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겪고 나니 ‘기후변화’ 인정, 이번엔 ‘생물다양성’ 이다

이슈-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강유진 기자
eco@ecomedia.co.kr | 2018-11-12 14:51:12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올 여름 폭염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증가했다. 사실 기후변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더 큰 문제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지닌 최재천 교수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는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십 년 전인 2009년에는 폭염일 수가 4.2일에 불과했으나, 올해 31.5일로 폭증했다. 또 평균기온도 2009년 33.8도에서 올해 38도까지 상승했다. 온열질환자도 4526명이나 발생하면서 폭염이 극심한 천재지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인식이 바뀌었다. 기후변화는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거리낌 없이 말하고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기후변화는 정확히 말해 지구온난화이다. 지구가 더워지며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기후변화문제는 기존에 맞닥뜨린 환경문제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전까지 환경문제는 지엽적인 문제였다. 낙동강 페놀사건,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등 그 지역에서 발생한 국지적 성격이 컸다. 물론 자연생태계는 네트워크로 연결 되어 있기 때문에 국지적인 문제가 전체의 문제인 것이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 내가 속한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다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나라와 피해를 입는 나라가 다르고, 이는 국제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의 지구온난화 요인은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서 야기된 것으로 선진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에서 배출량이 많다. 반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피해를 입는 건 태평양의 작은 섬들(투발루)이다.

지난 10월 1일, 제48차 IPCC총회가 인천 송도에서 개최됐다. 이 총회에서 역사적으로 ‘지구온난화 1.5도씨 특별보고서’가 최종 승인됐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씨로 제한한다는 뜻이다. 2도씨냐 1.5도씨냐에 대한 논쟁에서 조금 더 강한 제제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고작 0.5도씨 차이가 뭐가 중요한가 싶지만, 생태계에선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지낸 최재천 교수는 “십 년 전부터 2도씨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평균기온이 2도씨가 오르면 생물다양성은 절반이상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열쇠 ‘다양성’
기후변화는 생물다양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우선 생물다양성이 왜 중요한 가를 짚어보자. 한 초식동물이 풀을 찾아 먹는다고 할 때, 그 동물이 먹는 풀이 한 곳에 밀집해 있으면 즉 다양성이 없으면 동물을 언제나 그 곳에 머물면서 먹고 지역은 초토화 될 것이다.

 

다행히 자연계는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물들에겐 먹이를 찾아 이동을 해야 하고 그 이동시간 동안 식물은 번식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이것이 생물다양성이 주는 유익이다. 모든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건 다양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기후가 변하면서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은 멸종하고 점차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다.  

▲ 같은 종류만 심은 바나나 농장

 

생물다양성을 망치는 요인은 또 있다. 넓은 지역에 한 종류의 농작물만 생산하는 ‘농사’다. 본래 그 땅에서 살던 다양한 생물을 제거하고 같은 농작물을 심으면 그 농작물을 좋아하는 벌레들이 꼬이게 되고, 농부는 농약을 친다.

 

이를 들어 최 교수는 “같은 농작물을 심는 건 그걸 좋아하는 벌레에게 파티이고 초대이다. 그래 놓고선 왜 왔냐고 살충제를 뿌린다”고 비유했다. 문제는 인간이 아무리 벌레를 죽이려고 해도 근본적으로 내성을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있고 그들의 후손이 살아남는다. 그럼 더 강력한 살충제를 발명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살충제에 노출된 벌레, 그 벌레를 먹는 물고기, 물고기를 먹는 인간, 이렇게 농축된 살충제가 가장 많이 쌓이는 곳이 인간이다.  

 

이렇듯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불가분의 관계임에도, 생물다양성을 사람들에게 인지시키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최 교수는 “기후변화는 폭염을 겪으면서 많이들 인지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은 매일 북금곰이 눈 앞에서 죽는 게 아니니 뉴스 나올 때만 마음아파 하고 돌아서면 늘 똑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행성 지구

인간의 욕심으로 지구 절멸 위기

 

매년 그해의 인물을 선정하는 타임즈는 이례적으로 1988년에는 ‘그해의 행성’을 뽑았다.

당연히 지구였다. 우리가 그동안 지구걱정을 너무 안하고 살았다는 의미였다.

 

지구역사상 대절멸사건이 5번 있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절멸사건이 6500만 년 전에 일어난 공룡 멸종이다.

 

최 교수는 지금이 제6의 절멸시점 이라고 말했다. “지난 5번은 운석이 떨어지는 등 천재지변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는 절멸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것이다. 우리가 무슨 권한으로 지구를 이렇게 망가뜨리는가”라고 일갈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계는 적자생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작정 경쟁이 아니다. 자연은 모두 협력해서 살아남았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경협이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최 교수는 ‘손 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를 발간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있다. 이들이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며, 최근에는 신경계에도 기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은 본성대로 하면 자연을 착취한다. 자신의 필요와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파괴한다. 이제는 착취로 인해 우리 존재 자체가 위협 받을 정도가 됐다. 자연과 인간을 보는 관점도 협력의 관점으로 옮겨가야 한다. 자연을 보살피는 것은 본능이 아니기에 배워서라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UN이 정한 국제생물다양성의 해다. 이제 2년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별 소득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지만 ‘지금 환경은 미래세대의 것을 빌려쓰는 것’이라고 한다. 생태문화의 반대는 개발문화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생태문화를 구축해야 하며 개발하려면 그 이유와 방법을 모든 국민이 수긍할 만한 수준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소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놀이터이자, 그늘, 돈벌이, 집, 이동수단, 쉼터 등이 된다. 나무는 곧 자연이다. 자연은 지금껏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 줬다. 하지만 수혜자인 우리가 너무 못살게 굴어 더 이상 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젠 우리가 나무에게 아낌없이 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 환경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오늘의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