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전자제품도 설계부터 친환경…탄소발자국 최대 65% 줄여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8-20 22: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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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의료용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 등 전자제품의 소재와 설계를 개발 단계부터 바꾸면 제품의 탄소발자국과 자원 사용 등 환경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포도당 모니터링 패치의 센서 방식을 변경한 결과 전체 탄소발자국을 약 65% 낮출 수 있었고, 스마트 상처드레싱에서는 기판과 전도성 소재를 바꾸는 것만으로 전자모듈의 환경 영향을 최대 9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EU)이 지원한 ‘SUSTRONICS(Sustainable and green electronics for circular economy)’ 프로젝트는 전자제품을 생산한 뒤 재활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자원효율성과 재사용·수리·재활용 가능성을 반영하는 ‘지속가능한 전자제품’ 개발을 추진했다. 

▲온도와 pH를 감지할 수 있는 피부 밀착형 바이오 기반 TPU 스마트 상처 드레싱. 제공=프라운호퍼 IZM(Barbara Pahl)
전자산업은 제품의 소형화와 고성능화 과정에서 다양한 금속과 희소·핵심원자재를 사용하고 제조 과정에서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SUSTRONICS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 기반 소재와 금속 사용 저감, 인쇄전자, 에너지 효율적인 생산공정, 재사용·수리·재활용이 쉬운 제품 설계를 적용했다. EU 역시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를 전자제품의 순환경제 전환과 에코디자인, 소재·에너지 효율적인 제조 확대에 두고 있다.

프로젝트에서 프라운호퍼 신뢰성·미세통합연구소(IZM)는 의료·진단기기를 중심으로 신뢰성 시험과 전 과정평가(LCA)를 담당했다. LCA는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의 채취부터 부품·제품 제조, 사용, 폐기·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원자재 사용과 독성 등 다양한 환경 영향을 발생시키는 ‘핫스폿’을 찾아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LCA를 완성된 제품에 대한 사후평가로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개발 과정에서 평가 결과를 제조사에 제공해 다음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환경부담이 큰 소재를 교체하거나 제조방법과 제품 구조를 변경하도록 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사용기간이 짧거나 일회용 비중이 높은 의료 전자제품에서 의미가 크다. 의료용 패치와 센서에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금속 전극과 반도체, 배터리, 플라스틱 기판 등 여러 소재가 들어가며 제품 특성상 반복적인 폐기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포도당 모니터링 패치의 생애주기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전극이 제품의 환경 영향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프로젝트 참여기업인 스페인 Onalabs는 기존 방식을 대체하는 광학센서를 패치에 적용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제품의 전체 탄소발자국을 약 6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Onalabs는 SUSTRONICS에서 피부에 부착해 땀을 통해 포도당 등 바이오마커를 측정하는 비침습형 스마트 패치 개발에 참여했다. SUSTRONICS의 스마트 스킨 패치 사업은 미세유로와 센서를 이용해 땀 속 포도당과 관련 지표를 연속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사례는 의료기기의 환경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제품 전체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정 부품이 환경부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LCA로 이를 찾아낸 뒤 해당 부품이나 측정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상처드레싱은 드레싱에 센서를 결합해 상처의 온도와 pH, 바이오마커 등의 변화를 측정하는 의료기기다. SUSTRONICS는 인쇄 센서와 센서용 반도체, 인쇄 배터리·슈퍼커패시터, 웨어러블 판독기 등을 결합한 스마트 드레싱 개발을 추진했다.

프라운호퍼 IZM 연구진은 이 제품의 유연 전자모듈에 사용되는 기판과 전도성 잉크를 변경할 경우 환경 영향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PET 기판과 은 전도성 소재 대신 대체 기판과 탄소계 전도성 잉크, 재활용 소재 등을 적용한 경우 유연 전자모듈의 환경 영향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전자제품에 은과 같은 금속 소재가 사용되는 경우 성능과 신뢰성 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원료 채굴과 정제, 제조 과정의 환경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요구되는 전기적 성능과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사용량을 줄이거나 대체 소재를 적용하는 것이 에코디자인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SUSTRONICS가 보여준 핵심은 전자제품의 환경문제를 폐기 단계의 재활용만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존 순환경제 정책에서는 폐전자제품을 얼마나 회수하고 재활용하는지가 중요한 지표였다. 그러나 제품이 만들어질 때 이미 환경부담의 상당 부분이 결정된다. 어떤 기판과 금속을 사용하는지, 부품을 분리할 수 있는지, 수리와 재사용이 가능한지에 따라 이후 환경 영향도 달라진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는 의료기기의 성능과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떤 소재를 사용하고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를 개발 초기부터 환경성의 관점에서 결정하는 것이 전자제품의 탄소·자원 부담을 줄이는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이 의료기기를 넘어 다양한 전자제품으로 확대될 경우 유럽이 추진하는 순환경제와 전자산업의 탈탄소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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