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진흥원 인터뷰] 조현재 원장, “전통문화자원 활용한 문화콘텐츠 활성화 기대”

국학자료 55만여 점, 전통과 미래의 ‘한국국학진흥원’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0-12-02 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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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의 흔적이 깃든 ‘안동’. 안동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국학진흥원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최다 국학 자료 소장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은 평범한 연구기관 같아 보이지만, 역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선조들의 기록 유산을 보존하고 이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이번 호에는 한국국학진흥원 조현재 원장을 만나 ‘전통을 이어 미래를 여는’ 한국국학진흥원에 대해 알아본다.

국내 최다 국학 자료 소장기관
한국국학진흥원(이하 국학진흥원)은 1995년 국학 자료의 체계적인 조사·수집과 국학 연구의 대중화를 위해 설립된 경상북도 산하 기관이다. 한국을 대표할만한 기록문화유산을 꾸준히 발견해 국학연구와 진흥을 다방면으로 선도해가고 있다. 그 결실로 2015년 ‘한국의 유교책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고, 2016년에는 ‘한국의 편액’을, 2018년에는 ‘만인의 청원, 만인소’를 각기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록유산에 등재했다.


국학진흥원은 국내 최다 국학 자료 소장기관이기도 하다. 2020년 현재 소장된 자료는 모두 54만6000점으로 △고서 16만6000점 △고문서 30만4000점 △목판 6만6000점 △현판 1200여 점이다. 개중에는 국보 『징비록』과 보물 20건, 지방유형문화재 40건도 포함돼 있다. 번역된 소장 자료들은 매년 자료집으로 발간하고, 특히 문집은 상세 해제집으로 내용이 정리돼 학계와 일반인에게 보급되고 있다.

민간 국학 자료를 모아

▲ 조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

국학진흥원은 민간에 흩어져 있는 국학 자료 소장자의 소유권을 보장하고 관리권만 위임받는 ‘기탁’에 의한 방식으로 자료의 조사·수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적 멸실과 인위적 훼손 우려가 큰 민간 소장 국학자료를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매년 2만여 점의 자료가 기탁·보관된다. 기탁받은 민간 기록물은 안전하게 보관되며, 초서 번역 과정을 통해 기탁자에게 기록물의 내용을 알려주기도 한다. 조현재 원장은 “오히려 자료를 기탁한 분들이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한다”며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학자료 수집은 △조사 및 섭외 △인수협의 및 방문인수 △운송 및 훈증처리 △수장고 입고 및 자료정리 △국학자료보관증서 증정의 절차로 진행된다. 기탁된 국학 자료는 정리 업무의 과학화를 위해 ‘소장 자료 관리 프로그램’으로 정리된다.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자료는 자료당 30여 개의 관련 정보가 DB로 빠짐없이 구축되며, 이를 토대로 기탁자료에 대한 기초적인 목록 작성과 주요 자료에 대한 영인 및 상세 해제 등의 작업이 진행된다. 

 

수집된 자료는 ‘수장고’에 보관된다. 수장고는 종이가 대부분인 기록문화재의 변질과 훼손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로, 화재 시에 자동으로 분출되는 소화가스가 특징이다. 외기 도입형 환기 시스템도 구축해 국학자료를 보관하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유교목판은 ‘장판각’에 보존된다. 장판각은 온·습도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되는 창문과 향온·향습기를 갖추고 있다. 또한 미세한 연기까지 잡아내는 고감도 화재감지기와 나무가 재질인 목판의 재료적 특성을 감안한 가스분사식 소화시설을 갖투는 등 선진적인 목판 수장환경도 구축돼 있다.  

 

조 원장은 “양반 사대부들이 쓰던 ‘초서’를 번역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 국학진흥원”이라며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초서 번역 작업을 위해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중이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노력
국학진흥원은 역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는 전국 유아교육기관에 할머니가 직접 방문해 삶의 지혜가 담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업이다. 우리 옛이야기와 선현미담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선행 △지혜 △보은 △효 △나라사랑 △검소 △감사 △우애 △신의 등이 주 내용이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어린이를 무릎에 앉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무릎교육의 전통을 되살려 세대 간 단절을 극복하고, 이를 통해 조손세대의 문화적 연대감을 높이기 위함이다. 참여자의 만족감 역시 높다. 조 원장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다”며 “이야기 할머니로 참여하는 여성 어르신들 역시 자아실현과 사회봉사가 융합된 일자리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유교문화박물관’도 운영한다. 유교문화박물관은 우수한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국학자료 기탁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에서 설립된 국내 유일의 유교 전문 박물관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유교문화를 보여주는 유물과 풍부한 볼거리를 상설전시와 기탁문중특별전, 정기기획전으로 나눠 전시한다. 지역주민과 문화소외지역 청소년에게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어린이 박물관’과 같은 박물관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7월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도 개관했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국학진흥원의 장판각에 전시돼 있던 유교책판을 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으로 옮겨,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을 누구나 볼 수 있게 됐다. 세계 기록 유산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AR, VR 형태로 체험할 수 있어 어린이들도 재밌게 관람할 수 있다.


국학진흥원 내에 위치한 ‘인문정신연수원’에서 숙박하며 박물관과 전시체험관, 주변에 있는 도산서원과 같은 전통문화 시설들을 둘러볼 수도 있다. 조 원장은 “1년에 약 2~3만 명 정도가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며 “특히 경북 지역에 있는 학교들이 역사·문화 프로그램 체험을 위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역사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해
역사가 각종 문화콘텐츠 주제로 활용되는 만큼, 올바른 역사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국학진흥원에 보관 중인 국학 자료는 디지털 자료로 변환돼 ‘유교넷’에 게시된다. 유교넷은 국학진흥원이 개발한 DB와 콘텐츠를 하나로 모아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교문화 포털 사이트다. 전통기록유산을 비롯해 유교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멀티미디어와 콘텐츠를 일괄 제공한다. 국학 자료 원문과 번역된 자료도 볼 수 있다. 국학진흥원은 국학자료를 바탕으로 전통문화콘텐츠 소재를 개발해 콘텐츠 제작 현장에 보급하고, 유교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해 국학자료의 활용성을 추구하고 있다. 유교넷을 운영하는 것 역시 역사를 연구하고 활용하려는 연구자, 문화콘텐츠 기획자 등을 위해서다.


국학진흥원에서 직접 개발한 역사체험 콘텐츠도 있다. 경상북도 북부 유교문화권 11개 시·군의 유교 관련 문화유적을 사이버상에 집대성한 콘텐츠로, 국학진흥원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역사체험 사이트의 링크를 찾아볼 수 있다.

 
조 원장은 “비영리재단인 국학진흥원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콘텐츠 제공자로서 저작권 없이 국학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가 제공한 콘텐츠로 젊은 기획자들이 영화, 웹툰, 시나리오,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해 부가가치를 내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전했다.

‘내방가사’ 유네스코 등재 계획
현재 국학진흥원은 조선시대 양반 집안의 부녀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한글 가사인 ‘내방가사’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작업이 한창이다. 조 원장은 “내방가사에 대한 학술적·보편적 가치를 추려내기 위한 학자들의 연구와 논물 발표 등 여러 작업이 진행됐다”며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작업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성이 주도하는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 활동이기도 한 내방가사는 여성에게 유교 가치관을 전파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후 다양한 소재와 정제한 운율을 갖춰 개항한 뒤부터 민족 가치와 외세에 대한 저항의식과 같은 내용으로까지 발전했다. 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내방가사는 모두 251점으로, 중세 피억압자의 위치에 있던 여성이 기록의 새로운 주체가 됐음을 보여준다는 데에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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