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eco@ecomedia.co.kr | 2011-09-01 13:15:01
OECD 국가 중 기후변화 적응 최하위
매년 계절마다 겪는 기후에 의한 재난은 이제 단순히 피해복구와 보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지구 전체가 겪는 문제로 우리나라 역시 언제 닥칠지 모르는 기후 재앙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급변하는 기후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현실에 놓여 있다.
지난 5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KACCC)가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안전성 및 적응력 지수(VRI)’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32개국 중에 23위에 그쳤다.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노출도, 민감도 등을 나타내는 ‘안전성’ 순위에서 25위였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 평가 순위는 20위였다. 세부지표 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대부분 20위 밖이었는데 특히 안전성 지표 중 하나인 ‘인간 정주-기반시설’ 평가 항목에서는 3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는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 적응 능력은 어느 수준까지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객관적 자료로 우리의 현실을 비추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느린 것은 이 땅에 사는 우리 국민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빠트린다. 경제의 급성장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무서운 기후 재난, 벌써부터 이미 우리는 기후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상기후 재난으로 인한 손실
지난 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환경부가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 분석을 실시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나라 누적 피해비용은 2100년까지 약 2,800조 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됐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에 의한 범람·침식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적응정책에 300조 원을 소요할 경우, 누적 피해비용을 800조 원 이상 감소시켜 500조 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부터 폭염을 자연재해로 인식하여 폭염지수를 예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점차 심화되고 있는 폭염은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 등 각종 질환에 영향을 끼려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2100년에는 전국에서 폭염으로 인해 사망자가 약 8,715명이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폭염은 매년 농·축산업에 큰 경제적 손실을 불러오고 있는데 최고기온이 30°C 이상 10일 동안 계속될 경우 돼지와 닭의 폐사가 늘고 양계의 산란율이 20~30% 감소하는 손실이 발생하고, 농업생산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어업 분야에서도 폭염은 과도한 일조량으로 바다의 적조현상을 발생시켜 큰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다. 해양수산부가 1995년~2007년 동안의 적조발생 건수와 그 피해규모를 조사한 결과, 1995년에는 최대 피해규모인 약 764억 원이 발생하였으며 연평균 96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같은 폭염 피해만으로도 연간 약 3,737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여기에 더 많은 산업분야를 더한다면 그 손실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폭염 뿐 아니라 기후변화는 냉해, 수해, 한해 등의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켜 농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과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 서울의 폭우와 홍수 그리고 남부지역의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인해 올해 장마철 강우량은 예년의 2~3배가 넘은 역대 최고로 남을 기록이라는 전망이다. 피해규모 역시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
1912년부터 2008년까지 약 1백여 년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상승률은 1.7℃로 전 세계 평균기온상승률인 0.74℃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강수의 변화도 최근 10년 동안이 20세기 초반 10년에 비해 약 19% 정도 증가했으며, 여름은 19일 길어졌고 겨울은 17일 짧아졌다.
연중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달은 7월에서 8월로 바뀌고, 장마시즌 이후에도 호우가 집중되는 등 ‘우기’의 양상을 보인다. 지난 7월 27일, 서울 하루 강수량은 301.5㎜로 1907년 기상관측 시작 이래 최고를 기록했는데 연간으로는 1920년 354.7㎜와 1998년 332.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온이 4℃ 상승할 경우, 21세기 말에는 한반도 남한지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구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기후변화로 인해 사회 경제적 구조가 확 뒤바뀔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부산 등 남해안에서는 아열대성 산호류와 어종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 같은 기후변화 현상으로 각 산업분야의 관련 대책도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GDP 52%에 해당하는 산업이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각 산업별로 기후변화 영향을 살펴보면, 농업은 생산량 감소 및 생산가능 지역이 변화하고 어업은 수온 상승으로 인해 수산자원의 서식지인 산호가 파괴되는 등의 영향을 받는다.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섬유 및 의류생산업체는 생산량과 판매량에 대한 계획을 제때 수립하기 어렵고 식품산업에서는 물 관리 문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건설업의 경우, 집중호우가 내리면 건설현장의 침수 가능성이 높아져 공사 중단 및 물적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현장 작업자의 안전사고 역시 증가한다.
앞으로 농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농업은 그 어느 산업보다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기온, 강수량, 일조시간에 따라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결정되고 농사의 전 작업 과정이 기상에 의해 좌우된다.
‘한반도 기온이 지금보다 2.6℃ 상승할 경우, 쌀 수확량이 현재보다 60% 가량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고, 이미 고온에 의한 불임현상 때문에 수확기에 벼가 누렇게 변하지 않는 현상도 발견되었다.
봄에는 황사, 여름에는 집중호우와 태풍, 겨울에는 폭설 등으로 많은 농가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최근 5년 동안 폭설과 강풍에 따른 비닐하우스 피해액만 해도 1조 1,300억 원에 달한다.
농업의 기후변화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농림수산식품분야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2011~2020)’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이번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한 이상기상에 대해 위기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농업, 축산, 수산, 산림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업과 관련 깊은 지자체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적극적이다. 금산군농업기술센터는 기상재해에 대비한 영농현장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농경지 침수, 축대 붕괴, 가축폐사 등의 피해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분야의 대응은 초보 수준이다. 1990년대부터 기후변화로 과수재배 북방한계선 북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나 영향 검토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병충해와 잡초가 작물 생산에 미치는 2차 영향 등 다각도로 기후변화 영향 및 미래 예측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농업 분야에서 받는 혜택인 면세유와 값싼 농업용 전력 등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으로 언제 축소나 폐지될지 모르므로 에너지자생력에 대해서도 걱정이다.
이에 대해 농업에서 투입하는 석유에너지를 줄이고 유기농업의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는 대책도 나오고 있다. 나무나 풀,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 농업부산물, 목질 등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유기농법이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키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을 농업에서 찾고 있다. 미국은 농경지의 탄소저장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농경지를 온실가스 저장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생산환경종합대책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농업이 가야할 방향도 올바른 키를 잡아야 할 것이다.
적응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 대책 가동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급격한 도시화를 겪은 만큼 지난 7월 서울의 도심홍수는 ‘예견된 재난’이라는 악평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도시계획, 도시개발, 건축 및 개발행위허가, 도시 관리 등 도시정책 전반에 걸쳐 종전의 기준을 넘어서는 방재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재해취약성을 사전에 평가해 토지를 이용하게 하고 각종 기반시설이나 교통, 공원 등도 재해에 따른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재해취약성 평가 절차가 없어 지역의 재해특성과 위험지역 데이터가 토지이용계획 등에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앞으로는 재해취약성 평가를 토대로 재해위험 지역의 토지이용을 제한하고 주거단지 등을 조성할 때에도 저영향 개발 기법을 적용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기후변화 적응 도시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도시 기반을 형성하는 하천, 도로, 항만, 철도 등 주요시설에 대해서도 방재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반시설의 입지와 구조, 설치에 대해 재해 관련 기준을 재정비하고 폭우 시 도시 내 공원과 주차장 등을 저류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각종 시설의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에 사전에 재해 영향을 검토하여 인·허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대도시 주변 개발제한구역에는 활엽수 등 수해에 강한 수종을 식재하는 등 도심의 재해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국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은 제도 개선과 대책 마련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 관련 정책은 더 활발히 진행되어야 하며 녹색인증제 등에 기업 등도 발을 맞춰야 한다.
결국 기후변화의 원인인 지구온난화에 대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 기업, 국민이 차근차근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적응은 최선의 대응이다
기후변화 적응은 이상기후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물리적 영향, 그와 연관된 위험에 대응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계절에 따른 자연재해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이상기후’로 부르는 것은 이제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상기후’로 우리 곁을 맴돌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가장 약한 국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룩했고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를 순식간에 잃을 수 있는 가능성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그러한 경험을 했고 그 위험성에 또다시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멈출 수는 없다. 기후변화에 강한 적응력을 갖추지 않으면 우리는 매번 기후재난에 휩쓸리고 다시 복구해야 하는 악순환만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완전히 확실한 기후변화의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위험성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위기에 대비해 보험을 드는 이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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