 갈 곳을 잃은 야생동물들과 인간 사이의 접촉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면, 기후변화‧생물다양성‧환경보건 정책을 체계적으로 연계해야 할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전염병의 발생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사후적으로 대응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며 “환경을 보호하는 사전적 예방책이 국내외에서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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