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책임 하늘인가 사람인가

편집국
eco@ecomedia.co.kr | 2006-10-21 16: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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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장마철만 되면 홍수 피해와 원인을 진단하는 보도들이 연일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린다. 홍수 피해의 원인이 ‘인재’냐 ‘천재’냐의 2지선다형으로 주어지고 정답은 주로 ‘인재’로 모아지는 것도 매번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홍수 피해가 ‘천재’ 라면 인간은 자연의 변덕과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거나 정 억울하면 하늘에다 대고 항의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재’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홍수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집중호우로 안양천 둑이 무너져 수해피해를 입은 양평동 주민 253명이 26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공사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양평동 한신아파트 입주상인과 양평 2동 주민들로 구성된 ‘양평동피해보상대책위원회’ 253명은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공사업체인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지하철 부실공사로 제방이 무너지게 한 책임이 있으며, 국가와 서울시는 각각 지하철 공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과 안양천 둑 관리의무를 다하지 못한데 대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며 “원고별로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27일자 한겨레 신문기사다. 양평동 주민들은 이번 홍수 피해의 책임이 하늘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양평동 주민들의 청구는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홍수 피해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소송은 양평동 주민들이 처음은 아니다. 그 중 잘 알려진 사건은 1998년경 중랑천 범람시 공릉동 주민들이 서울시와 국가를 상대로 책임을 물었던 경우로 안양천 사건의 향방을 중랑천 범람과 관련한 소송의 경과를 통해 알아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1. 사실관계
▷ 서울 특별시는 노원구 상계 및 중계 택지지구를 개발하면서 위 지역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중랑천 둔치에 동부간선도로를 건설하기로 기획하고 도로 및 하천정비공사를 시작, 1994. 2. 편도 3차선, 왕복 6차선으로 준공하였다.
▷ 도로는 둔치에 바로 설치하거나, 둔치가 낮은 곳은 하상(河床, 하천의 바닥)의 흙을 파서 둔치를 높인 후 시공하였는데, 한천교 부근은 하천이 심하게 꺾여 있는 만곡구간이어서 둔치를 곧바로 이용하여 도로를 건설하면 도로가 심하게 꺾이게 되므로 한천교 북쪽 자연제방의 3분의 2 가량을 깎아서 도로를 건설함으로써 도로의 곡선을 완만하게 하였다(도로 건설로 인하여 자연제방의 높이가 낮아지는 결과가 됨).
▷ 수해가 발생한 지역은 중랑천변 공릉1, 3동 지역으로 상습침수지역은 아니다.
▷ 수해사고가 발생한 구간의 좌우에는 자연제방이 있고, 한천교가 이 사건 사고구간 바로 하류를 가로지르면서 양쪽 제방 지역인 월계동과 공릉동을 연결하고 있으며 이 사건 사고구간 양쪽 제방 사이의 둔치에는 자동차전용도로인 동부간선도로가 건설되어 차들이 운행하고 있다.
▷ 수해 당시 중랑천 상류지역인 의정부에서는 6시간 동안 340mm, 그 중 2시간 동안에만 190mm의 비가 내렸는데 2시간 동안 기록한 190mm의 강우는 600년 만에 한번쯤 올 가능성이 있는 정도이고, 6시간 동안 340mm의 강우는 1,000년 만에 한번쯤 올 가능성이 있는 양으로 이는 우리나라 강우관측 역사상 최대값이다.

2. 사안의 쟁점

가. 도로의 건설로 인하여 수해의 위험성이 증가하였는지 여부
(1) 원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01. 6.22. 선고 2000나47875)
동부간선도로의 건설로 인하여 중랑천의 폭이 좁아지고 단면적이 감소됨으로써 수해의 위험성이 증가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2) 대법원(대법원 2003.10.23. 선고 2001다48057)
피고들이 도로건설로 둔치가 정비되고 도로가 포장됨으로써 흐르는 유속이 빨라져 오히려 계획홍수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도로의 건설로 다소 중랑천의 단면적이 감소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곧 수해의 위험성이 증대되는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할 수는 없고 이는 증거에 의하여 확정하여야 할 것이다.

나. 제방이 통상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었는지 여부
(1) 원심법원
사고지점에 대한 기존의 계획홍수위 산정이 도로 개설 후에도 여전히 적정한 것인지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사고구간의 지형이 병목처럼 되어 있어 다른 구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제방의 높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구간이라는 점,
사고구간 바로 하류부에 한천교가 건설되어 있어 교량상류부에 해당, 홍수시 이 사건 사고구간의 수위가 급격히 증가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고지점의 제방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제방이어서 건설교통부의 하천시설기준이 곧바로 적용될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위 하천시설기준에 따른 여유고의 확보는 필수적이라 할 것인데 이 사건 사고지점은 이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제방으로서의 용도에 따른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2) 대법원
하천 관리상의 특질과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하천의 관리청이 관계 규정에 따라 설정한 계획홍수위를 변경시켜야 할 사정이 생기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존재하는 하천의 제방이 계획홍수위를 넘고 있다면 그 하천은 용도에 따라 통상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후 그와 같은 하천이 새로운 하천시설을 설치할 때 기준으로 삼기 위하여 제정한 '하천시설기준'이 정한 여유고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이 계획홍수위를 훨씬 넘는 유수에 의한 범람은 예측가능성 및 회피가능성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재해로 보아 그 영조물의 관리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위 사건을 살펴보면 홍수피해의 원인에 대하여 대법원은 불가항력적인 재해 즉 ‘천재’로 본 반면, 원심은 ‘인재’라고 하여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1)
원심은 하천 주변의 도로건설은 하천환경의 변경을 피할 수 없고 이러한 인위적인 변경은 홍수 피해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은 특별한 증거 없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하천관리청은 도로건설로 인한 영향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도로건설로 둔치가 정비되고 도로가 포장됨으로써 흐르는 유속이 빨라져 오히려 계획홍수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라고 하여 하천환경의 인위적 변경이 오히려 홍수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천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건설행위들이 오히려 홍수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는 대법원의 견해는 옳은 것인가.
“과거 30년간 홍수로 인한 연평균 재산피해액은 10년마다 3.2배씩 증가하였는데 이는 집중호우의 증가도 원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천의 직강화화, 제방 및 고수부지 조성 위주의 치수사업의 한계이다2)”
최근 건교부의 고백이다. 홍수 피해의 반복을 끊기 위해서는 하천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인위적으로 다스리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공존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천을 인위적으로 개조하는데 노력을 경주해 온 건교부 스스로 하천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함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때 대법원의 위와 같은 태도는 시대에 맞지 않는 행보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홍수 피해의 책임을 지나치게 하늘 탓으로 돌리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이는 결국 홍수 피해에 대하여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게 함으로써 해마다 홍수피해가 반복되고 그 규모 또한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중랑천 사건에 비추어 안양천 사건은 이미 결론이 난 것일까. 중랑천 사례와 안양천 사례는 우선 구체적인 사정이 다르다는 점에서 성급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 제방범람으로 인하여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한 다른 사안에서는 교량 설치를 위하여 제방의 일부가 훼손되고 내수배제를 위해 설치한 배수문을 적시에 개방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이 인정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3)
그리고 중랑천 범람이 있었던 1998년경으로부터 8여년이 지난 현재 시대에 뒤진 대법원의 입장 변화도 기대해 볼 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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