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라스틱, 인류 건강과 경제에 막대한 부담…글로벌 대응 필요

플라스틱 쓰레기, 다층적 위협이지만 규제 뒷전, 피해 과소평가돼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5-10-03 10: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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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플라스틱이 인류 건강과 경제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플라스틱은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질병과 사망을 유발하며, 연간 1조 5천억 달러가 넘는 건강 관련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보고서 "Lancet Countdown on Health and Climate Change" 를 통해 이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폭발적 증가로 한계 보이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위기의 핵심 원인은 생산량의 폭발적 증가에 있다. 1950년 연간 2메가톤(Mt) 수준이었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22년 475메가톤으로 늘었으며, 2060년에는 1200메가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플라스틱 폐기물도 급증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00만 톤에 달하며, 재활용 비율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피해가 공기오염이나 납 중독과 마찬가지로, 투명한 증거 기반 추적과 효과적 법률·정책 시행, 적절한 재정 지원을 통해 완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은 2022년 플라스틱 오염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글로벌 조약을 개발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지난 8월 제네바에서 열렸던 플라스틱협약에서 독립적인 지표 기반 글로벌 모니터링 시스템인 ‘건강과 플라스틱에 관한 랜싯 카운트다운(Lancet Countdown on Health and Plastic)’도 도입되며 보건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과학적 플랫폼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지리적·시간적 데이터를 토대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군을 추적하고 정기적으로 보고함으로써 인간과 지구 건강에 미치는 플라스틱의 진행 상황을 평가하게 된다.

플라스틱, 편리함 뒤 숨은 인간·지구 건강 위협
플라스틱은 유연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가격이 저렴해 현대 사회 전반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의학, 공학, 전자공학, 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그로 인한 위험성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이 인간 건강과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돼 왔다고 경고한다.
 

플라스틱은 외견상 저렴해 보이지만, 정부와 사회가 부담하는 숨겨진 경제적 비용은 막대하다. 이미 1960~1970년대에는 바닷새 사체에서 플라스틱 흔적이 발견되고, 바다거북과 해양 포유류가 얽혀 죽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생태적 위험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지표수, 해양 퇴적물, 육상 종에서 광범위하게 검출되며,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인체 건강에도 플라스틱의 위험이 존재한다. 1970년대 미국 켄터키주에서 폴리염화비닐(PVC) 중합 노동자들이 염화비닐 단량체에 노출돼 간 혈관육종이 발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플라스틱 원료 채굴 과정에서도 부상과 질병, 사망이 발생하며, 인접 지역 사회에서는 사산·조산·천식·백혈병 발생률 증가가 보고됐다.
 

전국 생체 모니터링 조사에 따르면 비스페놀, 프탈레이트, 브롬화 난연제, 과불화·다불화 물질(PFAS) 등 주요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거의 모든 사람의 체내에서 검출되며, 신생아와 임산부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미세·나노 플라스틱 입자는 혈액, 모유, 간, 신장, 결장, 태반, 폐, 비장, 뇌, 심장 등 다양한 인체 기관에서 발견되고 있다. 브롬화 난연제는 가정 내 먼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플라스틱 위기,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강화해야
플라스틱으로 인한 건강 및 환경 피해는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적절한 법과 정책, 투명한 관리, 충분한 재정 지원을 통해 효과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기오염, 납, 수은, 기후변화 등 다른 환경 문제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문제도 조기 개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여러 국가와 EU를 비롯한 초국가적 조직은 단일 사용 플라스틱 금지, 유해 화학물질 규제, 플라스틱 포장재 감축 목표 설정, 재사용 장려, 식수 내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며 플라스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제품이나 사용 범위별로 분산돼 있어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플라스틱 생산 급증, 기후변화·건강 위협 가속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연간 플라스틱 생산은 1950년 200만 톤에서 2022년 4억7,500만 톤으로 급증했다. 누적 생산량은 100억 톤을 넘어섰으며, 절반 이상이 2010년 이후에 만들어졌다.
 

2020년 기준 주요 생산국은 중국(2억800만 톤), 북미(7,100만 톤), 유럽(6,600만 톤)이며, 1인당 소비량은 북미(연 195kg)와 유럽(187kg)이 중국(138kg)보다 높았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그중에서도 포장재는 전체 생산의 35~40%를 차지하며, 폐기물 비중은 6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 생산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으로, 2018년에는 전 세계 원유 사용량의 14%, 천연가스 사용량의 8%가 석유화학으로 투입됐고, 이 가운데 절반이 플라스틱 제조에 쓰였다. 2020년 플라스틱 생산은 24억5천만 톤의 이산화탄소(CO₂) 상당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산업 배출의 약 5%에 해당한다.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연간 67억 톤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건강 피해 역시 심각하다. 플라스틱 생산 노동자들은 벤젠, 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 염화비닐 등 발암성 화학물질에 노출되며, 외상 사고 위험도 크다. 2015년에는 약 3만2천 명이 조기 사망해 연간 4천만 달러의 건강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은 인근 지역 사회에 만성질환과 조기 사망을 초래한다. 2015년 기준,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PM2.5 노출로 전 세계적으로 15만8천 명이 조기 사망했으며, 경제적 손실은 2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곳곳에 산재한 플라스틱 입자
또한 종합 분석에 따르면 플라스틱 관련 화학물질은 태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과 연결돼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화학물질 중 약 75%가 독성·잔류성·축적성 때문에 고위험군으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1500여 종은 발암성·돌연변이 유발성·생식 독성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전체 물질의 3분의 2는 독성 정보조차 공개돼 있지 않다.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며 발생하는 미세·나노플라스틱(MNP) 역시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입자들은 북극에서 심해, 대기와 토양까지 지구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혈액, 태반, 간, 신장, 폐, 심지어 뇌와 심장 등 인체 조직에서도 검출됐다.
 

동물 실험에서는 호흡기·소화기·생식기 질환과 암과의 연관성이 보고됐으며, 초기 인체 연구에서는 폐질환, 염증성 장질환, 간경변, 심근경색, 뇌졸중과의 연관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직 연구는 초기 단계지만, 학계는 “광범위한 노출과 축적 위험을 고려해 예방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인류와 지구 생태계에 다층적 위협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누적 발생량은 1950년부터 2020년까지 약 80억 톤(Gt)에 달하며, 그 절반은 2011년 이후 배출됐다. 그러나 재활용률은 10% 미만으로, 종이·유리·철강·알루미늄과 비교해 극히 낮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의 화학적 복잡성과 독성 물질 함유가 순환경제 구축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플라스틱 폐기물의 57%가 노천 소각되며, 이 과정에서 연간 약 5,200만 톤의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는 저·중소득 국가에서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염소계 플라스틱(PVC) 소각 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퓨란이 발생해 인체에 치명적 피해를 준다.
 

또한 저소득 국가에서는 비공식 폐기물 노동자가 수거·분류·재활용을 떠맡고 있다. 이들은 보호 장비와 의료 서비스 없이 화재·유해 화학물질·중장비에 노출돼 외상, 호흡기 질환, 유산, 암 등 심각한 건강 피해를 겪고 있다. 전자폐기물 해체 과정에서 PVC 전선 소각은 특히 치명적이다.

토양 오염은 미생물 균형 파괴
환경 속 플라스틱 잔해는 ‘플라스티스피어(plastisphere)’라는 독특한 미생물 군집을 형성한다. 이곳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교환·확산되며, 인간과 동물에 치명적인 내성 세균 전파 위험을 키우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담수·토양 생태계에 걸쳐 발견된다. 해양 생물의 행동과 생리 기능을 저해하고, 맹그로브·잘피 등 해안 생태계 핵심 식물의 광합성과 번식을 방해해 탄소 흡수와 생물다양성을 위협한다. 토양 오염은 미생물 균형을 깨뜨려 비옥도를 떨어뜨리고 홍수 위험을 높인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환경계획(UNEP) 등은 생산 단계부터 소비·폐기 전 과정을 포괄하는 다층적 정책만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정책은 주로 일회용품 규제, 폐기물 관리 등 ‘하류 단계’에 치중돼 있다.

지속적 연구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개입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의 가속화이다. 현재 생산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개입이 없다면 2060년까지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거의 3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불충분한 회수·재활용 체계이다. 수십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소각, 매립되거나 환경에 쌓인다. 종이, 유리, 철강, 알루미늄과 달리 화학적으로 복잡한 플라스틱은 쉽게 재활용되지 않으며, 단순한 재활용만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셋째, 플라스틱의 지속성이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 않고, 구성 원소로 분해되지도 않는다. 대신 점점 더 작은 입자(예: 미세·나노플라스틱)로 쪼개져 수십 년간 바다, 육지, 생물체 속에 남는다. PVC 같은 고분자 물질이나 PFAS 같은 탄소-할로겐 결합 기반의 플라스틱 화학물질은 특히 높은 내구성을 지닌다. 그 결과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무게 기준 최소 80%가 여전히 환경에 잔존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상당 부분은 바다에 축적된다.
 

그러나 플라스틱 위기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인류와 지구 환경에 미치는 플라스틱의 피해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이미 지금까지의 데이터만으로도 피해가 상당하며, 개입이 없을 경우 그 피해는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플라스틱 위기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더불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개입즉 법과 정책, 모니터링, 집행, 인센티브,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다른 형태의 오염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시스템 변화를 촉발해온 경험을 통해 이미 입증된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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