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eco@ecomedia.co.kr | 2007-02-13 16:53:37
“지난 달 아파트 재건축공사가 진행 중인 00아파트 철거현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된 내장재가 무단으로 철거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전체 아파트 47개동 가운데 46개동이 이미 철거를 마친 상태여서 공사기간 중 다량의 석면 가루와 미세 먼지가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됐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냉방화공사가 진행 중인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ㆍ역삼역ㆍ서울대입구역ㆍ홍대입구역ㆍ이대역과 4호선 명동역의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석면함유 물질 철거 시 환기시설과 오염방지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 두 기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비단 재건축현장과 지하철 공사현장만이 아니다. 사무실이나 교실, 지하철 역사 천장에 쓰이는 텍스는 석면이 5% 이상 함유돼 있다. 사무실 칸막, 건축물 지붕에 쓰이는 슬레이트에도 8~10% 이상 함유돼 있다. 흡음재도 석면으로 만들고 일부 자동차 브레이크라이닝도 석면 제품이다. 사무용 빌딩, 오래된 주택가, 학교, 학원 등에는 모두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가 도처에 널려있다.
석면은 내구성, 내화성, 단열성, 절연성이 뛰어나 자동차 등 브레이크 라이닝 및 패드, 가스켓, 단열재 압축패킹 등으로 그 쓰임이 유용하다. 하지만 호흡을 통해 인체에 흡입되면 폐암, 중피종암, 석면폐 등의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앞서 본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면 놀랄 정도로 석면함유 제품들이 곳곳에 있지만 평소 우리에게 어떤 위험을 야기하는지 구체적으로 인식을 하지 못한다. 석면으로 인한 영향을 그리 많이 받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석면은 바람을 타고 1120킬로미터나 날아갈 수 있을 만큼 아주 미세한 입자이다. 이는 석면이 포함된 제품이 부서지는거나, 마모되는 경우 등 석면이 포함된 제품이기만 하면 석면가루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석면제품에 일상적인 노출은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한 석면 원료공급업체에서 일하는 남편을 둔 부인이 중피종에 걸렸는데 그 원인이 남편의 작업복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석면을 흡입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석면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우리나라도 청석면 및 갈석면의 수입, 제조와 사용이 금지되었고(악티노라이트석면, 안소필라이트석면, 트레모라이트석면 역시 사용금지) 백석면은 사용 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1) 하지만 석면 원재료 사용량은 줄어들고 있으나 석면함유제품의 수입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석면에의 노출 우려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석면이 함유된 중량의 비율이 1%이상인 물질의 해체, 제거 시에는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미리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건축법은 건축물철거, 멸실 신고서에 천장재, 단열재, 지붕재 등의 석면 함유여부를 표기하도록 하고 석면이 확인된 경우에는 지방노동관서의 장 및 상부기관 또는 유역환경청장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여야 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신청이 접수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것이 현실이다. 실제 우리는 석면으로부터 무방비상태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수십 년간 단열보온재 시공 작업자로 일하면서 중피종에 걸린 노동자가 석면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석면제조업자들이 사용자에게 석면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석면제조업자들은 석면제품의 위험에 대한 시험과 연구 분석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2)했다. 한편, 석면침착증(Asbestosis)을 앓고 있는 회사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향후 폐암이 발병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증가함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승소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3) 미국의 사례들이다. 미국의 경우 ’00년 말까지 60만 명이 석면소송을 제기했는데 피고가 된 회사만도 6000여개가 넘고 그 중 22개 회사는 파산 또는 회사정치절차를 밝아야 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지난해 11월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석면 관련 소송 규모는 모두 1천5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향우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4)
일본의 경우, 대형 건설기계 업체인 구보타에서 1978~’04년간 노동자 79명이 중피종으로 사망한 이래 ’05년 현재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가 700명을 넘는 등 석면 피해가 계속 드러나고 있고 후생성 자료에 따르면 1998년까지 사망자가 2243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5) 일본 환경성은 앞으로 40년 간 10만 명이 석면으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ILO(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1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6) 우리나라의 경우도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과 유리규산에 노출된 작업환경에서 8년 이상 근무하다가 폐암으로 사망한 경우, 사망원인인 폐암에 이르게 된 의학적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상태에서 과도한 업무를 계속하느라 면역기능이 약화되어 폐암이 발병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또한 별다른 질병이 없었으나 16년 동안 석면가루가 포함된 먼지가 가득 찬 실내에서 보일러 수리 업무를 하다 폐암에 걸린 경우 석면가루 등이 폐암의 한 원인이 되었거나 아니면 최소한 폐암이 진행속도보다 빠르게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인정한 사례7)가 있다.
최근에는 87년부터 1년 동안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지하 통로 확장을 위한 공사과정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비록 검출된 석면이 기준치에 미달하지만 장기간 노출됐을 경우 충분히 발병 가능성이 있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바도 있다.
상당수의 석면피해자가 현존하고 있음이 분명함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석면에 대한 피해소송이 그리 많지 않다. 석면으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들이 몇 십 년의 잠복기를 거치는 까닭에 자신이 석면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 원인 중 하나이다. 피해발병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은 석면으로 인한 피해입증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인과관계 입증곤란과 맞물려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석면 수입이 집중된 시기가 70~90년대이며 석면으로 인한 피해 잠복기를 고려해 볼때 향후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석면을 취급하는 작업장의 산업재해에서 나아가 미국의 사례와 같이 석면제조업체를 상대로 석면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석면에 노출되는 일반시민들이 그 피해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직접적인 질병발병이 없더라도 석면노출로 인하여 폐암이 발병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증가하는 데 대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도 배상책임이 인정된 미국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정부가 ’09년까지 단계적으로 석면사용을 전면금지하고, 석유함유제품 건축물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형형태의 석면함유 제품들은 지정폐기물이 아니라 건설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는 현실, 석면안전관리에 무신경한 관행, 작업장 이외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과 관련하여 석면이 실내공간오염물질로 지정되어 있긴 하나 실내공기질 유지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등 향후 석면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의 석면관리에 있어서도 철거작업 위주의 석면관리에서 더 나아가 석면노출 위험이 있는 부분을 사전에 점검하고 이에 대하여 보완조치를 취하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발암물질인 석면이 공중에 날아다니는 데도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로 방치하거나 석면해체·제거작업 허가제를 도입한 후에도 건축업자 및 철거업자의 인식부족으로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무엇보다 석면취급업무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석면의 위험성과 취급요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석면 노출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석면이 사용되고 있는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향후 발생할 다수의 석면소송을 줄이는 등 사회적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을 배려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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