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법 구조변경 판매사례 |
[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보관도, 내다 버리는 일도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이용해 버려야 하고 악취와 감염 등의 우려로 음식물쓰레기 건조기나 분쇄기 등의 제품을 설치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특히 신규 입주아파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방용 오물분쇄기(Disposer, 이하 디스포저)’와 관련된 오남용으로 이웃 간의 피해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불량 디스포저 사용으로 배출 규정을 어긴 오물이 하수관 막힘 현상뿐만 아니라 이웃집 주방 바닥으로 역류하는 등의 사고가 빈번하다. 그렇다고 실효성 없는 단속만이 능사일 수는 없다.
분쇄회수방식 디스포저가 문제
디스포저는 분쇄회수방식과 미생물액상발효소멸방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분쇄회수방식은 이름처럼 80% 이상은 소비자가 회수하여 별도 처리해야 한다. 미생물액상발효소멸방식은 음식물찌꺼기를 미생물 처리조 내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고 액상화할 필요가 없으나 살아 있는 미생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대부분 분쇄회수방식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음식물류폐기물의 분리배출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한해 500만 톤이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10% 정도인 50만 톤만 재활용된다. 2005년부터 음식물류폐기물을 땅에 묻는 게 금지되면서 전국적으로 예외 없이 적용됐다. 악취와 배출과정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음식물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간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는 방식과 배출량에 상관없이 동일한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지자체별로 다르게 운영되다가, 2013년 6월부터 무선주파수 인식방식(RFID)을 이용한 음식물류 폐기물 종량제가 시행됐다. 이때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집 밖의 분리수거통까지 들고 나가야 하는 불편이 시작된 셈이다.
이러한 분리배출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주방에서 디스포저 사용이 제한적으로나마 허용됐다. 그러자 많은 업체가 생산과 유통에 뛰어들었다. 이후 판매된 제품을 설치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개·변조를 거친 뒤 가정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문제가 빚어졌다. 이에 환경부는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판매·사용금지’ 고시를 제정했다. 이는 ‘디스포저’ 금지령으로써 일부 인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하수관로와 공공하수처리시설 등 제반여건이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를 운반하고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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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구조변경 판매사례 여전
법 규정대로 디스포저는 기계에 투입한 음식물 중 80% 이상을 2차 처리장치로 회수할 수 있어야 환경부 인증을 얻을 수 있다. 제작 및 설치업체가 환경부 인증을 받은 내용과 다르게 설치할 경우 2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판매한 업체뿐만 아니라 음식물 분쇄기를 불법 설치한 가정에도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국상하수도협회 인증팀 관계자는 “협회가 인증한 96개 제품만 사용 가능하며, 인증표시가 없거나 일체형이 아닌 제품,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가 20% 이상 하수관으로 배출되는 디스포저는 모두 불법제품에 해당하므로 판매·사용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홈쇼핑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는 현행 법령에 어긋나게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 포털사이트에서 ‘음식물 분쇄기’라고 검색할 경우 상단에 노출되는 제품은 국내 홈쇼핑 업체의 온라인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환경부 인증까지 받은 제품이라고 광고하는 경우 50만 원이 넘는 고가에 팔리는 제품이 다수였다. 다양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시중에는 2차 처리기가 제거됐거나, 거름망 조작 등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해 판매하는 사례가 여전했다.
디스포저는 일반적으로 싱크대와 직접 연결돼 음식물을 잘게 부수는 역할을 맡는 1차 분쇄기와 분쇄된 찌꺼기를 회수하기 위한 2차 처리장치 구조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실제 제작 및 설치업체들은 쓰레기 회수를 위한 2차 처리장치를 떼어낸 채 설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분쇄 고형물 자원화 시범사업
문제는 단속 실효성이다. 가정집 등 사적 공간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단속이나 사후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불법 주방용오물분쇄기 판매·사용 근절을 위해 한국상하수도협회와 함께 지난해 12월부터 관내 제조·판매업체를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 환경부는 분류식 관로 정비 등 하수도여건, 사회적 허용요구 급증 등을 고려하여 제한적 허용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로 제한적 허용방안을 추진함으로써 국민불편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의 정책 방향은 인증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한 관련규정 상위법령화 등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8년부터 정부인증제도에 대한 신뢰성 확보 및 분쇄기 인증제도 관리체계 정비 등을 위해 현행 고시로 운영 중인 인증제도를 법제화하고, 불법제품 유통방지를 위한 ‘주방용 오물분쇄기 설치업’ 도입을 검토(장기추진)해오고 있다. 4월부터는 불법 디스포저 유통근절을 지도·점검 추진 및 홍보강화 등 시민단체를 활용하여 불법제품 활용실태 조사·홍보 및 전국단위 단속 및 계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거형태 변화에 따른 음식물 찌꺼기 배출방법 개선과 하수도 영향 및 분쇄 고형물 자원화 가능성 검토를 위한 시범사업도 추진 중이다.
음식물류폐기물 자원순환형 시스템 구축
그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6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토지주택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음식물류폐기물 자원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로 ‘디스포저를 이용한 음식물 퇴비화 시범사업’으로써 ‘스마트리사이클링시스템’이다. 가정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디스포저를 이용해 100% 분쇄하여 배출하되, 하수관로에 내보내기 전 지하 또는 별도 공간에 모아서 고체 성분과 액체를 분리(고형물 80% 회수 수준)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때 발생한 고형물은 음식물 자원화 시설을 통해 퇴비화하여 단지 내 조경, 텃밭 등에 사용한다.
이러한 시범사업으로 LH공릉 행복주택과 LH도안20BL 행복주택 등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2년간 진행했다. 현재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현행 제도를 발전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하여 실제 사업을 수행한 LH토지주택연구원의 구체적인 설명을 오정익 연구위원의 기고를 참고하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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