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후행동도 탄소시장 자산으로…자발적 탄소시장 새 모델 논의

SDX재단, ‘자발적 탄소시장(VCM) 활성화 전략’ 포럼 개최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5-07 10:04:32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민의 생활 속 탄소감축 행동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새로운 형태의 크레딧으로 인정하는 ‘조각탄소’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SDX재단(이사장 전하진)이 지난 5월 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5GAM기후기술연구그룹과 공동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 활성화 전략 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이번 포럼은 국회기후변화포럼(한정애·정희용 의원)과 김소희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한국연구재단, 인천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이 후원으로 참여하여 민관학 협력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특히 기존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소규모 감축 활동이나 시민 참여형 기후행동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이같은 포럼이 개최되었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탄소감축의 사각지대였던 개인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조각탄소시장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발표 세션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부문별 전략이 제시되었다. 진승우 기획예산처 탄소중립과장은 정부의 VCM 구축 방안과 신뢰 기반의 생태계 조성 계획을 설명했으며, 심재성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본부장은 경기도의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례를 통해 시민 참여형 인센티브 모델의 실효성을 발표했다. 이어 최경식 SDX재단 MCI위원장은 디지털 기반 측정﹒보고﹒검증(D-MRV) 기술을 적용한 ‘조각탄소인증체계(MCI)’의 성과를 공유하였다.

 

▲전하진 이사장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만으로는 1.5도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 주도의 의무시장과 별도로 시민·기업·기후테크가 참여하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텀블러 사용, 대중교통 이용, 걷기, 고효율 가전 사용, 재활용 실천 등 일상적 행동은 개별 감축량이 작아 기존 탄소크레딧 체계에서는 시장화되기 어렵지만, 디지털 검증과 데이터 축적을 결합하면 새로운 탄소감축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MCI’로 불리는 조각탄소 감축 체계였다. MCI는 감축량을 비교적 명확히 산정할 수 있는 미니카본크레딧(MCC)과, 시민의 기후행동 자체를 평가하는 미니카본액션(MCA)으로 구분된다. 기존 탄소시장이 프로젝트 단위의 대규모 감축과 엄격한 제3자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면, 조각탄소 모델은 플랫폼 기반 데이터, 디지털 MRV, 블록체인 기록 등을 활용해 소규모 감축과 행동 참여의 가치를 제도화하자는 구상이다.

정부 측에서도 자발적 탄소시장 제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에 따르면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포괄하지만, 배출권 가격이 낮아 기업의 실질적 감축 유인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자발적 탄소시장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발행·평가·검증·유통 체계를 정비하는 별도 제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거래소 내 통합 거래시장 개설, 자발적 탄소시장 얼라이언스를 통한 수요·공급 연결, 중소기업 저탄소 설비 도입 지원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그린워싱 우려, 수요 부족, 크레딧 품질 논란, MRV 기준 부재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기후퀴즈 참여처럼 직접 감축량 산정이 어려운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지, 기업이 이를 ESG 성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왼쪽부터) 서울과기대 김준범 교수, 법무법인 화우 김도형 센터장, 서울대 송재민 교수, 좌장을 맡은 중앙대학교 김정인 교수, 넥서스시티랩 왕광익 소장, 대한상의 김녹영 센터장, 먹는물네트워크 백명수 소장, KIST 이상협 박사 참석자들은 자발적 탄소시장이 단순한 배출권 거래를 넘어 시민 참여, 기후테크 투자, 기업 ESG, 지역 리워드 정책을 연결하는 새로운 기후경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각탄소 시장이 정착할 경우, 한국이 K-컬처에 이어 ‘K-VCM’이라는 새로운 탄소시장 거버넌스를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됐다.

SDX재단은 이번 포럼 논의를 바탕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의 제도적 안착을 위한 정책 제언을 이어가는 한편, 민간 차원의 실행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감축 데이터를 자산화하여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환경을 구축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새로운 기후 대응 표준을 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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