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2-17 22:50:13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극심한 강우가 한국 해안 수역의 영양염(질소·인 등) 유입을 급증시키며 조류 번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실린 다년간 연구는 주요 하구와 인접 연안의 수질을 장기간 추적해, 폭우가 어디에서, 언제 조류 번식을 촉발하는지 보여줬다.
한국해양대학교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강수량과 극한 강우의 빈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하구–연안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부영양화와 유해 조류 번식(HABs) 위험이 반복·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부산 인근으로 유입되는 낙동강 하구를 중심으로 6년간 계절별 관측값을 분석했다. 강수 기록을 산도·염도·영양소·엽록소-a(미세조류량 지표) 변화와 비교한 결과, 폭우가 내리면 하구와 연안의 화학적 성질이 급격히 재편되는 패턴이 확인됐다.
극심한 강우기에는 낙동강에서 대량의 담수가 하구로 방류되며 염분이 빠르게 낮아지고, 조류 성장의 핵심 재료인 인·질소·실리카가 함께 유입됐다. 연구는 습윤기에 이들 성분 농도가 각각 최대 36배(인), 70배(질소), 740배(실리카)까지 뛸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같은 폭우라도 하구와 하구 밖 연안이 정반대로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폭우가 쏟아질 때 하구 내부에서는 담수 유입으로 수괴가 희석되고 유속이 빨라지면서, 조류가 축적되기 전에 ‘쓸려 내려가’ 엽록소-a가 오히려 감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하구 바로 바깥 연안에서는 영양분이 풍부한 강물 기둥(plume)이 퍼지며 비교적 난류가 약한 환경이 만들어져, 새로 공급된 영양소를 바탕으로 조류가 번식하기 쉬웠다. 즉, 강한 비가 강 가까운 하구의 조류 성장은 억제하면서도 더 바깥 연안에서 번식을 키우는 이중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기계학습 기법으로 유사한 수질 상태를 군집화해 강우·방류와 연결된 반복 패턴도 도출했다. 결과는 뚜렷한 계절성을 보였다. 여름 몬순기에는 강수와 하천 유량이 커지며 영양소 투입이 급증했고, 겨울·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연안 해역은 하구보다 반응이 느리지만, 강우가 많은 시기 이후에도 변화가 이어졌다.
특히 2020년에는 두 달 동안 48일 비가 내리는 등 기록적인 강우가 발생했고, 그 기간 영양 농도와 연안 엽록소-a가 급증하면서 과편모조류 Ceratium furca가 우점하는 적조가 보고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극한 강우가 해안 생태계의 반응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기후 패턴이 바뀌는 상황에서 강우가 해안 생태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곧 관리 전략의 출발점이라고 제시한다. 강우량·하천 방류량·연안 수질을 장기간 추적하는 모니터링은 유해 조류 번식 예측과 해양환경 보호의 기반이며, 폐수 처리 개선과 농업·도시 유출 관리 등 육상 영양염 오염원을 줄이는 대책도 집중호우의 하류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동시에 해안 시스템이 영양소 투입 변화에 빠르게 반응한다는 점을 들어, 토지 이용 계획 개선, 오염 통제 강화, 조류 번식 조기경보 체계 구축 같은 목표형 관리가 실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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