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25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당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비교적 정상 수준에 가까웠지만 연기와 재 속에는 독성 물질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도시와 야생지가 맞닿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단순히 나무와 풀을 태우는 산불이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 전선, 플라스틱, 건축 자재까지 함께 태우는 복합 오염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럿거스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연구에서 2025년 1월 LA 카운티 이튼 화재 당시 채취한 공기와 재 시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화재 발생 기간 동안 대기 중 입자 물질, 휘발성유기화합물, 재를 수집하고 금속, 다환방향족탄화수소, PFAS 등 유해 물질을 조사했다.
연구를 이끈 호세 기예르모 세데뇨 로랑 럿거스대 공중보건대학 조교수는 “PM2.5 입자 질량은 공기 중에 입자 물질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려주지만, 그 입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야생지 접경지역 화재에서는 나무만 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 배선, 금속, 플라스틱, 건축 자재가 함께 탄다”고 말했다.
당시 서풍이 연기와 재 대부분을 태평양 쪽으로 밀어내면서 LA 지역의 PM2.5, 즉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 입자 물질의 총량은 크게 치솟지 않았다. 연구진이 샘플링한 기간의 평균 입자 질량은 세제곱미터당 18.1마이크로그램으로, 미국의 24시간 대기질 기준인 세제곱미터당 35마이크로그램보다 낮았다.
그러나 입자의 화학 조성은 훨씬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분석 결과, 초미세입자가 전체 입자 질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100나노미터 미만의 초미세입자는 일반적인 대기질 모니터링에서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건강 영향 측면에서 중요한 대상으로 꼽힌다.
금속 오염도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비탄성 금속이 주로 초미세입자 분율에서 확인됐으며, 그 수준이 평상시 로스앤젤레스 도시 대기보다 약 30배 높았다고 밝혔다. 또 식물성 바이오매스만 타는 일반 산불 연기와 비교하면 10배에서 최대 1000배까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즉 PAHs 농도도 평상시보다 크게 높았다. 연구팀은 입자 물질 안에서 우선 관리 대상 PAHs 농도가 일반적인 도시 배경 수준보다 약 10배 높았다고 분석했다.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을 뜻하는 BTEX 화합물 역시 도시 배경 수준보다 4.8배에서 13배 높았다.
재 시료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화재 후 남은 재에서 PAHs, 금속, PFAS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PFAS는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물질군이다. 이는 화재가 꺼진 뒤에도 오염이 잔해와 재 속에 남아 지역사회에 장기적인 환경 부담을 남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특정 오염물질의 건강 영향을 직접 예측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료도 이틀 동안 한 지점에서 채취된 것이어서 전체 화재 영향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PM2.5 총량만으로는 도시형 산불 연기의 위험성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앞으로 도시-야생지 접경지역 화재의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숲과 도시가 맞닿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대형 화재의 빈도와 강도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LA 화재 당시 팰리세이즈와 이튼 화재는 합쳐 약 3만7000에이커를 태우고 1만6000채 이상의 건물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일상적인 생활용품과 건축 자재가 복잡한 연기와 재의 혼합물로 바뀌었다.
화재 이후의 청소와 복구 과정도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 재는 단순히 치워야 할 잔해처럼 보이지만, 이를 건드리는 과정에서 오염 입자가 다시 공기 중으로 날리거나 실내, 토양, 물로 이동할 수 있다. 럿거스 연구진은 현재 재가 교란될 때 얼마나 많은 입자가 다시 공기 중으로 이동하는지, 어떤 크기의 입자가 발생하는지 추가 연구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형 화재 이후의 건강 보호 대책은 PM2.5 농도뿐 아니라 초미세입자, 금속, 휘발성유기화합물, PFAS 등 화학 성분까지 포함해 설계돼야 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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