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 훈민정음의 길 - 혜각존자 신미 평전(박해진 지음, 도서출판 나녹, 814쪽, 30,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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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의 길 - 혜각존자 신미 평전'을 펴낸 박해진 작가(54)는 "1443년(세종 25년) 세종이 기획, 창제한 훈민정음은 조선의 아득한 어둠을 밝힌 혁명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혜각존자 신미는 기록되지 않은 혁명의 핵심 편집인이며 우주로 피워 올린 꽃, 훈민정음 속에는 깨달은 이의 땀과 눈물과 고통이 녹아들어 있다"고 밝힌다.
훈민정음 창제 사실의 앞과 뒤가 은밀한 힘에 의해 잘려나가듯 혜각존자의 자취 또한 역사의 행간 속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하지만 지은이는 570여 년이 지난 오늘, 신미스님의 발자취를 남김없이 찾아 다시 세웠다.
훈민정음은 하늘·땅·사람이 함께 하는 소통의 만다라, 9층 목탑이었다. 이 땅에 훈민정음으로 온 역경불, 혜각존자. 신미는 ‘바른 소리〔正音〕’로 나그네를 떠나 주인으로 거듭나는 ‘해탈의 법문(法文)’ 훈민정음을 미래로 선물했다. 훈민정음은 세종과 신미가 마련한 ‘따뜻한 밥상’이었다.
■ 새로 쓴 훈민정음의 역사
훈민정음은 시대의 화두를 넘어 등불로 밝혀지고 있다. 10년 넘게 훈민정음을 연구해 온 박해진 작가가 쓴 '민정음의 길 - 혜각존자 신미 평전' 반갑기 그지없다. 철저한 문헌조사와 현장답사를 바탕으로 훈민정음 창제의 역사를 새로 썼기 때문이다.
집현전 학자 중심의 창제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불교계의 핵심 리더였던 혜각존자 신미가 창제에 깊게 관여했다는 사실을 철저한 문헌조사와 관련 사찰의 답사를 통해 고증면서 균형을 잡았다.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훈민전음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책은 전 세계 문자의 우뚝한 봉우리인 소리문자 훈민정음(한글) 창제의 비밀과 교육, 확산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선왕조실록' 비롯한 역사서, 15세기에 간행된 학자의 개인 문집, 훈민정음 연구서와 논문, 현장 답사를 통해 확인하고 검증해 낸 자료를 작은 부분도 빠뜨리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맞게 생생하게 풀어냈다. 1374개의 주(註)는 실증적 자료 조사의 결과물이다.
■ 훈민정음의 핵심 편집인 혜각존자 신미(信眉, 1403∼1480)
혜각존자 신미는'족문화대백과사전'는 ‘생몰연대 미상, 조선 전기의 승려’로 기록돼 있다. 지은이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신미가 1403년(태종 3년)에 태어나 1480년(성종 11년) 입적하기까지 조선 초기 불교계를 이끈 행적을 치밀하게 규명해 냈다.
지은이는 그 어느 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훈민정음의 역사, 세종과 집현전 학자의 창제가 아니라 신미 스님이 훈민정음 창제에 깊이 관여했음을 사료를 통해 밝혀냈다. 신미의 행장을 정리한 비문도 남아 있지 않으나 흩어진 기록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다. 신미가 나고, 출가하고, 정진했던 곳을 순례하며 가닥을 잡아나갔고 '조선왕조실록' 속의 신미 관련 기사를 남기지 않고 확인했다.
신미와 동생 김수온이 명문장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이두(吏讀)와 구결(口訣)에 정통했고, 삼재(三才)의 대가인 외할아버지 이행의 훈습에 힘입었다. 신미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로 이어지는 불교사에서 뛰어난 깨달음(훈민정음)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냈고, 참된 해탈의 경계를 열었다. 신미는 속리산 법주사에서 평생의 도반인 수미(守眉)를 만나 함께 대장경에 몰입했다.
세종은 새로운 문자 창제 때 불교계에서 이두와 구결, 범어(梵語)에 정통했던 신미를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균형을 잡았다.
한편 지은이 박해진은 강원도 태백 출생으로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198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서 시부문에 당선하면서 단했다.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종근당 홍보실과 동방기획 PR부장을 거쳤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고건축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숭례문, 창덕궁 인정전, 경복궁 근정전, 덕수궁 중화전, 수원 화성 팔달문, 여수 진남관 등 국보·보물의 해체 보수, 조사의 기록을 전담했다.
2002년 속리산 대웅보전 해체의 인연으로 혜각존자 신미를 만나 스님의 발자취를 찾고, 훈민정음 연구에 몰입했다. 단청의 명장으로 활동한 한석성을 인터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단청(한석성·신영훈·김대벽·박해진 공저, 현암사, 2004)'으로 정리했다. 바둑평론가로도 활동하며 동아일보 주최의 국수전 50년 역사를 정리한 '국수산맥(2007, 동아일보사)'을 펴냈다. 사진집으로 '선암사의 건축(2007, 선암사)', '오래된 궁궐, 새로운 궁실(대목장 신응수 도편수 작품집, 2008)'등이 있다.
[환경미디어 박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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