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덮치는 사막 먼지 10년 새 증가하면서 건강·태양광 발전 위협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7-16 22: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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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유럽에서 교통과 산업, 가정 난방 등 인간 활동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감소하고 있지만,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날아오는 사막 먼지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폴셰러연구소(PSI)가 유럽 전역 100여 개 측정소의 10년간 관측자료와 대기 모델, 인공지능(AI)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남유럽의 평균 사막 먼지 농도는 중부·북부 유럽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막 먼지는 지난 10년 동안 지역에 따라 10~2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변화하는 기후 속 증가하는 먼지 오염이 유럽의 대기질을 위협한다’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범유럽 대기 관측망을 통해 지난 10년간 100개 이상의 측정소에서 수집한 지상 미세먼지 자료를 분석했다. 유럽에서 발생한 사막 먼지 이동 현상 약 500건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분석 결과 남유럽의 평균 사막 먼지 농도는 공기 1㎥당 5.3㎍으로 나타났다. 중부와 북부 유럽의 평균 농도인 2.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유럽의 사막 먼지 농도는 조사 기간 약 0.5㎍/㎥ 증가했다. 지역별 기존 농도를 고려하면 약 10~25% 늘어난 수준이다. 사막 먼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지역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이었다. 연구진은 프랑스 서부에서도 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마드 엘하다드 PSI 연구원은 “사하라에서 발생한 기단이 대서양 쪽으로 이동한 뒤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유럽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대기질 측정소는 장기적인 변화를 분석하기에 관측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알프스산맥 콜레 그니페티 빙하의 빙핵 자료를 분석했다.

빙핵은 해마다 쌓인 눈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당시 대기 중 먼지와 화학물질을 보존한 기록이다. 콜레 그니페티 빙하에 축적된 먼지를 분석한 결과 이 지역의 사막 먼지 농도는 산업화가 진행된 최근 약 150년 동안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세먼지에 포함된 알루미늄을 사막 먼지를 식별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했다. 사막에서 발생한 광물성 먼지에는 알루미늄이 비교적 풍부하게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도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칼슘 함량이 높고, 교통과 가정 난방 등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입자는 그을음과 탄소 성분이 두드러진다. 연구진은 이러한 화학적 특성을 종합해 지상에서 관측된 미세먼지의 발생원을 구분했다. 이번 연구에서 사하라사막과 아라비아사막의 먼지를 유럽으로 운반한 폭풍의 발생 횟수 자체는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개별 먼지 이동 현상의 강도가 커지면서 한 번에 유럽으로 운반되는 먼지의 양이 늘었다.

연구진은 북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의 건조화와 대기순환 변화가 먼지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변화한 대기 흐름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 방향으로 더 강한 바람을 형성하면서 먼지 운반량을 늘렸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사막 먼지 증가를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유럽의 사막 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기존 역학연구 결과도 종합했다. 사막 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때 진폐증과 천식, 만성기관지염 등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광범위한 장기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반면 사막 먼지 농도가 높은 날 단기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기존 연구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확인됐다. 고농도 먼지 발생일에는 평상시보다 심근경색과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막 먼지는 인간 활동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달리 발생원에서 직접 배출을 차단하기 어렵다. 자동차 배기가스나 굴뚝 연기,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입자는 규제와 기술개선으로 줄일 수 있지만, 광범위한 사막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먼지는 같은 방식으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도시 미세먼지 경보와 유사한 사막 먼지 고농도 예보·경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폐질환자와 고령자 등 민감계층이 먼지가 심한 날 외부 활동을 줄이고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막 먼지 증가는 유럽의 태양광발전에도 새로운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공기 중 먼지는 햇빛을 산란·흡수해 지표에 도달하는 일사량을 줄이고, 태양광 패널 표면에 쌓여 발전효율을 떨어뜨린다.

대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는 먼지로 인한 출력 저하뿐 아니라 패널 세척과 유지관리 비용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물이 부족한 남유럽 건조지역에서는 잦은 패널 세척이 추가적인 물 사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사막 먼지의 이동과 농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전력사업자가 태양광발전량 감소에 대비해 다른 발전원의 출력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전력망에서 수급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유럽 전역의 장기 실측자료와 물리적 대기모델, AI를 결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 대기모델은 강한 사막 먼지 이동 현상을 예측하는 데는 비교적 우수하지만, 규모가 작은 먼지 유입을 놓치거나 지표면 부근의 실제 농도를 정확히 산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100개 이상의 측정소에서 확보한 자료를 AI에 학습시켜 관측소가 없는 지역의 먼지 농도를 추정했다. 이를 기존 물리모델과 결합해 유럽 전역의 지표면 사막 먼지 농도를 나타내는 고해상도 지도를 구축했다.

이 자료는 사막 먼지의 장기적인 건강영향을 조사하거나 고농도 경보체계를 개발하고, 태양광발전량 변화를 예측하는 후속 연구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사막 먼지 배출을 단기간에 직접 줄이기는 어렵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완화가 장기적으로 사막지역의 건조화와 먼지 발생원 확대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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