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위성영상과 항공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도시의 나무를 수종 단위로 지도화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단순히 도시의 녹지 면적이나 나무 수를 파악하는 데서 나아가, 수종별 생태적 기능과 도시환경 적응력을 고려한 폭염·생물다양성 대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교(VUB)의 로버 네인스(Robbe Neyns) 연구원은 여러 계절의 위성영상과 고해상도 항공사진을 결합해 도시 수종을 분류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네인스 연구원은 ‘수관 너머: 도시 수종 분류를 위한 딥러닝과 수분매개자 생태 및 도시 스트레스에 대한 나무의 계절적 반응’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다.
도시의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기온을 낮추고 대기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동시에 조류와 곤충에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한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보유한 수목대장은 도로변 가로수에 집중돼 있거나 최신 정보가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원과 사유지 등에 있는 수천 그루의 나무를 현장에서 일일이 조사하고 수종을 확인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네인스 연구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브뤼셀 수도권을 여러 시기에 촬영한 ‘플래닛스코프(PlanetScope)’ 위성영상과 초고해상도 정사항공사진을 결합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잎의 색과 개화·낙엽 시기, 수관의 형태와 질감 등이 수종을 구분하는 단서로 활용됐다.
도시지역에서 나무를 항공영상으로 식별하는 작업은 숲보다 복잡하다. 건물의 그림자가 나무를 가리고 서로 다른 나무의 수관이 겹치는 데다 도로와 지붕, 잔디 등 다양한 지표면이 배경으로 섞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해상도가 높은 항공사진에서 수관의 세부 형태를 읽고, 계절별 위성영상에서 각 수종의 연중 변화 양상을 파악하도록 모델을 설계했다.
2024년 국제학술지 ‘도시임업과 도시녹화(Urban Forestry & Urban Greening)’에 발표된 연구에서 영상 두 종류를 결합한 딥러닝 모델은 브뤼셀에서 가장 흔한 5개 수종을 전체 정확도 88%로 분류했다. 분류 대상을 표본이 500개 이상 확보된 13개 수종으로 확대했을 때 정확도는 84%였다.
이는 랜덤포레스트와 서포트벡터머신 등 기존 머신러닝 모델보다 각각 11%포인트와 10%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이 수치는 브뤼셀에서 비교적 흔하고 충분한 학습자료가 확보된 수종을 대상으로 얻은 결과다. 희귀종이나 형태가 비슷한 수종, 다른 기후·도시 환경에서도 같은 정확도가 유지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네인스 연구원은 개발한 기술을 도시 생물다양성 조사에도 적용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에서는 버드나무 꽃가루에 크게 의존하는 야생벌 ‘안드레나 바가(Andrena vaga)’의 서식 조건을 분석하기 위해 버드나무 분포를 지도화했다.
연구진은 AI로 파악한 버드나무의 위치와 야생벌의 둥지 관찰자료, 주변 환경 정보를 결합해 적합한 서식지를 예측했다. 이를 활용하면 야생벌 둥지 주변에서 버드나무를 보전하거나 새로 심고, 먹이원이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는 등 도시 수분매개자 보전계획을 세울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버드나무 분포만으로 야생벌 서식지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토양의 종류와 다른 종과의 경쟁, 실제 꽃가루 생산량 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장조사와 추가 생태자료가 함께 필요하다.
수종별 지도는 도시 열과 대기오염, 불투수 포장면 등이 나무의 계절적 생장주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도 활용됐다. 수종을 구별하지 않고 도시 녹지를 하나의 식생으로만 분석하면, 기온 상승에 따른 변화와 수종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된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수종 정보를 결합하면 어떤 나무가 고온과 건조, 대기오염, 포장면 확대에 상대적으로 잘 견디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여름철 폭염과 가뭄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도시가 어느 지역에 어떤 수종을 심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수종에 편중된 도시숲은 병해충이나 극한기후에 한꺼번에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다양한 수종을 무조건 늘릴 경우 지역의 토양과 수분 조건에 맞지 않거나 꽃가루 알레르기,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냉각 효과뿐 아니라 건조 내성, 생물다양성 기여도, 물 수요와 관리비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AI 수종 지도는 현장 수목조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조사 범위를 넓히고 갱신 주기를 단축하는 보조 수단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지역에 적용하려면 정확한 수종 표본과 현장 검증자료를 확보해야 하며, 나무의 건강 상태와 생태적 기능도 원격영상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도시 전체의 수종 분포를 반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 적응형 도시숲 조성과 생물다양성 관리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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