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일주일에 한 번 소고기 스테이크를 연어로 바꾸는 비교적 간단한 식단 변화만으로도 건강 개선과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현재 육류 소비 수준이 권장 기준보다 2~3배 높은 상황에서, 단백질 섭취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 기후 대응과 공중보건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와 사우샘프턴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Food Systems에 발표한 연구에서 2021년부터 2050년까지 영국 가정의 식단 변화가 식품 관련 탄소배출에 미치는 영향을 모델링했다.
연구팀은 영국 가구 식품 데이터셋에 포함된 4000가구의 자료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식단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현재 식습관 추세가 그대로 이어지는 ‘평상시 식단’, 육류와 유제품 섭취를 줄이는 ‘섭취 감축 식단’, 주 1회 소고기를 연어로 바꾸는 ‘대체 식단’, 영국 국민보건서비스의 권고 기준을 따르는 ‘NHS Eatwell 식단’, 그리고 EAT-랜싯 위원회가 제시한 ‘지구건강 식단’이 분석 대상이다.
연구 결과, 2001년부터 2021년까지의 식단 변화 추세가 같은 속도로 이어질 경우 2021년부터 2050년까지 식품 관련 탄소배출은 약 1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왕복 비행하는 데 따른 탄소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주 1회 소고기 스테이크 일부를 영국산 연어로 바꾸는 식단을 적용하면 감축 효과는 거의 두 배로 커졌다. 연구진은 이 경우 장기적으로 식품 관련 탄소배출이 28%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런던 히드로에서 모로코 마라케시까지 왕복 비행하는 데 해당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효과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육류와 유제품 섭취를 줄이는 식단은 39%의 배출 감축 효과를 보였다. NHS Eatwell 권고 식단은 42%, EAT-랜싯의 지구건강 식단은 49%까지 식품 관련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큰 감축 효과는 지구건강 식단에서 나타났으며, 이는 히드로공항에서 아제르바이잔 바쿠까지 왕복 비행하는 데 따른 배출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식단 변화가 영국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와 2050년 넷제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식품과 농업 부문은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의 약 26%를 차지하며, 영국에서는 약 2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축산업은 세계 식품 부문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배출원으로 꼽힌다.
특히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는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반면 생선, 닭고기, 콩류 등은 상대적으로 환경 부담이 낮은 대체 단백질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영국 대중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식단 변화를 찾기 위해 친숙한 식품인 소고기 스테이크와 영국산 연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진은 소고기를 연어로 바꾸는 단일 대체 식단을 2050년까지 적용할 경우, 주당 식품 관련 탄소배출량이 7.30kg CO₂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식단 전체를 급격히 바꾸지 않더라도 일부 고탄소 식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의미 있는 감축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 측면에서도 시사점이 있다. 영국은 현재 정부 지침에서 권장하는 수준보다 해산물을 31% 적게 섭취하고 있는 반면, 육류 소비는 권장 기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는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근거가 축적돼 있다. 이에 따라 연어 등 해산물 섭취를 늘리고 붉은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은 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인구 전체의 식습관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으며,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붉은 고기 소비 감축은 전통 축산 농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산물 소비 확대 역시 지속가능한 어업과 양식 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식단 전환은 농업·수산업 종사자에 대한 지원, 지속가능한 생산 기준, 국내 단백질 공급 안정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최근 국제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영국이 단백질 안보 차원에서 국내 어류 공급 기반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식품 공급망 안정성과 기후 대응, 건강 증진을 함께 고려할 때 국내에서 지속가능하게 생산되는 수산물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식품정책이 탄소배출뿐 아니라 건강, 농가와 어업인 생계, 식량 안보, 지속가능한 생산 체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고기 스테이크를 연어로 바꾸는 작은 변화가 건강과 기후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번 연구는, 식생활 전환이 넷제로 전략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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