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암산의 생태 읽기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1-05-11 1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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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 [그림1] 불암산의 지리적 위치 <제공=이창석 교수>

바위의 의미를 갖고 있는 불암산은 산 전반에 걸쳐 암반이 넓게 펼쳐져 있다. 불암산의 해발고도는 508m이고, 서울의 북동쪽에 위치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중계동, 하계동, 공릉동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화접리에 걸쳐 있고, 남북으로 달리는 주능선이 서울시와 경기도 남양주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불암산은 수락산과 접해 있는 북사면을 제외하고 모든 사면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도시화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어, 남아있는 자연의 앞날이 몹시 우려된다(그림 1).

 

불암산의 저지대는 도시화지역으로 시작된다. 도시화지역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거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평지에서는 아파트단지가 중심 주거지 역할을 하고, 산지에 인접한 지역에서는 일반 주택이 주된 주거지 역할을 한다. 농경

▲ <제공=이창석 교수>

지도 부분적으로 나타나는데 과수원이 대부분 차지한다. 이는 먹골배로 알려진 이 지역의 배가 높은 상품가치를 갖고 있는데 기인한다. 면적이 좁은 서울에 면한 농경지는 대부분 농업의 형태이기 보다는 채소밭 가꾸기 수준의 농경문화의 흔적이다. 저지대의 조림지는 대부분 아까시나무 숲으로 이루어지지만 일부 지소는 은사시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저지대의 상수리나무 숲은 서사면에서는 중계동을 중심으로 성립해 있고 북사면과 동사면에서는 마을 주변에 성립하는 문화경관의 한 요소로서의 전형적인 위치에 넓은 면적으로 성립해 있다(사진 1). 저지대의 소나무 숲은 남동사면의 태릉 선수촌 주변을 중심으로 성립되어 있다(사진 2). 산의 중턱 이상에는 리기다소나무 숲, 신갈나무 숲, 그리고 소나무 숲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리기다소나무 숲은 이 산의 남쪽 부분, 신갈나무 숲은 북쪽 부분, 그리고 소나무 숲은 이 산의 정상이 위치하는 중앙부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들 숲 외에 이 산에는 굴참나무 숲(사진 3), 졸참나무 숲(사진 4), 갈참나무 숲(사진 5) 서어나무 숲(사진 6), 느티나무 숲, 오리나무 숲(사진 7) 등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오리나무 숲과 서어나무 숲은 삼육대학교 캠퍼스 뒤의 계곡에 한정 분포한다. 졸참나무 숲과 갈참나무 숲은 산지 계곡에 좁은 면적으로 출현하고 굴참나무 숲은 산중턱의 남사면 건조지에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다.

 

▲ <제공=이창석 교수>

이제 이 지역의 개관을 검토하였으니 이곳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생태여행을 떠나 보기로 하자. 이 산 남동쪽에 위치한 삼육대학교 입구는 평지에 가깝다. 정문 서쪽의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주변에는 갈참나무 숲이 성립해 있고, 그 주변으로 상수리나무가 많이 섞여 있다(사진 8). 정문 동쪽과 그 앞의 구릉지에는 일부 과수원이 남아 있다. 정문을 거쳐 캠퍼스 안으로 접어들면 캠퍼스 건물과 운동장을 제외한 부분이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 캠퍼스 안으로 걸어가며 도로 오른쪽에는 소나무 숲이 펼쳐지고(사진 9), 왼쪽에는 서어나무를 위주로 하는 활엽수림이 울창하다(사진 6). 얼마를 가면 대학본부로 가는 길과 산으로 가는 갈래 길이 나오는데, 우리의 산행은 산으로 가는 왼쪽 길을 택하기로 하자. 이 길에서도 여전이 왼쪽으로는 서어나무 숲이 이어진다. 조금 더 가면 이제 오른쪽에서도 건물이 들어선 공간이 끝나고 조그만 동산이 나타나는데 이곳 역시 서어나무 숲으로 덮여 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숲이기에 더욱 반갑다. 서어나무의 줄기는 회백색이고 울퉁불퉁하여 근육이 발달한 사람의 팔이나 다리를 보는 것 같다. 잎은 타원형이고 그 가장자리에는 잔 틈이 많은데, 전문용어로는 거치라고 한다. 거치는 큰 거치가 있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거치가 위치하는데, 이 작은 거치의 수로 서어나무와 개서어나무를 구별한다. 그러나 개서어나무는 남부지방에 분포하고 이곳에는 서어나무만 분포하니 그 구별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서어나무 숲으로 덮인 작은 동산 왼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커다란 갈참나무가 나타나고 그 앞으로 난 개울에는 다리와 물레방아가 설치되어 있다. 그 옆으로는 오리나무 성숙목이 줄지어 서 있다(사진 10). 이 오리나무 띠는 그 위로도 상당한 길이로 이어지고 있다. 등산로는 오른쪽의 오리나무 띠와 왼쪽의 서어나무 숲 사이로 나 있다. 서울에서는 가장 귀한 두 숲 사이로 난 이 등산로를 걷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일 듯싶다. 이 길은 특히 습기가 많아 한 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을 때는 이 숲도 훼손될 수 있으므로 독자들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고 싶다. 이 길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기 직전에 오른쪽으로 작은 습지가 나타나고 그곳에는 버드나무, 달뿌리풀, 개찌버리사초 등 습한 지소에 출현하는 식물들이 어울려 있다. 그 위쪽으로 물을 가둔 저수지가 보인다. 그 규모와 기원을 따지지 않을 때 산중 호수쯤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저수지를 막은 둑에는 개벚나무가 심어져 있고 저수지 주변에는 서어나무 숲, 소나무 숲, 신갈나무 숲 등이 나타난다. 서어나무 숲은 저수지로 물이 유입되는 계곡을 중심으로 성립되어 있다. 저수지 안이나 그 가까이에 나는 식물을 찾아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언제나 허사이다. 사실 이곳에 수생식물은 전혀 없다. 그 원인은 저수지 주변 토양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보는 저수지의 토양 입자와 다르게 그 입자가 너무 거칠다. 이러한 거친 토양은 이 지역의 모암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것과 산지 사면에서 비교적 짧은 사면장의 중간에 위치한 저수지의 위치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수생식물이 없는 것은 주변에 그러한 식물을 공급할 공급원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저수지를 만든 둑이 너무 견고하게 만들어져 그 아래로 난 개울과 단절되고 그 개울도 캠퍼스를 지나며 아래쪽의 개울과 단절된 것이 수생식물 공급경로를 끊은 결과가 된 셈이다.

 

▲ <제공=이창석 교수>

최근 서울시와 노원구의 재정지원으로 태릉 유아 숲 체험원이 조성되고 몇몇 식물들이 도입되었는데 이름도 틀리게 달고 있고 위치에 적합하지 않은 식물이 도입 되어 어린 아이들에게 그릇된 개념을 심어주지 않을까 염려된다. 선진화된 환경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사진 11).

▲ <제공=이창석 교수>

이 저수지를 지나고도 계곡으로는 서어나무 숲이 얼마간 더 이어진다. 주변의 산지사면은 대부분 신갈나무 숲(사진 12)으로 덮여 있다. 그러나 나무의 크기로 보아 그 수령은 오래되지 않은 편이다. 능선에 접근하여 이 신갈나무 숲이 끝나면 리기다소나무 숲이 나타난다(사진 13). 토양입자가 거칠어 물과 영양분이 부족한 관계로 식물의 생

▲ <제공=이창석 교수>

육상태는 좋지 않다. 게다가 대기오염의 직·간접적 영향과 인간의 간섭이 겹쳐 서울을 향한 사면 상부와 등산로 주변에서는 팥배나무가 점점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 면적 때문에 식생도 상에는 모두 리기다소나무 숲으로 표시하였지만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까시나무 숲도 종종 나타난다. 아까시나무 숲 역시 생육상태가 좋지 않고 팥배나무가 세력을 넓혀가는 모습까지 유사하다.


대형으로 노출된 암반이 많은 이 산에서 암반 주변에는 소나무 숲이 주로 성립한다(사진 14). 소나무 숲에 출현하는 종들은 이러한 소나무 숲 성립지소의 특성을 반영하여 건조한 지소에 자주 출현하는 노간주나무, 참싸리, 새, 병꽃나무, 참억새 등의 출현빈도가 높다(사진 15). 또 능선부 내지 사면 상부라는 지형적 특성 상 팥배나무의 출현빈도도 높다(사진 16).


이 산의 정상으로 접근하면 소나무 숲이 늘어난다. 그러나 때로는 암반을 중앙에 두고 암반과 암반 사이의 틈에 몇 안 되는 다른 식물들과 성립해 있는 경우도 있어 식피율은 높지 않다.


소나무 숲을 지나 정상을 향해 갈수록 토양의 두께는 점점 더 얇아지고 이러한 변화에 따라 식생의 종류도 변한다. 소나무 숲 다음에는 팥배나무가 중간 키 나무와 작은 키 나무의 중간 수준의 높이로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을 지나고 나면, 작은 키 나무인 참싸리가 우세한 식물집단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더 올라가 정상부분에 이르면 새가 중심이 되고 풀들이 주로 모인 식물 집단이 나타난다. 풀들 사이로 노간주나무, 병꽃나무 참싸리 등도 가끔 보이지만 그들의 높이는 풀들과 다르지 않다(사진 15).

 

▲ <제공=이창석 교수>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계곡과 능선으로 식생의 차이가 뚜렷이 구분된다. 계곡으로는 신갈나무 숲이 주로 보인다. 눈을 돌려 북사면을 보면 신갈나무 숲이 더 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이 더 습한 사면이기에 천이가 보다 빨리 진행된 데 따른 것이다. 북사면과 동사면을 볼 때 신갈나무 숲 보다 아래쪽으로 신갈나무보다 다소 연한 색을 띤 숲의 띠가 보인다. 그 폭이 대체로 균일하게 나타나는데, 신갈나무 숲보다 키가 커 보이고 수형 또한 달라 보인다. 마을 주변에 전형적으로 성립되는 상수리나무 숲이다. 동쪽 방향을 보면 그 주변으로 리기다소나무 숲과 아까시나무 숲도 보이고, 논, 밭, 그리고 과수원도 이 지역에서 보이는 전원풍경의 중요한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사진 17). 크게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위와 같은 세트가 정형화 되어 있고 그 모습이 세월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볼 때, 이러한 모습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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