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표준이 되다” 조은희가 불러온 나비효과

도시 녹색화, 교통망을 확! 바꿀 ‘서울 U-그린플랜’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 2020-12-01 20: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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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희 서초구청장

 

[이미디어= 김명화 기자] 서울시 한 자치구의 혁신행정이 ‘서초 스타일’을 만들고, 점차 타 자치구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대한민국의 표준’을 만들고 있다. 다시 시작된 미세먼지, 끝날 줄 모르는 감염병 팬데믹(COVID-19 Pandemic)으로 답답한 일상이지만, 희망의 작은 날갯짓이 광풍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 시작의 물꼬를 튼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만나 그가 제안하는 매력적인 서울의 미래지도를 함께 펼쳐봤다.

서리플원두막
‘적응이냐 혁신이냐’

서울시의 한 자치구에서 이끌어낸 변화들이 구민을 넘어 국민의 삶의 질을 바꿔놓았다. 시작은 ‘서리풀원두막’의 영향이 컸다. 여름철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뙤약볕에 노출되는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다. “모두가 불편해 하셨다. 설치하기까지 1년6개월이 걸렸으니 아이디어가 좋다고 되는 건 아니다. 시범사업을 거쳐 실제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했고, 겨울에는 트리로 활용되기까지 주민들의 힘이 컸다.” 조 구청장은 국제환경상인 ‘그린애플어워즈’를 수상했다며, 모두 환경을 염두에 둔 발상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도로 시설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시의 반대에 부딪혔으나 주민들 의견이 반영돼 서초구에 먼저 세워졌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됐다. ‘서초 스타일로 하면 된다’는 말이 이때 나왔는데, 다양한 정책들이 타 자치구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서초구가 하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된다’는 말도 생겨났다고. 그리고 겨울철 따뜻한 보호막으로 ‘서리풀이글루’도 설치됐다. 

 

또 야간에 LED로 밝히는 ‘활주로형 횡단보도’, 강남역 일대 불법노점이 푸드트럭으로, 골칫거리던 무단투기 쓰레기를 재활용으로 유도한 정책 등 서초 행정의 혁신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주민의 필요를 채우는 ‘엄마행정’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조 구청장은 “관심과 정성이다. 여기에 다른 나라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거나 역사적으로 살피기도 하고, 전문가와 주민들의 의견 등이 더해지고도 넘쳤을 때 창의적인 결과물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독특한 것은 서초구에만 있는 ‘밝은미래국’이라는 담당국이다. 주로 이곳에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온다고. 최근에는 1·2인가구의 니즈(needs)를 반영한 정책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 440만 가구(2020년 10월 기준) 중 60% 이상이 1·2인가구라는 게 이유다. 조 구청장은 “과거에는 주로 3,4인가구 중심으로 행정을 추진했다면, 이제는 개별적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해졌다”며, “서초구만 해도 1인 가구가 30%가 넘고, 타 자치구도 마찬가지로 ‘따로 또 같이’의 형태로 개별화된 주민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에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시니어를 비롯해서, 청소년, 모자, 취약계층 등등, 연령과 대상별 맞춤형 행정을 촘촘하게 시행 중이다.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19와 미세먼지로 필요해진 실내공기질 관리를 위한 ‘그린서초프로젝트’를 추가했다. 다중이용시설 239곳에 실시간 실내공기질 수치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민건강을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그린’이란 수식어가 붙는 다양한 정책들에는 그만큼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또 서초의 옛 지명에서 따온 ‘서리풀’도 다양한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그중에 40년간이나 끌었던 구민들의 숙원사업 ‘서리풀터널’도 조 구청장이 총대를 메면서 지난해 4월 개통이 실현됐다. 

 

조 구청장은 “의견수렴과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고 연구하는 과정을 거쳐 따낸 결실”이라며, 스스로 ‘엄마행정’이란 이름이 가져다준 것들이란다. “7년 전부터 명함 뒷면에 로고로 새겨 넣고 다니는데, 아기의 필요를 살피는 엄마의 마음으로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가고 있다, 부족하지만 원칙을 따르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름”이라는 게 네이밍의 배경 설명이다. 


어릴 적 어려운 환경에서도 배우기를 독려하고 부지런한 커리어우먼(career woman)으로 강인함을 보여준 어머니가 그녀의 롤모델이다. 그리고 독일 메르켈 총리의 ‘무티(엄마) 행정’으로 일컬어지는 유연한 포용적 리더십이 그가 선망하는 정치철학이다. “메르켈 총리의 ‘3세 이하 유아보육체계’에서 보여준 리더십이나 포용적인 이민정책, 대립하지 않는 연정(聯政)의 리더십을 닮으려 애쓴다”고.

‘다핵구조’ 서울시의 발전 모델

그동안 결실로 무르익은 행정들은 더 큰 빅픽처(big picture)를 그려가는 데 동력이 되고 있다. 바로 ‘서울 U-그린플랜’이 그것이다. 서울시를 7개의 광역중심과 3개의 도심을 유기적으로 연결, 5개 권역의 ‘다핵구조’로 만드는 발전 모델이다. “인구 1000만인 서울시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25개 자치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서울’로 통합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며 “‘서울 U-그린플랜’은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서울의 새로운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부고속도로 입체화 계획
그 시작은 경부고속도로의 지하화다. 구간은 한남IC에서 경부IC까지 약 6.81㎞로, 40m 지하에 튜브형 터널을 심어 상행 6차선과 하행 6차선, 왕복 12차선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지상에는 약 20만 평의 대지를 공원화하고, 양쪽의 시설녹지에는 청년내집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청년내집주택 등 1만5000호 이상이 조성되면 서울시 땅이기 때문에 건물만 분양하고, 모기지로 하면 내집마련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심각한 교통체증 해결뿐만 아니라, 한남부터 양재를 거쳐 판교까지 이어지는, 일명 ‘한·양·판 디지털밸리’가 형성되어 4차산업시대 대한민국의 핵심축이 될 것이다.”


경부선 철도 역시 서울역에서 구로역까지 11㎞의 도심구간을 지하화한다는 계획이다. 지하철 2호선 한양대~잠실역, 신도림~신림역 등의 구간도 마찬가지다. 

 

조 구청장은 “개통한 지 40년이나 된 2호선의 경우는 철도구조물로 인한 도시경관 저해, 소음진동 불편민원이 타 노선에 비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지하화를 벌써 논의해 왔고, 지진재난에 대한 근본적 대비를 위한 내진성능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동부간선도로의 경우도 월계에서 영동대로 학여울까지 지하화함으로써 통행시간 단축과 상시 침수문제도 해결하고, 중랑천은 여의도공원 10배 규모의 친환경 수변공원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라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도시를 지하화하는 입체적인 설계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 보스턴의 빅딕(Big Dig)이나 프랑스 파리의 A21, 스페인 마드리드 M30 등이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도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적용하여 도시지역에서 크게 부족한 녹지 확보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도시환경 개선할 ‘핑거플랜’
서울 U-그린플랜은 도시환경 개선을 뛰어넘는 확장된 개념으로써, 조 구청장의 계획은 치밀하고 체계적이었다. 그는 서울 U-그린플랜을 도면화한 판넬을 펼쳐 들고 설명을 이어갔다.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도시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도록 지상에 조성하는 도시숲은 지금 100배 가까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산화탄소 발생원과 흡수원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내기 위한 시도이다. 예를 들면, ‘핑거플랜’ 구조로 녹지를 확보하는 계획이다.” 

 

▲ Finger plan이 적용되었던 덴마크 코펜하겐 지역 지도 (Source: http://www.hsk.dk/copenhagen-region/ regionen.html).
핑거플랜(Finger plan)은 본래 도시개발에 적용했던 개념이다. 1947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효율적인 도시건설을 위해 철도노선을 따라 새로운 도시를 개발하고자 적용했는데, 기존의 개발지역을 손바닥으로 삼고, 그 당시 주변지역의 환경 바탕(matrix)인 자연 지역 사이로 도시를 개발해 나가는 계획이었다(그림1). 

 

▲ 그림 2. 도시의 녹지축 확보에 적용하고자 하는 Finger plan.
조 구청장이 계획하는 핑거플랜은 이에 대한 역발상으로, 개발된 도심 사이로 손가락 형태의 녹지축을 도입하는 계획이다(그림2). 

 

▲ 서울 U-그린플랜의 성공사례인 재건축 아파트의 녹지 모습

 

지금의 서울은 과거의 코펜하겐과 반대로, 개발된 지역이 환경의 바탕(matrix)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 시대의 핑거플랜은 그 사이로 녹지를 도입하여 개발지가 유발하는 환경스트레스를 도입하는 녹지대로 완충하여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이루어내고자 하는 계획이다. 실제로 오늘날 이러한 계획은 선진화된 도시에서 환경친화적 도시 계획에 포함되고 있다. 

 

▲ 사진 2. 교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적용된 벽면녹화 모습

 

이에 더하여 조 구청장은 교실환경을 개선하여 학생들의 수업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계획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학교 교실에 실내 환경에 적응 가능한 식물을 선발하고 도입하여 어린 학생들을 정서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교실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춰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는 것이다. 실외 이산화탄소농도의 네 배도 넘는 교실의 이산화탄소농도가 학생들의 수업집중도를 낮추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앞서 수용한 선진행정이다(사진 2).

‘서울 U-그린플랜’의 미래
이제 서울 U-그린플랜은 자치구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대규모 프로젝트가 된 만큼 더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도로와 철도를 함께 지하화하는 문제에서 제도적으로 상충하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특별법’을 발의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머리를 맞대고 있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기술적인 부분에서 우리나라가 터널 굴착공법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만큼 큰 걸림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재원 마련도 민간개발사업과 연계하고, 기금이나 개발 이익금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연구 중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조 구청장은 “‘서울균형발전기금’을 운용하는 것이나 용적률을 높여주는 등 입체화하여 개발하면 세금을 안 들고 갈 수 있다”며, “특히 경부선 철도 지하화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패키지로 추진하면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남은 재원을 기금화해 경부선 철도 지하화에 투입함으로써 그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했다. 

 

다만, 현재로선 서울시장의 의지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사업임을 조 구청장도 언급한 바다. “세계적인 매력도시로 만들기는 차기 서울시장의 과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의 고속도로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새로운 도시의 패러다임을 열어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으로 이미 각계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참여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얼마 전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장 유력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서 본인을 “새 인물이기 때문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역동성이 있고 탄탄한 행정 경험이 있으며 부시장 경험이 있어 서울시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지금은 ‘언더독’이지만 희망을 주는 후보라는 생각을 한다”고 어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 구청장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정책 관련 1가구 1주택자 재산세 감경을 제안해 가장 핫한 이슈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시민은 세금 폭탄, 또 부동산 가격이 너무 폭등해서 지금 많이 화가 나 있는데 이대로는 안 된다”며 “1000만 시민이 편안하게 사실 수 있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명쾌한 답을 내놨다.


서울시 자치구 유일의 야당 출신 구청장으로서 애로사항도 많다고 털어놓았지만 연일 그의 광폭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포용적이면서 단호한 엄마행정의 리더십이 기분 좋은 변화의 광풍을 어디까지 몰아갈지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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