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감염병에 대한 장기적 대응 전략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3-01-11 14: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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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전염병 전문가 Jonna Mazet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야생에서 인간으로 옮겨올 수 있는 인수 공통 감염(zoonotic) 바이러스를 50만종 정도로 추산했다. 그 중 우리가 밝혀낸 것은 0.2%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모르는 바이러스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는 또 다른 바이러스 감염병은 오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언제 어디서 터지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를 비롯한 감염병 학자들은 ‘바이러스가 퍼지는 게 아니라, 인간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고 말하고 있다. 즉 그들은 바이러스는 오랜 기간 자연 속 자신의 영역에 존재해왔고, 인류와는 다른 영역에 존재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인간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초래한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기후변화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생물다양성이 교란되며, 자연 속 그들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바이러스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숙주인 인간으로 옮겨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최근 천에서 강으로 승격한 미호강에 많은 철새들이 머물고 있다.


생물의 분포를 결정하는 데는 기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 기후가 지금 빠르게 변화하면서 생물의 분포 범위와 상호작용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생태학자는 물론 감염병 학자들도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바이러스 확산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Jonna Mazet 교수를 비롯한 감염병 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원인을 박쥐의 생활 환경 및 활동 부산물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접근 및 그 고기를 시식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감염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생물학적 상호작용의 변화에서 감염의 배경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중간 숙주 제거 문제에 대해서는 그들이 발휘하는 여러가지 생태적 서비스 기능을 고려하였을 때 그들의 제거는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이 박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공존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생존환경으로서 자연생태계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이 바이러스 확산에 도움이 되는 길로서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를 비롯한 바이러스 감염병 전문가들은 감염병 발발의 원인을 바이러스 그 자체로 보는 게 아니라 인간과 바이러스 또는 바이러스의 생활 영역과 인간의 생활 영역 간 관계의 문제로 보고 있다. 그들은 바이러스 연구의 최종 목표는 인간과 바이러스가 각자 공존할 수 있도록, 인간의 사회·경제적 활동으로 망가진 자연의 체계를 교정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 미호강은 전형적인 모래하천으로 다양한 미지형이 갖추어져 있고 수변식생도 발달해 있다. 이러한 생태계다양성이 철새들이 먹이를 획득하는 공간, 쉼터, 목욕하는 공간 등으로 기능하며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많은 철새들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특히 하천은 생태적으로 매우 동적인 공간으로 천이 초기 식물이 많아 새를 비롯해 야생의 동물들에게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철새도래공간을 이처럼 생태적으로 풍요로운 공간으로 갖추어 줄 때 새들은 그들의 영역을 넘어 우리들이 가축을 사육하는 공간을 넘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자연의 영역과 우리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여 지켜 내며 공존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유네스코가 제안한 인간과 생물권보호지구 관리체계를 활용하면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체계는 엄격한 보호가 필요한 핵심구역 (core area)을 완충지대 (buffer zone)와 전이지대 (transition zone)로 에워싸 철저히 보호하는 체계이다. 같은 체계를 인간의 영역에도 적용하여 도시와 같은 인간의 영역을 또 하나의 핵심구역으로 정하고 그곳을 그린벨트와 같은 완충지대로 에워싸 그 영향의 외부 확산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러한 체계를 우선 조류인플루엔자 확산방지대책으로 적용해 볼 것을 권장한다. 철새도래지 주변을 숲 띠로 에워싸는 것이다. 그리하여 철새들에게는 보다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여 그곳에 머물게 하고 나아가 우리에게는 혹시 그들로부터 오게 될 지도 모르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 줄 완충지대를 확보해 주는 것이다. 철새도래지는 습지이고 그러한 곳은 우리가 필요한 용도의 토지로 전환하기 전에는 본래 수변식생대라는 완충지대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곳의 본래 모습을 돌려주어 자연은 더 자연다워지고 우리는 혹시 자연으로부터 옮겨 올지도 모르는 감염병을 대비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제안을 감염병 학자들도 이미 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감염병 전문가 Jonna Mazet 교수는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각국이 치른 비용의 단 2%만 투자하여 황폐화된 숲을 복원하여도 ‘전염병 X (미래의 전염병)’ 발발을 4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원을 제공하는 자연의 제 모습을 찾아 주고, 이를 통해 우리의 생활환경도 안전하게 지켜내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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