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적응 필수 아닌 생존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 위해 다소 불편함 인내해야”

편집국

eco@ecomedia.co.kr | 2010-10-01 17:21:51

박용하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7일간의 일정으로‘한-러 국가녹색정책 및 환경평가 워크숍’에 다녀온 뒤라서인지 여독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인터뷰 약속을 잡기 어려울 만큼 하루 일정이 최근 더 바빠졌다는 얘기가 기후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처럼 속도감이 느껴졌다. 정말 지구촌의 기후변화는 얼마만큼 진행되었고 심각한지 물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모든 부문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1979년 기후변화문제가 유엔기본협약을 통해 논의되면서 더욱 부각되었고, 현재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변화는 현대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이 되었습니다.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Intergovernmental Panel in Climate Change)에 따르면, 온실가스배출로 인해 대기중의 CO2농도가 2040년에서 2050년 사이에는 자연적인 농도의 2배 수준인 550ppm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21세기 말에는 현재보다 기온이 1.8-4℃ 증가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온상승은 기후시스템을 구성하는 대기, 해양, 생물, 빙하, 육지시스템 등 다양한 경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미 지구생태계자원의 60%가 현재 악화 또는 고갈되었고, 이런 실질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생물다양성의 손실은 앞으로 50년 동안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어느 특정한 분야에 대해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기보다는, 이에 대비한 준비 상태가 부족하거나 안되어 있을 경우 우리 사회의 한 부문이 피해를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물, 식량, 건강 부문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면 이 부문이 사람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인 영향은 크게 나타날 것이 분명하게 예측됩니다. 이 외에도 다른 부문에 있어서 준비가 필요한 사안이 많습니다. 도시 및 산림 생태계 관리, 농수산업, 도로와 통신 등의 사회기반시설, 에너지와 산업 등에 대한 적응 또는 대응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와 우리 후손이 감내해야 할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봅니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는 작년말 제6차 기후변화대책위원회(위원장 한승수 국무총리)에서 확정된‘국가 기후변화 적응 종합계획’에 따라서 설립된 환경부 비법정조직으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기후변화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적 연구 및 정책지원을 수행할 수행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용하 센터장은 취임 1년여 동안 기후변화적응 정책을 지원하고 이에 대한 적응 도구를 개발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영향 및 취약성을 평가하고 이를 지원하는 일을 담당해왔다. 또 국내 기후변화 적응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이라든지, 기후변화적응 관련 국제협력을 도모하고 협상과 지원 등을 수행해 오고 있다. 현재 기상청·국립환경과학원·국립농업과학원·국립산림과학원·국립수산과학원 등 17개 기관들이 센터협력기관으로 참여 중에 있으며, 상호 정보교환과 연구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박용하 센터장은 처음 10여 명이 연구하는 차원에서 소규모로 출발했는데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40여 명의 연구진이 구성되었고 역할도 커져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고 털어놨다. 기후변화적응센터는 센터장 이하 3팀 체제였으나 앞으로 기후변화적응 정책 지원연구 수요 등을 감안해 2실 5개 팀, 1지원체제로 확대 되었다. 올해까지 기후변화적응센터의 기반을 구축하였다면, 2012년까지 한반도 기후변화적응 프로그램을 구축한다는 중기 비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후 2018년에는 기후변화 적응을 선도하는 세계 일류 기관으로 발돋움한다는 복안까지 세워놓고 있다.
박 센터장은“설립 초에는 목표와 전략, 그리고 역할에 대해 하나씩 추진해 나가면서 형태를 갖춰가자는 의도였지만 급속도로 확대되고 역할도 커졌다”며“이는 기후변화적응에 대한 우리 사회적 수요에 대한 반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앞으로는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우리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기후변화는 어느 특정한 나라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닌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이고 문제이니만큼 다른 나라들은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궁금했다.“러시아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기후변화 문제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북극권에 관해서만은 이미 정책적으로도 많은 연구와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환경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고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이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라든가 학문적인 DB가 앞서 있기 때문에 우리로선 그러한 부분에 도움을 받고, IT관련쪽은 우리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고자 하고 있습니다.”성급한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후 변화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의 위치와 역할은 어디쯤인지 알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국제협력 차원에서 개도국 지원은 아직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1인 GDP 대비 개도국의 지원 규모가 가장 작은 국가 중의 하나며, 2008년 기준으로 선진국들의 개도국 원조 총액은 약1,200억 달러이고, 이는 전세계 국민총생산(GNI, Gross National Income) 대비 약 0.28%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2.1억 달러(GNI 대비 0.04%)에서 2008년 8억 달러(GNI 대비 0.09%)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물론 인적교류도 확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준은 유럽 국가들의 1/10 수준이며,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가입국 평균인 0.3%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지원규모가 더욱 확대되리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적응 부문의 대외적인 지원규모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박 센터장은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해 온실가스의 감축도 필요하지만 개도국 또는 최빈국의 국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각국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만큼 줄이는 것보다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후변화 그리고 향후 닥쳐올 기후변화에 어떻게 국가의 환경과 경제가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했다. 즉 온실가스의 감축보다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며, 이에 따른 기후변화적응기술 및 도구를 마련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적응 부문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지원 필요성과 지원 요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사회,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과 지원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필요한 사업이라는 의미가 반영된 대목이다.
그는 현재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 최근 몇 년 사이 국민들의 관심도도 높아졌고,관련 정보도 많이 확보한 상태이긴 하지만 여전히 환경보호 차원에서의 인식의 전환은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체감을 별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얘기해 준다면 어떤 설명을 해 주겠냐는 질문에 그는 기후변화에 의한 온도 상승은 단순히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온도 상승에 국한시켜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을 단호하게 표현했다.

“온도가 1℃만 올라도 물질의 변화가 달라집니다. 쉬운 예로써, 물의 염도가 달라지면 물속 생물인 어류의분포가 달라집니다. 여기에 따른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고 개발이 필요한 부분에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지금 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부정 할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기후변화의 진행은 기정사실이며 앞으로 이를 최대한 늦추고 이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후손, 우리의 아이들이 감내해야 할 인적·물적 피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반도 기후변화적응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지난 1년여 시간 동안 준비해온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설명해 주었다.“우리 센터에서는 첫째 기후변화적응에 대한 중앙정부의 정책을 지원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후변화적응통합 모델을 개발합니다. 이에 대한 주요사업으로 향후 5년 대비 기후변화적응대책 마련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이 대책이 곧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될 것으로 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사회 어느 한 분야에만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서로 간에 연계되어 있어 어느 부문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느 부문과 연계하여 정부의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나타내는 다양한 영향을 다각적이고 연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통합모형을 만들어 내고, 이를 근거로 정부의 정책을 과학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도구로써 기후변화통합모델을 개발합니다.
우리센터에서는 우리의 특성과 실정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후변화적응 통합모델의 개발을 장, 중, 단기적으로 구분하여 접근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기후변화적응에 관한 정보 전달체계의 구축입니다. 과학적인 지식과 정보를 집중하고 필요로 하는 정책결정자, 전문가, 학생, 국민 모두에게 전달하는 소위‘One Stop Shop'의 기능을 수행하는 정보전달체계를 마련하고 그간 추진해 왔습니다. 셋째는 기후변화적응에 대한 교육과 홍보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많은 분들이 막연하지만 중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한편으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현상과 과학적 사실, 그리고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 및 홍보자료를 제공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계도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변화적응에 대한 실천사항 중에서 가장 쉬운 접근 방식에 대해 묻자,“에너지 절약으로 온실가스의 방출을 최소화하고, 개개인이 기후변화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질병은‘손씻기’등으로 예방하는 등 녹색생활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작은 실천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다면 지구 살리기 운동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짜 지구를 살릴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적인 정책 차원에서 지자체별 기후변화적응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이제는 가시화 되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금번 중앙정부 차원에서 향후 5년 대비 기후변화적응대책이 수립되면 그에 따른 지자체별 수행이 병행돼 나가야 합니다. 지자체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과 국민들의 생활을 관할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주민들이 기후변화에 실제 적응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행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 이로 인해 위험이 높은 취약지역과 부문, 그리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큰 그림과 정부에서 관할하는 입지, 국가하천과 댐 등의 국가 기반시설, 농업생산 및 관리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지자체의 관할지역별 예상 기후변화의 영향에 따른 주민들의 생활양식, 시설에 대한 설치 및 관리 등에 대책이 필요합니다. 홍보와 교육, 이행 지침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기후변화적응은 우리와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고,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살아갈 터전이기에 당장 불편함을 초래할지라도 정책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 설명해 주었지만 쉽게 기후변화를 실감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10년 전에 기후변화를 예상하고 망고를 심어 지금은 소출 대박의 신화를 쓰고 있는 제주 농부의 얘기는 실감이 났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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