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 수위 사상 최저? 독일 산업 물류망 비상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8-10 22: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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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독일 산업의 물류 대동맥인 라인강의 수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철강과 화학,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공급망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박의 적재량이 급감하고 운송료가 치솟는 가운데, 중류 일부 구간에서는 화물선 운항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독일연방내륙수운협회(BDB)는 라인강의 대표적인 병목 구간인 카우프의 수위가 강우 부족으로 한 자릿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정도가 되면 상업용 화물선과 유람선의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라인강 물류망이 남북으로 끊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카우프의 수위는 기준점을 중심으로 측정한 값으로, 강의 실제 수심과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선박이 안전하게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로이터는 카우프 구간의 운항 중단 가능성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라인강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암스테르담과 벨기에 앤트워프 항구를 독일의 루르 공업지대, 루트비히스하펜 화학단지 등과 연결한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독일 내륙수로를 통해 운송된 화물은 약 1억7,160만 톤이다. 2022년 조사에서는 이 가운데 86.3%가 전부 또는 일부 구간에서 라인강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위가 내려가면 선박은 강바닥에 닿지 않도록 화물을 줄여야 한다. 지난 7월 카우프를 통과하는 일부 선박의 적재량은 평소의 20% 이하로 떨어졌다. 선박 한 척에 싣는 양이 줄면서 같은 물량을 운반하려면 더 많은 선박과 운항 횟수가 필요하다. 로테르담∼카를스루에 구간 탱커 운임은 6월 말 톤당 45유로에서 7월 중순 90∼100유로까지 상승했다. 물류업체 콘타르고는 카우프 수위가 40㎝ 이하일 때 컨테이너당 저수위 할증료를 20피트 1,075유로, 40피트 1,280유로로 책정했다. 수위에 따라 운송을 보장할 수 없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생산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티센크루프스틸은 로테르담에서 뒤스부르크 제철소로 하루 약 5만 톤의 철광석과 석탄을 운송해 왔지만, 저수위로 자체 바지선 운항을 중단했다. 대신 흘수가 얕은 외부 선박을 빌리고 있으며 원료 공급 부족에 대비해 용광로 생산량도 일부 줄였다. 추가 선박 확보에 따른 물류비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BASF와 코베스트로 등 라인강 인근 화학업체들은 2018년 가뭄 이후 저수위용 선박과 원료 재고를 확충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을 피하기 어렵다. 석유제품도 원유는 주로 송유관으로 들여오지만 정제 후 유통에는 라인강 의존도가 높다. 라인강 운송이 중단될 경우 하루 약 3,000대의 탱크로리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도와 도로는 비용이 높고 가용 운송 능력도 제한돼 바지선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독일 일부 주정부는 물류 병목을 완화하기 위해 주말·휴일 화물차 운행 제한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경제적 충격의 크기는 저수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달렸다. 2018년 라인강 저수위는 독일의 그해 3분기 국내총생산을 약 0.2%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킬세계경제연구소 연구진은 저수위가 한 달 내내 이어질 경우 다른 조건이 같다면 독일 산업생산이 약 1%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올해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독일 성장률을 최대 0.2%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는 아직 확정된 피해액이 아닌 시나리오성 추정치다.

독일 정부는 전국 하천과 지하수·토양 수분 정보를 통합한 저수위 정보시스템 NIWIS를 가동하고, 저수위용 선박 지원과 항로 개선, 철도·도로 연계 운송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슈테펜 빌거 신임 교통부 장관도 산업계와 항만·해운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단기 물류 대책과 장기적인 수로 적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저수위의 직접적인 원인은 장기간 이어진 고온과 강수 부족이다. 개별 가뭄을 곧바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단정하려면 별도의 귀속 연구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가 라인강 물류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유럽환경청은 건조 기간의 장기화와 산악 지역의 적설·빙하 감소가 라인강 같은 주요 하천의 유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인강 저수위는 이제 일시적인 운송 차질을 넘어 독일 산업의 구조적인 기후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얕은 흘수 선박과 재고 확충, 운송 수단 다변화, 정확한 수위 예측이 병행되지 않으면 비슷한 가뭄이 발생할 때마다 물류비 상승과 생산 감소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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