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적도 태평양에서 발달한 엘니뇨가 올해 말 매우 강한 수준으로 강화돼 2027년까지 세계 각지의 홍수와 가뭄, 폭염 위험을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엘니뇨는 올해 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수량과 기온, 농업·어업 등에 미치는 영향은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WMO는 현재의 발달 추세가 계속되면 약 40년간 운영해 온 엘니뇨 감시체계에서 가장 강한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엘니뇨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며 농업과 어업, 보건, 에너지, 수자원 및 재난관리 분야가 즉각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강한 엘니뇨가 지역사회와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예보와 조기 대응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엘니뇨가 빠르게 대형화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극한기상의 위험지대”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중부와 동부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전 세계의 바람과 기압, 강수량 분포에 변화를 일으키는 자연적인 기후현상이다. 일반적으로 2∼7년마다 발생하며 약 9∼12개월간 지속된다.
WMO에 따르면 엘니뇨 감시의 핵심 지표인 ‘니뇨 3.4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2026년 5∼7월 평균이 평년보다 1.5도 높았고, 7월에는 편차가 2.0도까지 확대됐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주간 관측값은 평년보다 2.2∼2.6도 높았다.
일부 해역에서는 7월과 8월 초 해수면 아래의 수온이 평년보다 8도 이상 높은 곳도 관측됐다. 사울로 사무총장은 이를 엘니뇨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거대한 해양 열 저장고로 설명했다. 강화 흐름은 11∼12월께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WMO는 9∼11월 세계 거의 모든 육지에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강수량도 열대 태평양과 인도양,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 강한 엘니뇨의 전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엘니뇨의 강도만으로 특정 지역의 재난 규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WMO는 강조했다. 실제 영향은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며, 인도양 쌍극자와 열대 대서양의 수온 상태 등 다른 기후 요인의 영향도 받는다.
엘니뇨 자체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 활동으로 이미 따뜻해진 지구의 기후 위에 엘니뇨의 자연적인 온난화 효과가 더해지면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등 극한기상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2023∼2024년의 강한 엘니뇨는 2024년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되는 데 영향을 줬다. 해양에 축적된 열은 대기로 천천히 방출되기 때문에 엘니뇨가 정점에 도달한 다음 해에 지구 평균기온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유엔 기구들은 엘니뇨에 따른 인도주의 위기에 대비해 조기 대응에 나섰다. 국제이주기구(IOM)는 가뭄과 홍수, 극심한 더위로부터 490만명을 보호하기 위해 1억1000만달러의 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IOM은 이 재원으로 주민 중심의 조기경보체계를 강화하고, 재난에 따른 이주 위험이 큰 지역사회를 지원할 계획이다. 구호물자 사전 배치와 비상계획 마련, 불가피한 경우 주민들의 안전한 이동을 지원하는 사업도 포함됐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식량위기가 더 광범위하게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식량 사정이 불안정한 45개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급성 식량불안 인구가 약 2억2500만명에서 2억7400만명으로 22% 증가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특히 중앙아메리카와 남부 아프리카, 동부 아프리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꼽혔다.
WMO는 강한 엘니뇨가 반드시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각국이 국가 기상기관의 지역별 전망을 토대로 조기경보와 선제적 구호·방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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