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 시시닷컴] 하와마할

글. 박미산 시인
사진. 김석종 작가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2-05-04 16: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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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김석종 사진작가

 

하와마할

-김양숙

여기쯤에서 돌아서야 한다면
바람으로 뼈를 세우고
그리움의 피를 쌓아
이곳에 너를 위한 궁전 하나 짓고 싶다

어디든 떠나고 싶을 때
바람을 따라
그리움을 따라
떠날 수 있는 곳

가두어 놓을 것이라곤 바람뿐이지만
마지막 품어줄 것 또한 바람뿐임을 안다

바람으로 왔다
바람으로 떠나는 당신을
쉽게 놓아줄 수 있는 곳
그리움마저 놓아줄 수 있는 곳

떠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일몰에 새기고
따라가다 돌아서서 여자의 눈*이 되어
천년이나 이천년은 기다려도 좋을 곳
여기서 바람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싶다


-『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 시와산문, 2021


몇 년 전 배낭을 메고 인도를 여행했다.
북서부의 라자스탄주에 있는 자이푸르에 도착하니 온통 핑크빛이다.
핑크빛 도시라는 자이푸르의 하와마할은 자이푸르(Jaipur) 시내에 있는 궁전인데
붉은색과 분홍색 사암으로 지어진 5층 건물이다.
구중궁궐에 갇힌 여인들은 바깥세상이 궁금했을 것이다.
이 여인들이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궁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하와마할이다.
이 궁의 953개의 작은 창문들인 눈*은 복잡한 격자무늬 장식으로
왕실의 여인들이 밖을 내다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다.
하와마할은 일명 바람의 궁전이라고도 하는데 수많은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왔다가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궁의 여인들은 쉽게 왔다 쉽게 떠나는 바람 같은 왕의 뒷모습을 일몰에 새기고
천년이나 이천년을 기다려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바람으로 왔다 바람으로 떠나는 당신을 쉽게 놓아줄 수 있는 그곳.
그리움마저 놓아줄 수 있는 그곳 하와마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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