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로 가뭄과 병해충, 폭풍, 산불 등 자연적 산림 교란이 증가하면서 유럽 산림에 축적된 지상부 바이오매스(Aboveground Biomass·AGB) 손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2018년 이후에는 바이오매스가 풍부한 중부 유럽 온대림에서 자연 교란이 집중되면서 유럽 산림의 연간 지상부 바이오매스 손실이 이전보다 약 4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 뮌헨공과대학교(TUM)를 중심으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와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 등 국제 연구진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위성 원격탐사 자료를 이용해 유럽 전역 2억1,600만㏊의 산림을 대상으로 1985년부터 2023년까지 자연 교란과 벌채에 따른 바이오매스 손실을 분석했다.
여기서 바이오매스는 산림을 구성하는 살아 있는 생물체의 양을 뜻한다. 이번 연구가 분석한 ‘지상부 바이오매스’는 주로 나무의 줄기와 가지, 잎 등 지상에 존재하는 식물체를 의미한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를 바이오매스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에 바이오매스가 많을수록 산림의 탄소 저장량도 커진다.
실제 유럽 산림의 지상부 바이오매스에는 약 10.6Pg C(페타그램 탄소)가 저장돼 있다. 유럽에서는 1990~2022년 산림 바이오매스 증가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상쇄했을 정도로 산림이 중요한 탄소흡수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산불이나 폭풍, 가뭄, 나무좀 피해로 나무가 죽거나 벌채되면 축적돼 있던 바이오매스가 한꺼번에 감소한다. 이는 단순히 나무가 사라지는 문제를 넘어 산림에 저장된 탄소가 줄고 유럽의 탄소흡수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이 1985~2023년 유럽 산림의 바이오매스 변화를 분석한 결과, 자연적 교란과 벌채로 손실된 지상부 바이오매스는 총 6.5±0.8Pg, 즉 약 65억 톤에 달했다. 탄소량으로 환산하면 약 3.2Pg C 규모다.
전체 바이오매스 손실 가운데 벌채가 약 82%인 5.3Pg을 차지했고, 나무좀과 폭풍, 산불 등 고강도 자연 교란에 따른 손실은 약 18%인 1.2Pg이었다. 다만 연구진은 산림 훼손 이후 새롭게 자란 나무의 바이오매스 증가는 이번 계산에 포함하지 않아 이 수치가 유럽 산림의 전체 순탄소수지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자연 교란에 의한 바이오매스 손실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8년 이후 체코와 독일, 폴란드 등 중부 유럽에서 대규모 나무좀 피해가 발생하면서 바이오매스 손실의 ‘핫스폿’이 형성됐다. 온대림에서 자연 교란으로 발생한 지상부 바이오매스 손실은 1985~2017년과 비교해 2018년 이후 47.6% 증가했다.
이는 2018~2022년 유럽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과도 관련이 있다. 장기간의 고온·가뭄으로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방어 능력이 약화됐고, 그 결과 유럽가문비나무좀과 같은 병해충의 대규모 확산이 가능해졌다. 연구진은 앞으로 유럽에서 가뭄 발생이 늘어나면 나무좀 피해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산림의 피해 면적과 바이오매스 손실량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중해 지역처럼 산림 자체의 바이오매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서는 넓은 면적에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바이오매스 손실량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반대로 독일과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처럼 나무가 크고 생체량이 많은 온대림에서는 피해 면적이 작아도 훨씬 많은 바이오매스와 탄소가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다. 중·동부 유럽 일부에서는 산림피복 손실 1㏊당 지상부 바이오매스 손실이 최대 117Mg에 달했다.
실제로 유럽 온대림은 자연 교란이 발생한 면적의 71%를 차지했지만, 자연 교란으로 손실된 바이오매스에서는 무려 86%를 차지했다. 산림 면적 변화만으로 실제 탄소 손실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연구진은 2014년 이후 온대림에서 자연 교란 면적이 조금 증가하더라도 바이오매스 손실량은 훨씬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2018년 이후 중부 유럽에서 확산된 대규모 나무좀 피해와 맞물렸다.
유럽연합(EU)은 산림을 주요 자연 탄소흡수원으로 활용해 2030년 토지이용·토지이용변화·임업(LULUCF) 부문의 순탄소흡수량을 연간 3억1,000만 톤 CO₂eq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 교란으로 바이오매스 손실이 계속 증가한다면 이러한 목표 달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산림을 기후변화의 ‘자연 기반 해법’으로 보는 기존 접근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림 면적을 늘리는 것만으로 안정적인 탄소흡수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성숙한 산림을 가뭄과 병해충, 폭풍 등 기후변화에 따른 교란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향후 유럽 산림 모니터링 역시 산림피복 면적 변화에서 한 단계 나아가 실제 바이오매스와 탄소 저장량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자연 교란이 더욱 강해질 경우 2030년까지 산림 탄소흡수원을 확대하려는 정책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지상부 바이오매스 손실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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