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수돗물은 대부분의 시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공공재다. 하지만 시민들이 마시는 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도달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지하에 매설된 상수도 관망 내부의 상태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관리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3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100세 시대, 상수도관 동맥경화 혁신 기술로 답하다" 정책토론회에서는 상수도 관망 내부에 축적된 침전물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관세척’의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노후 상수도 인프라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관세척을 일회성 작업이 아닌 상수도 관리의 핵심 정책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100년 가까이 사용된 수도관…노후 인프라 현실
국내 상수도 인프라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에 대규모로 구축됐다. 그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설치된 지 80년 이상 된 수도관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관로는 100년에 가까운 사용 연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장기간 사용된 관로 내부에는 녹, 슬라임, 모래, 자갈 등 다양한 침전물이 축적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은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관 내부 유속 변화나 공사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수돗물로 유입될 경우 탁도 증가나 적수 발생 등 수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관세척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다양한 이물질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관로에서는 녹이 심하게 축적된 ‘녹버섯’ 형태의 침전물이 발견되거나 공사 과정에서 유입된 모래와 자갈이 오랜 기간 쌓여 있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신설 관로에서도 시공 과정에서 유입된 공사 잔재물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성 커지지만 낮은 관세척 시행률
상수도 관세척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의 시행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전체 송수관로 가운데 세척이 진행된 구간이 20% 미만에 그치는 사례도 있다. 관세척이 적극적으로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단수 발생에 따른 민원 우려, 예산 부족, 기술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5년간 관세척 용역 발주 현황(나라장터)을 보면 2021년 41건(330억), 2022년 81건(390억), 2023년 20건(50억), 2024년 32건(78억), 2025년 64건(155억)으로 나타나지만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국가보조금 및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매 10년 이내 1회 이상 관세척 시행" 규정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세척 사업은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관로 길이와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연간 수십억 원 수준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재정 부담 때문에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단순 플러싱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플러싱만으로는 관 내부 깊숙이 쌓인 침전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며 보다 체계적인 세척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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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물질이 껴 있는 관 내부 모습 |
관세척 기술도 다양화
현재 상수도 관세척에는 여러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고속 수류를 이용해 침전물을 제거하는 ‘플러싱(Flushing)’ 방식이 있다.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지만 제거 효율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외에도 압축공기와 물을 혼합해 침전물을 제거하는 ‘맥동류 세척’, 스펀지나 고무 피그를 관 내부에 투입해 물리적으로 오염물을 제거하는 ‘피그 공법’ 등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얼음 슬러리를 이용해 관 내부 오염물을 제거하는 ‘아이스피그’ 방식도 일부 국가에서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기계식 관세척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척 이후 관리도 중요
관세척은 단순히 관 내부를 청소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세척 이후 수질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관세척 과정에서 침전물이 제거되면 일시적으로 탁도 증가나 잔류염소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세척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수질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관세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수에는 침전물과 잔류염소가 포함될 수 있어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처리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관세척을 단순한 유지보수 작업이 아니라 상수도 관리 정책의 핵심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수도관 매설 이후 일정 기간 내 최소 한 차례 세척을 권고하는 제도는 존재하지만, 재정과 운영 여건 등의 한계로 현장에서 충분히 시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관세척 표준 매뉴얼 마련, 세척 효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 시스템 구축, 배출수 처리 기준 정비, 개발사업 준공 전 관세척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와 도시 인프라 노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수도 관망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척이 정기적인 유지관리 체계로 자리 잡을 경우 수돗물 수질 안정성 확보와 적수 사고 예방, 시민 신뢰 회복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인프라 관리의 중요성
수돗물 공급 인프라는 지하에 숨겨져 있어 평소에는 존재를 인식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안전성과 신뢰성은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다. 관세척을 포함한 체계적인 관망 관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안전한 수돗물 공급이 가능해진다. 노후 상수도 인프라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보이지 않는 수도관 속을 들여다보는 관리 정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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