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률 - 정남순 환경법률센터

GMO 선택하지 않을 권리
편집국
eco@ecomedia.co.kr | 2007-05-16 16: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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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미 FTA협상이 타결되었다. 협상이 타결되었다고는 하지만 한국쪽이 주도한 협상이었다는 정부의 자평과는 달리 내주기로 일관한 협상에 불과했다는 반대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협정체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아 보인다. 일방적으로 내주기한 사항으로 거론되고 있는 문제중 하나가 LMO문제이다.

섬유 관세양허 품목을 더 확보하려고 ‘미국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식용·사료용·가공용 엘엠오 수출 때 한국내 위해성 평가 생략’ 등 국내 안전검사와 수입승인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조항에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에프티에이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양국 위생검역 관련 기술협의를 통해 국내 관련 제도의 변경을 ‘설명’해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후 기술협의에서 ‘합의’되었다고 하고 있어 LMO 논란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조작 생물체란 해충에 저항력이 강하거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시킨 생물체를 말한다. GMO에 대하여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농산물이 식량위기를 해결하고, 인체에도 유해하지 않다는 긍정적 평가와 제초제 내성이나 살충제에 저항하는 특성이 잡초나 작물에 광범위하게 퍼져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며 잡초 및 해충에 대한 새로운 저항력을 키우게 되거나 의도되지 않은 유해성이 발현될 위험성이 크다는 부정적 평가가 그것이다.

나라마다 GMO에 대한 태도 역시 조금씩 다르다. 세계최대 GMO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은 관대한 반면 EU와 일본은 GMO가 안전하다는 증거가 확보될때까지 상업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이 유전자변형(GMO) 농산물 금수 조치를 내리자 미국이 금수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유럽연합에 수출을 원하는 생산자들에 대한 불공정한 장벽이라며 세계무역기구의 분쟁조정을 신청한 것은 이들 국가들의 명확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 준다.

미국과 유럽 및 국제사회의 GMO에 대한 태도가 상이한 것은 안전성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 기인한다. GMO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에도 GMO가 유해하다는 것을 볼 자료가 없다는 내용의 연구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유럽이 GMO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반드시 과학적 증거만을 토대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소비자들의 걱정과 기대에 부응해야 할 필요 역시 유럽이 견지해야 할 입장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충분한 과학적 확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환경파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연기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사전예방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 역시 GMO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여 사전통보 동의절차, 위해성 평가 및 사전예방원칙을 내용으로 하는 GMO의 국가간 이동에 대한 규범인 ‘바이오안전성에 관한 카르타헤나 의정서(바이오안전성 의정서)’를 체결하였다.

GMO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GMO에 대하여 소비자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풀무원 사건을 보자. 1999년 경 풀무원은 한국 소비자 보호원을 상대로 100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발단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의 ‘풀무원 제품을 포함해 국내 두부의 82%가 GMO 콩이 섞인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라는 발표였다. 풀무원의 주장은 소보원의 발표로 기업이미지가 실추되고 매출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풀무원은 100% 국산 콩을 쓴다는 이유로 수입콩으로 만든 두부보다 1000원 정도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안전한 식품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던 풀무원으로서는 소보원의 발표는 상당한 타격임에 틀림 없었을 것이다. 풀무원의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는 식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증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옥수수 사용량의 대부분이 수입되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물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 역시 소비자들이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GMO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여 우리나라도 바이오안전성 의정서에 가입하고 2001년에는 바이오안전성 의정서 국내 이행을 위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이동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유전자변형생물체가 국가내에 유입되기 위하여는 사전승인을 거쳐야 하고 승인과정에서 위해성이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수입 또는 생산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통시에는 포장용기에 제품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산됐다는 사실과 특성, 취급방법을 명시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GMO의 안전성 논란의 핵심은 과학적으로 유해성이 입증되었는가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GMO 분쟁에서 보듯이 안전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과학적 증거가 명확해야 한다고 한다면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위해성에 대한 평가는 과학적 근거만이 아니라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GMO의 경제적 생산적 이익만이 아니라 GMO로 영향을 받게 될 소비자들의 가치판단이 중요해 지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러므로 GMO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이다. GMO가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일방의 정보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GMO가 유해할 수도 있다는 정보도 동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서 GMO를 선택하는 권리뿐 아니라 GMO 거부할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한미 FTA 협상에서 섬유와 GMO를 연계한 것은 과학적 증거라는 미명하에 식품의 안전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보다는 GMO 생산업자의 경제적 이익을 더욱 중시한 것이다. 몬산토사의 유전자 조작 콩이 동물 실험에서는 쥐의 사산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환경위해성 심사를 통해 승인되었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환경위해성 심사마저 생략되는 경우 식품의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환경위해성 평가를 따로 하지 않는다면 위해성 평가는 결국 GMO를 생산하는 업체의 일방적인 자료에 의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장 국회를 통과하였지만 비준을 거치지 않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이동 등에 관한 법률도 곧 효력 발효시기도 예측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효력을 발휘하기 전에 위해성 평가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경제적 이익만을 따져 식품의 안전성은 미리 과감히 포기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성장 호르몬으로 사육된 소고기 수입금지조치와 관련하여 유럽이 보여준 태도는 부럽기 짝이 없다. 1989년 유럽이 인공 호르몬을 사용한 생산품에 대하여 전반적 금지조치를 취함에 따라 미국에서 수입하는 호르몬으로 사용한 소고기가 수입 금지되자 미국은 GATT 분쟁조절절차를 통해 호르몬 금지 조치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였다.

미국이 사용한 호르몬은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사용 승인된 물질들이라는 것이었고 결국 EU의 금지조치는 과학적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불공정 무역장벽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 판결 이후 EU는 15개월 내에 수입금지 조치를 철회해야 했지만 EU는 수입금지조치를 끝내 철회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이를 이행하지 않은데 따른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였다는 얘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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