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률 - 하태웅 법학박사

환경관련소송에 있어서 인과관계에 대한 검토
편집국
eco@ecomedia.co.kr | 2008-02-12 16: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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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웅
변호사 법학박사, 법무법인 한길
서울특별시 강남구 고문변호단 대표

환경관련소송에 있어서 인관관계를 정확히 규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막대하게 들 수 있으며 열악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사실상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판례와 학설로서 이러한 피해자들의 인과관계 입증부담을 완화시키면서 적정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장치로서는 개연성설, 신개연성설, 위험영역설, 역학적 인과관계론, 확률이론등을 들 수 있다.2)

개연성설은 환경관계소송에서의 인과관계의 증명에 있어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이 아닌 침해행위와 손해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상당한 정도의 가능성(개연성)이 있으며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에 대해 가해자는 반증을 하여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1974년 한국전력 사건이래 개연성이론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 1974.12.10. 선고 72다1774 손해배상
근대산업의 발전에 따라 공업의 대기업화를 촉진하고, 그 결과로 기업이 경영하는 대단위 생산공장에서 사람의 생명 건강 및 재산에 유해로운 각종오염물질, 소음 및 진동 따위를 배출 확산하여 사람의 건강에나 동식물의 생장에 위해를 미치게 하는 바 적지 아니하므로 법령에서 이런 공해를 방지하는 규제를 하고 있다(공해방지법등). 한편 이런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있어도 가해행위와 손해발생사이에 있어야 할 인과관계의 증명에 관하여도 이른바 개연성이론이 대두되어 대소간에 그 이론이 사실인정에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추세에 있다고 하겠다. 개연성이론 그 자체가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해로 인한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당해 행위가 없었더라면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 하였으리라는 정도의 개연성이 있으면 그로써 족하다

무릇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는 현실로 발생한 손해를 누구에게 배상책임을 지울 것인가를 가리기 위한 개념이므로 자연과학의 분야에서 말하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법관의 자유심증에 터잡아 얻어지는 확신에 의하여 인정되는 인과관계를 말한다 할 것인데 이런 확신은 통상인이 일상생활에 있어서 그 정도의 판단을 얻을 때는 의심을 품지 않고 안심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정도를 일컬어 말함이니 이런 관점에서 볼때 개연성이론을 수긍못할 바 아니다.

신개연성설은 간접반증이론이라고도 하며 환경소송에서 인과관계를 1)피해발생의 원인물질 내지 그 메커니즘, 2) 원인물질의 피해자에의 도달경로, 3) 가해공장에서의 원인물질의 생성 및 배출이라는 세 가지 유형의 사실로 분석한 후 이 세가지 주요사실을 직접 증거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간접사실에 의하여 증명하되, 위 세가지의 사실 중 어느 두 가지의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가해자가 다른 간접사실을 입증(간접반증)하여 인과관계가 존재불명으로 되지 않는 한 법원은 인과관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현재의 통설로 볼 수 있으며, 대법원에서는 1984. 6. 12. 진해화학 사건에서 이 기준을 제시하였다.
대법원 1984. 6.12. 선고 81다558 손해배상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 있어서 가해행위와 손해발생간의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하나, 수질오탁으로 인한 이 사건과 같은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있어서는 기업이 배출한 원인물질이 물을 매체로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공해문제에 관하여는 현재의 과학수준으로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고리를 모두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곤란 내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피해자에게 사실적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한 엄밀한 과학적 증명을 요구함은 공해의 사법적 구제의 사실상 거부가 될 우려가 있는 반면에 가해기업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피해자 보다 원인조사가 훨씬 용이할 뿐 아니라 그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어, 가해기업이 배출한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측에서 그 무해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봄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
수질오탁으로 인한 공해소송인 이 사건에서 (1) 피고공장에서 김의 생육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폐수가 배출되고 (2) 그 폐수중 일부가 유류를 통하여 이사건 김양식장에 도달하였으며 (3) 그후 김에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각 모순없이 증명된 이상 피고공장의 폐수배출과 양식 김에 병해가 발생함으로 말미암은 손해간의 인과관계가 일응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1) 피고 공장폐수 중에는 김의 생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원인물질이 들어 있지 않으며 (2) 원인물질이 들어 있다 하더라도 그 해수혼합율이 안전농도 범위내에 속한다는 사실을 반증을 들어 인과관계를 부정하지 못하는 한 그 불이익은 피고에게 돌려야 마땅할 것이다.
위험영역설은 피해자가 증명결핍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적어도 자기의 책임이 문제되는 한도에 있어서 사실관계를 해명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입장에 있는 경우에는 증명책임의 일반원칙이 수정되어 가해자가 요건사실의 반대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견해이다. 환경범죄의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제11조에서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환경범죄의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제11조 (추정) 오염물질을 사람의 생명•신체, 상수원 또는 자연생태계등(이하 "생명•신체등"이라 한다)에 위험(제3조제3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불법배출한 사업자가 있는 경우 그 물질의 불법배출에 의하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안에서 동종의 물질에 의하여 생명•신체등에 위험이 발생하고 그 불법배출과 발생한 위험 사이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위험은 그 사업자가 불법배출한 물질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역학적 인과관계론은 자연과학적 인과관계의 증명수단으로 이용되는 역학(epidemology)상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개연성의 입증이 되었다고 보는 견해이다. 서울고등법원에서 2006. 1. 26. 고엽제사건에서 제시한 기준이다.

서울고등법원 2006. 1.26. 선고 2002나32662 손해배상
가. 환경침해소송과 인과관계의 입증이 사건 청구는 베트남전 당시 대한민국군의 일원으로 복무한 이 사건 참전자들이 베트남의 대한민국군 작전지역에 광범위하게 살포된 고엽제의 유해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질병 발생의 피해를 입게 되었음을 원인으로 하여 그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환경침해소송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공해 기타 유해물질에의 노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즉 환경침해소송에 있어서는 간접적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현재의 과학수준으로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고리를 모두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곤란 내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피해자에게 사실적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한 엄밀한 과학적 증명을 요구함은 공해 기타 유해물질의 피해에 대한 사법적 구제의 사실상 거부가 될 우려가 있는 반면에 가해자측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원인조사가 훨씬 용이할 뿐 아니라 그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으므로, 가해자가 배출한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이 피해자에게 도달한 후 질병이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측에서 그 무해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봄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31)즉, 환경침해소송에서는 가해자로부터 특정 피해를 발생케 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 생성, 배출된 사실, 그 배출된 유해물질이 피해자에게 도달한 사실, 그 후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각 모순 없이 증명되면 가해자의 유해물질 배출과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이 일응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가해자가 그 배출물에는 유해물질이 들어 있지 않다거나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안전농도 범위 내에 속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거나, 또는 그 피해가 전적으로 다른 원인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여 인과관계를 부정하지 못하는 한 그 불이익은 가해자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나. 역학적 인과관계에 의한 입증유해물질로 인하여 건강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유해물질과 피해자에게 발생한 질병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우선 일반적으로 인체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될 경우 문제된 질병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일반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하고 (이러한 사정이 부인된다면 피해자가 그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당해 질병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나아가 피해자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된 후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는 개별적 인과관계까지 입증되어야 한다.그런데, 유해물질로 인한 질병 발생이 집단적 병리현상으로서 문제되고, 임상의학 또는 병리학적으로 당해 유해물질이 문제된 질병의 원인이 되는지 여부와 당해 유해물질로 인한 발병의 기전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나아가 개개 피해자가 당해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는지 여부나 그 노출 정도를 입증할 과학적 방법조차 확립되지 않은 경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환경침해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입증에 관한 법리에 의하더라도 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고 할 것이다.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인간을 집단적으로 관찰하여 당해 유해물질과 그 질병 발생 사이에 역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이러한 역학적 인과관계에 기초하여 개개 피해자에게 당해 유해물질이 도달한 후 당해 질병이 발생한 사실로부터 개개 피해자의 질병이 당해 유해물질의 노출로 인하여 발생하였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고, 이로써 그 인과관계가 일응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 역학상의 인과관계역학이란 집단적으로 발생한 질병과 관련하여 임상의학이나 병리학에서 그 원인 또는 발생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그 질병과 특정 인자(또는 작용물질) 사이의 인과관계를 통계적 방법으로 규명하고 그 결과에 의하여 질병의 예방, 억제의 방법을 발견하려는 학문을 말한다.일반적으로 역학상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① 시간적 선후관계 (인자가 질병 발생보다 시간적으로 선행할 것), ② 용량반응관계 (인자에 대한 노출이 증가함에 비례하여 질병 발생이 증가할 것), ③ 가역성 (인자에 대한 노출이 감소하거나 제거되면 질병 발생이 감소할 것), ④ 생물학적 개연성 (연구결과가 기존의 생물학적 지식에 비추어 모순 없이 설명될 수 있을 것), ⑤ 일관성 (다른 지역, 다른 집단에서 행해진 다양한 형태의 연구에서도 같은 경향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이거나, 같은 연구내에서 소집단별로 분석할 때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경향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일 것), ⑥ 연관성의 강도 (노출군과 비노출군의 발병율을 대비한 비교위험도가 높을 것), ⑦ 연구방법의 적정성 (인과관계를 도출한 연구의 방법에 잘못이 없을 것) 등이 제시되고 있다.역학상의 인과관계는 ① 통계적 연관성이 우연(chance)에 의한 경우, ② 연구대상의 선정이나 자료수집이 편향(bias)되어 있는 경우, ③ 외부 인자로 인하여 연구결과가 교란(confounding)되어 있을 경우와 같은 비원인적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을 때 인정되는데, 이러한 비원인적 연관성은 앞서 본 역학상의 인과관계 인정을 위한 요건 가운데 일관성, 연구방법의 적정성과 같은 요건의 충족에 의하여 어느 정도 배제되거나 통제될 수 있다.
라. 역학적 방법에 의한 법적 인과관계의 입증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이라는 역학의 목적에 비추어 역학상의 인과관계는 비교적 고도의 확실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 인정을 위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제시되는 요건들이 모두 충족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는 궁극적으로는 현실로 발생한 손해를 누가 배상할 것인가의 책임귀속의 관계를 결정짓기 위한 개념이므로, 유해물질과 건강피해와의 인과관계는 자연과학의 분야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법관의 자유심증에 터잡아 얻어지는 확신에 의하여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고, 따라서 간접사실에 기하여 그 상당한 개연성을 입증하는 정도로도 족하다고 할 것이어서, 역학적 방법을 이용한 법적 인과관계(이하 ‘역학적인과관계’라고 한다)의 인정에 있어서는 역학상 인과관계의 인정을 위하여 요구되는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일반적으로 역학상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앞서 본 7개의 요건 가운데, ① 특정의 인자가 발병의 일정기간 전에 작용 또는 존재한 것일 것 (시간적 선후관계), ② 그 인자가 작용하는 정도가 현저할수록 질병의 발생율이 높을 것 (용량반응관계), ③ 그 인자가 제거된 경우 그 질병의 발생율이 저하하거나 또는 그 인자를 가지지 않는 집단에서 그 질병의 발생율이 극히 낮을 것 (가역성), ④ 그 인자가 원인으로서 작용하는 과정이 생물학적으로 모순 없이 설명될 것 (생물학적 개연성) 등의 네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특정 인자와 질병 발생 사이에 상당한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아 역학적 인과관계를 긍정할 수 있다고 본다.위 ①∼③의 요건이 충족되었다면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 즉 통계적 연관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역학적 인과관계는 통계적 연관성과 생물학적 개연성 등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라 할 것이다.

확률이론은 일본의 하급심판결에서 인정되고 있는 기준이다. 경증의 미나마타병이 문제된 사건에서 고도의 개연성에 관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원고가 미나마타병에 걸려 있을 상당정도의 가능성이 인정될 때는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을 인정한 후 그 가능성의 정도를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견해이다.

환경관련소송에서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기준은 가해자의 과실을 인정하는 기준과 마찬가지로 그 이상으로 어려움이 있으므로 가급적 최대한 피해자의 입증부담을 완하시켜 피해를 보전시키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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