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삼천포·호남이 보여준 탈석탄의 현실…LNG 대체에 머문 전환

석탄발전 폐쇄부지 활용, 닫고 나서 정하면 늦다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4-24 11:14:00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탈석탄이 곧바로 ‘정의로운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삼천포화력과 여수 호남화력 사례를 종합하면, 현재의 전환은 지역의 미래를 새로 설계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석탄을 LNG로 바꾸는 대체 건설에 무게가 실려 있다. 여기에 고용 불안, 세수 감소, 주민 건강권, 회처리장 등 폐쇄부지의 공공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보다 “누가, 언제, 어떤 절차로 전환을 결정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차원의 준비보다 발전사 내부 로드맵에 그쳐


경남 삼천포화력은 그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발전소는 고성군과 사천시 경계에 위치해 주설비는 고성군 하이면에, 회처리장과 일부 부속설비는 사천시에 걸쳐 있어 전환 과정 자체가 두 지자체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 현재 계획상 삼천포 3·4호기는 2027년, 5·6호기는 2028년 이후 순차적으로 폐쇄될 예정인데, 실제 부지 활용은 이미 LNG 대체발전 중심으로 짜이고 있다. 제1회처리장은 태양광발전으로 활용된 반면, 제3회처리장 매립지는 3·4호기 LNG 대체발전 부지로 검토되고 있다. 윤수진 국토환경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 취배수로, 송전선로, 공업용수 등 인프라를 재활용하는 경제성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전환 비용 최소화 논리와 주민의 환경권이 충돌하는 지점이다”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삼천포의 전환이 지역 차원의 준비보다 발전사 내부 로드맵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2021년 폐쇄된 1·2호기조차 다른 호기와 설비가 연동돼 있어 독립적인 활용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고, 5·6호기까지 모두 멈춰야 본격적인 철거나 재이용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사회 충격은 이미 예고돼 있다. 협력사 기준으로 2027년 삼천포 3·4호기에서 202명, 2028년 5호기에서 43명, 2029년 6호기에서 218명의 고용 영향이 예상되며, 이를 지역경제 급격한 위축과 인구 유출, 지역소멸 위험으로 연결되는 단계적 충격이 될 수 있다. 결국 삼천포 사례는 폐쇄가 시작된 뒤에야 대응책을 찾는 방식으로는 고용과 부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풀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부지의 공공성과 환경·건강권 문제 우선해야
여수 호남화력 1·2호기 사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공백을 보여준다. 호남화력은 1973년 중유 발전소로 출발해 1985년 석탄으로 전환됐고, 2021년 12월 31일 공식 폐지됐다. 하지만 그 자리는 곧바로 LNG 중심 대체 사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여수그린에너지 집단에너지 사업은 2027년, 신호남 화력발전은 2029년 완공이 예정돼 있다. 발표는 특히 여수지역에 LNG 복합화력발전소 6기가 집중 추진될 예정이라는 점을 들어, 이 같은 전환이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의 이행을 늦추고 2050년 이후까지 화석연료 기반 설비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수의 에너지 구조 자체가 석유 중심이고, 2018~2022년 평균 기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국 평균의 약 10배 수준이라는 점도 이런 비판에 힘을 싣는다.  

▲삼천포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제공=기후변화행동연구소)호남화력 발표가 특히 강조한 것은 부지의 공공성과 환경·건강권 문제다. 기존 석탄재 매립장인 회처리장이 LNG 발전 부지로 다시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협의 구조가 없었고, 환경 복원이나 지역 환원 원칙도 제도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폐쇄 부지 활용과 대체 발전 추진이 중앙정부와 발전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동안 주민 참여와 정보 공개는 제한됐고, 과거 지역 환경문제를 둘러싼 민관 거버넌스도 충분한 이행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여수형 정의로운 전환기금과 상설 전환위원회를 만들어 노동조합, 주민대표, 환경단체, 지방정부가 함께 폐쇄와 LNG 전환, 환경영향조사, 부지 활용 계획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환의 시기와 절차는 비어있어..사전 제도화 필요
두 지역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결국 ‘전환의 시기와 절차’가 비어 있다는 점이다. 석탄화력 폐쇄부지 활용 일반론을 다룬 별도 발표는 폐쇄부지 논의를 발전소 문을 닫은 뒤 시작해서는 늦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탈석탄 계획과 함께 지역별 폐쇄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최소 폐쇄 3~5년 전부터 활용 방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지역 단위 탈석탄위원회를 구성해 정보 공개와 이해당사자 참여를 의무화하고, 지역사회편익합의문(CBA) 같은 구속력 있는 사회적 합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수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사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전환은 단순한 전원 교체가 아니라 고용, 지역경제, 환경 복원, 부지 재이용, 주민 참여를 포괄하는 종합 과제이며, 폐쇄 시기와 절차, 활용 방향을 사전에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폐쇄 전에는 토양·지하수·석탄재 등에 대한 기초조사와 위험평가를 하고, 폐쇄 단계에서는 해체와 정화, 폐기물 관리와 중간 모니터링을 병행하며, 전환 이후에는 재생에너지 허브나 산업·주거·녹지, 생태 복원 등 장기적인 부지 재이용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삼천포와 호남화력은 한국형 탈석탄 전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석탄을 멈춘 자리에 LNG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정의로운 전환이라 부르기 어렵고, 발전소 폐쇄가 지역경제와 주민 삶에 남기는 충격을 흡수할 제도도 아직 충분치 않다. 폐쇄부지를 누구의 자산으로 보고, 어떤 용도로 돌릴지,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주민에게 어떤 권한과 보상을 부여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탈석탄은 에너지원만 바뀐 채 지역 불평등을 남기는 전환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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