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녹색 중심이 북동쪽으로? 위성이 포착한 녹화 물결의 이동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2-24 22: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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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독일 통합생물다양성연구센터(iDiv)·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UFZ)·라이프치히대가 주도한 연구팀이 지구 식생의 ‘푸르름(녹색도)’이 계절마다 오가며 형성하는 녹색 물결의 중심이 장기적으로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위성 관측과 모델 데이터를 결합해 지구 표면의 녹색 분포를 하나의 질량 중심(center of mass)으로 환산해 추적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지구 식생의 건강과 활동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녹색도(leaf greenness)를 전 지구적으로 모아, 마치 지구본 표면 곳곳에 ‘녹색 잎을 나타내는 작은 무게추’를 달아놓은 것처럼 가정했다. 그런 뒤 지구본을 물에 띄우면 무게가 쏠린 방향, 즉 질량 중심이 아래를 향하듯, 지구 식생의 분포도 특정한 ‘녹색 중심’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수석 저자 미구엘 마헤차(Miguel Mahecha) 라이프치히대 교수는 “완벽한 지구본에 녹색 잎을 나타내는 무게추를 붙인 뒤 물에 띄우면 질량 중심이 항상 아래를 향한다는 상상을 해보라”며 새 접근법의 직관을 설명했다.

분석 결과, 지구의 녹색 중심은 계절 변화에 따라 매년 북쪽과 남쪽 사이를 파동처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파동의 방향과 속도를 추적해, 녹색 중심이 7월 중순에는 아이슬란드 인근 북대서양 부근의 최북단에, 3월에는 라이베리아 해안 인근의 최남단에 위치하며 왕복 진동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대목은 장기 추세다. 수십 년 단위로 녹색 물결의 변화를 들여다보니, 계절과 무관하게 일관된 북쪽 이동이 감지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연구진의 예상과 달리, 남반구 여름철에 뚜렷한 남쪽 이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마헤차 교수는 “우리에게는 엄청난 놀라움이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가능한 설명으로 북반구에서 성장기가 길어지고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식생이 더 오랫동안 푸름을 유지하고, 그 효과가 연중 전 지구 평균의 ‘녹색 중심’을 북쪽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가설로, 연구팀은 후속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녹색 중심은 북쪽 이동과 함께 동쪽으로의 이동도 뚜렷했다. 연구진은 이 패턴이 인도·중국·러시아 등 동부 유라시아 지역에서 관측되는 녹화(식생 증가) 핫스팟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즉, 특정 지역에서 식생이 빠르게 늘거나 더 오랫동안 유지되면, 전 지구 녹색 분포의 ‘무게 중심’도 그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는 지구 녹화가 단순히 “식물이 늘었다”는 현상을 넘어, 인간 활동이 주도하는 지구 시스템 변화의 한 축임을 강조한다. 연구진은 주요 동력으로 ▲대기 중 CO₂ 증가에 따른 ‘비료 효과’(광합성 촉진) ▲기온 상승으로 인한 다수 지역의 성장기 연장을 꼽았다. 녹화는 기후 변화·생물다양성 변화와 마찬가지로, 자연 변동성에 더해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가 결합되며 전 지구 규모로 나타나는 징후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녹색 중심’ 추적이 단순한 시각화에 그치지 않고, 기후-생물권 상호작용, 토지 이용 변화, 산불 역학, 가뭄, 동물 이동 등 서로 다른 지구 변화 요소들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엮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계절적 녹화의 방향과 속도를 정량화하면, 지구 생명체 표면이 온난화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되는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새 방법이 “따뜻해지는 세상에서 지구의 ‘살아 있는 표면’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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