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팔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

기후재난의 시대,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다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연구석좌교수
김한결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9-07 1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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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팔에서 벌어진 대규모 자연재해를 바라보며 기후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다시 실감한다. 먼 나라에서 일어난 재난이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지금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진행된다면 비슷한 재난은 언제든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재난이 발생한 뒤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기후와 생태계의 신호를 읽고 미리 국토의 대응력을 높이는 일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만 높이는 현상이 아니다. 물의 순환을 변화시키고 강우의 시간적 분포와 강도를 바꾼다. 연간 강수량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비가 내리는 날은 줄고 한 번에 쏟아지는 양이 많아지면 가뭄과 홍수의 위험은 동시에 커진다. 비가 오지 않는 기간에는 토양과 식생이 말라가고, 비가 내릴 때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물이 하천으로 몰려든다. 기후변화 시대에 홍수와 가뭄을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의 하천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비되어 있지 않다. 과거 우리는 주식인 벼를 생산하기 위한 논을 확보하고 도시와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하천 주변의 넓은 공간을 지속적으로 이용해 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하천이 홍수를 받아들이던 공간은 크게 줄어들었다. 하천을 제방 사이에 가두고 직선화하면서 물이 머물고 퍼질 수 있는 공간도 사라졌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좁아진 하천으로 엄청난 양의 물이 한꺼번에 몰리게 된다.


따라서 기후변화 시대의 첫 번째 재난대책은 하천에 공간을 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 제방을 계속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능한 지역에서는 과거의 하천 폭과 범람원을 회복하고, 하천 주변에 습지와 수변림을 조성해 홍수 시 물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홍수를 무조건 빠르게 흘려보내는 하천에서 물을 받아들이고 저장하며 천천히 흘려보내는 하천으로 관리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산사태에 대한 대비 역시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동고서저의 지형을 이루고 있어 특히 동부지역에 급경사의 산지가 많다. 기후변화로 짧은 시간에 강한 비가 내리는 현상이 증가하면 산지 토양이 물을 견디지 못해 붕괴할 위험도 커진다.


이때 중요한 것이 숲의 질이다. 모든 숲이 산사태를 막는 동일한 능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해당 지역의 기후와 토양, 지형에 적응해 형성된 자연림은 다양한 수종과 뿌리 구조를 통해 토양을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입지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단순림이나 부적합한 조림지는 극한 기상현상에 대한 저항성과 회복력이 낮아질 수 있다. 과거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사례를 되돌아보면서 이제 조림과 산림복원의 목표를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에서 '그 장소에 맞는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참조생태정보(reference ecological information)"다. 산자락, 계곡, 사면, 능선, 고도와 방향에 따라 원래 어떤 식생이 형성되는지를 파악하고 그 정보를 조림과 복원에 반영해야 한다.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온 식생배치는 그 지역의 기후와 토양, 수분조건에 적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질서를 읽고 그것을 복원하는 것이 결국 가장 효과적인 재난 예방책이 될 수 있다.


산자락의 회복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3분의 2가 산지이면서 토지이용 압력이 매우 높다. 그 결과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산자락이 도로, 주택, 농경지와 각종 개발사업으로 잘려나간 곳이 적지 않다. 그러나 산자락은 단순히 산의 끝부분이 아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과 토사를 받아들이고 속도를 낮추는 완충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을 없애고 그 자리에 사람이 거주하거나 시설을 설치하면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곧바로 인간의 생활공간으로 이어진다. 이제 산자락을 개발 가능한 여유 공간이 아니라 재난을 완충하는 생태적 안전지대로 바라봐야 한다.


고지대 산림지역도 주목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고사목이 증가하고 식생이 약화된 고지대는 집중호우 시 토양 안정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라산과 지리산을 비롯해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아고산 생태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훼손된 지역은 그 지역의 생태적 특성에 맞게 회복시켜야 한다. 백두대간 복원은 이제 생물다양성 보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국토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산불에 대한 대비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특히 건조화를 심화시키는 소나무림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더구나 소나무는 수지와 정유성분을 많이 함유해 일단 불이 붙으면 화재 강도를 높일 수 있고, 건조한 낙엽과 연료가 축적되면 대형 산불로 확산될 위험이 커진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산림과 맞닿아 있는 주거지와 아파트 단지 주변에도 소나무 중심의 식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시대의 도시녹지와 산림관리는 경관적 선호만이 아니라 화재 위험, 수분환경, 생태적 적합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네팔의 재난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분명하다. 기후변화 시대의 재난은 기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국토를 어떻게 이용하고 자연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가의 생태적 문제다.


좁혀 놓은 하천에는 물이 넘치고, 잘라낸 산자락에서는 재난을 막아줄 완충공간이 사라진다. 입지에 맞지 않는 숲은 극한 기후에 취약해지고, 훼손된 고지대 생태계는 기후 충격을 견디기 어려워진다. 결국 기후재난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적응은 더 높은 제방과 더 거대한 구조물만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하천에는 물이 머물 공간을 돌려주고, 산에는 그 자리에 맞는 숲을 돌려주며, 산자락에는 재난을 받아낼 완충공간을 돌려주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자연을 더 강하게 통제하는 기술만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이 오랜 세월 만들어 온 질서를 이해하고, 우리가 훼손한 국토의 생태적 완충능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네팔에서 들려오는 경고를 먼 나라의 비극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미래로부터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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