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를 광범위하게 이용하는 생수업체나 주류업체가 입지한 지역, 잔디 유지용수용으로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취수하는 골프장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주변 주민들과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수 갈등의 주 쟁점은 누가 지하수를 이용할 수 있는지, 지하수를 이용할 권리는 무제한적인가 즉, 일방의 지하수 사용이 타방의 지하수 사용에 영향을 미쳐도 좋은가 등이다.
현행 하천법은 하천은 국유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수는 누구의 소유인지 지하수법에도 먹는물관리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지하수는 누구의 것으로 보아야 할까?
지하수는 자연자원이고 자연자원은 국유임을 전제로 하는 헌법에 비추어 보면 국가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토지 아래에 흐르는 물이니 지하수가 흐르는 토지를 소유한 사람의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가소유이든, 사인 소유이든 지하수를 소유 이용할 권리는 지하수를 원하는 대로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공사금지등가처분이의(대법원 1998.4.28. 97다48913)
사건의 개요
피신청인은 광천음료수 제조 및 판매업, 각종 음료수 및 식품판매업, 체육시설 운영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광천음료수를 제조·판매하기 위해 부산에 있는 한 임야에 지하수개발에 착공했다.
지하수개발 대상지인 임야는 부산의 주산인 황령산 남동쪽에 자리 잡은 금련산의 해발 61m 내지 85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금련산은 부산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고 그 기슭에 주택과 근린생활시설, 공공시설이 밀집하여 있어 부산시민들의 생활터전이 되고 있는 한편, 그 부존 지하수는 수질이 양호하여 그 일대의 주민과 공공시설이 지하수를 취수하여 음용수를 비롯한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음은 물론 그 밖에 금련산을 찾는 등산객들도 이 지하수를 이른바 약수로 이용하고 있다.
지하수 개발 예정지 일대는 원래 지하 50m 내지 100m 깊이에서도 음용수 등 생활용수용 지하수 취수가 가능하였으나 무허가 생수판매업소의 난립, 주택 및 공공시설의 급증 등으로 1995년에 들어서는 지하 300m 이하의 깊이 까지 굴착하여야 식수용 지하수를 취수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신청인들은 지하수 개발예정지로부터 약 300m 이내에 주택 등을 소유하여 거주하면서 지하 약 200m의 지하수를 개발하여 식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하였는데 1995년경부터는 지하 약 400m 지점까지 굴착하여 지하수를 취수하고 있다.
사건의 쟁점
-신청인들이 피신청인에게 지하수개발을 중지하라고 청구하는 것은 어떤 권리에 기한 것인가
-신청인들이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개발행위 중지 이외에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가
-신청인들의 권리행사에는 제한이 없는가
판결의 요지
▷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치고(민법 제212조), 지하수는 토지의 구성부분이므로, 토지소유자는 그 소유의 토지에서 개발하여 취수한 지하수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근 토지소유자들도 이 지하수 원천을 평등하게 이용할 지하수 이용권이 있다 할 것이므로, 토지소유자는 타인의 지하수 이용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그 소유토지에서 지하수를 개발, 이용할 수 있다.
▷ 함부로 지하수를 개발·이용함으로써 다른 지하수 이용권자의 지하수 이용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지하수 이용권자는 가해자인 지하수 이용자에 대하여 소유권에 기해 지하수 개발·이용 금지 등에 의하여 그 방해의 배제 또는 그 예방을 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용수권을 침해하는 경우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고 나아가 원상회복을 할 의무가 있다.
▷ 한편, 토지소유자 아닌 지하수 원천 이용자 역시 어느 한 토지소유자가 함부로 지하수를 개발·이용함으로써 그의 지하수 이용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가해자인 지하수 이용자에 대하여 위 각 규정에 기해 지하수 개발, 이용 금지 등에 의하여 그 방해의 배제 또는 그 예방을 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청인들은 토지를 소유하는 자들로서 각 그 토지의 지하에 흐르는 지하수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할 것이고 피신청인 역시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로서 그 지하에 흐르는 지하수를 취수하여 이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금련산에 부존하고 있는 지하수의 양은 한정되어 있고, 그 지하수는 금련산 주변 주민들과 황령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동의 자산이며, 한 곳에서의 과도한 지하수 취수는 다른 곳에서의 지하수 원천 사용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므로 피신청인은 생활상의 수요에 응한 정도의 취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탄산음료 및 먹는 샘물 제조판매업을 위하여 대량의 취수를 목적으로 취수공시설을 한 것이므로, 이는 신청인들의 비롯한 다른 공동의 지하수 이용권자들의 지하수이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앞선 질문에 대한 위 판결의 대답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지하수는 토지소유권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지하수는 토지소유자의 소유이다.
토지소유자는 그 지하에 흐르는 지하수를 취수하여 이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하수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 공동의 자산이기 때문에 한 곳에서의 과도한 지하수 취수가 다른 곳의 지하수 원천 사용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지하수 개발, 이용 금지하라는 청구와 더불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지하수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자. 바다로부터 증발된 물은 구름을 형성하고 적당한 조건이 구비되면 강수의 형태로 지상에 떨어지고, 지상에 떨어진 물의 일부는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일부는 지표면을 따라 흐르다가 하천으로 흘러들어 지표수가 된다. 땅속에 스며든 물은 식물성장에 일부 소요되고, 나머지는 서서히 하천으로 유출된다.
이처럼 지하수는 홀로 독립되어 존재하는 물이 아니므로 지하수는 하천의 수량 및 수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은 대수층의 기능을 상실케 할 뿐 아니라 하천수량에도 영향을 주어 각종 용수공급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지하수 문제에 더욱 예민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대수층으로 오염물질이 유입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게 되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표수 오염정화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때 지하수 이용에는 더욱 예민한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여전히 지하수는 그냥 땅속에 독립해서 존재하는 비우면 당연히 다시 채워지는 것으로 보거나 땅속의 지하수가 고갈될지 여부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인식들이 강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위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지하수는 공동의 자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공동의 자산이기 때문에 한 곳에서의 과도한 지하수 취수는 다른 곳에서의 지하수 사용(지표수 사용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친다)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지하수 개발·이용 시에는 이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 판결은 또한 제조판매 목적의 지하수 취수보다는 생활상의 수요에 응한 취수가 지하수 사용 순위에서 앞서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도 함께 확인해 주고 있다.
정남순 - 환경법률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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