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디저트로 정부의 내수와 수출 전략 필요
쓰임새가 다양하고 영양 만점인 “한과”
우리의 전통음식인 김치와 더불어 한과도 훌륭한 우리의 먹거리다. 한과의 주원료는 곡물과 꿀, 그리고 잣, 깨, 호두, 밤, 대추 같은 종실류다. 그래서 어느 나라 과자보다 영양 면에서 뛰어나다.
꿀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영양 많은 식품이고, 찹쌀은 소화를 돕고 위장을 보호할 뿐 아니라 중초의 기를 보하는 역할도 한다. 게다가 종실류에는 필수지방산과 비타민E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두뇌발달, 치매 예방, 콜레스테롤 저하 등에 더할나위 없이 좋다.
자연 본래의 색과 예술적 목공예품인 다식판에 박아내서 만드는 다식이나 대추와 밤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서 만드는 속실과류, 식물의 열매나 뿌리, 줄기의 모양새를 그대로 살려 만드는
정과류 등은 정말 먹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손님을 맞이할 때나 다과상에 우리 한과를 올리면 품위 있는 고전적 가풍을 풍길 수가 있다.
별도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상하지 않는 것 역시 한과만의 큰 장점이다. 유과를 예로 들면, 찹쌀을 발효시킨 다음 가루로 만들어 찌고 다시 바짝 말린 다음 기름에 튀기므로 오래두어도 상할 염려가 없다.
한과의 우수성은 재료 자체가 가지는 순수한 맛을 살려내는 데 있다. 고서인 ‘오주행문장전산고’와 ‘지봉유설’에는 약과와 유과에 대해 “그 재료인 밀은 춘하추동을 거쳐서 익기 때문에 사시의 기운을 얻어 정이 되고 꿀은 백약의 으뜸이며 기름은 살충하고 해독하기 때문이다”라는 기록이 전할 만큼 약이 되는 과자로 지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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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동한과 심영숙 회장(유과명인 59호/한국여성경제인협회 남서울지회장) |
한과 차별화에 성공한 ‘교동씨엠’
하지만 지금은 스낵류에 밀려 백화점에나 가야 볼 수 있을 정도다. 한과는 예부터 경사스럽거나 중요한 일에 자주 쓰인 귀한 음식임에도 김치나 비빔밥, 불고기 같은 전통음식과 달리 일상 생활에서 즐기는 과자로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
언제부터 한과가 명절 때만 찾는 음식이라는 편견이 생긴 걸까? 맛과 영양에서 뛰어난 한과를 발전시켜 좀 더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는 없는 걸까? 최근 커피숍에서 차와 함께 한과를 내놓는 곳을 흔하게 목격하게 된다. 이는 반길만한 일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한과에 대해 편견이 없는 외국인들은 진짜 디저트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식품명인 제59호 한과(유과)명인 심영숙 ㈜교동씨엠 대표도 부군을 찾아온 외국 바이어들을 대접하려고 처음 한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인정을 받으면서 사업화하게 되어 성공한 사례다. 전업주부던 심 대표가 한과를 만들 때 주력한 것은 최고의 원재료 공수다.
교동이 특허받은 ‘고시볼’은 전통방식으로 숙성한 부드러운 찹쌀과 동결건조한 제철 과일, 곡물로 빚은 것이다. 이는 대표적인 클래식과 모던을 섞은 퓨전과자로 세계인의 입맛을 겨냥해만든 것이다. 배는 부르지 않으면서 맛과 영양이 뛰어나니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디저트로도 만점이다. “교동한과는 자연 발효시켜 만드는 데 발효가 잘되면 속이 꽉 차죠. 우리만의 노하우가 그런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합니다.”
심 대표는 한과가 옛날과자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젊은세대를 공략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맛과 영양은 기본이고 시각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어떻게하면 소비층을 확대할 수 있을지 연구를 많이 한다.
“고려시대 명종, 공민왕때 약과 붐이 일어서 충족을 못 하자 생산을 중단시켰다는 기록을 어디선가 읽어본 기억이 나요. 그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약과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어 관심이 갑니다.”

격조 높은 명품 과자 “교동한과”
교동한과가 중견기업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제작과정의 반자동화가 큰 몫을 했다. “입소문을 타고 주문량이 밀려 어려움을 겪었는데 공학을 전공한 남편과 시행착오 끝에 제조라인을 구축하게 됐지요. 세계에서 하나뿐인 한과 제조 설비가 우리 공장에 여럿 있어요.”
만드는 과정부터 먹는 데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위생설비도 교동의 강점이다. “한과 선물을 주고받는 이들이 대우받는 기분이 들도록 과자의 격조를 높이
기 위해 정성을 들입니다.”
교동한과만의 흉내낼 수 없는 빛깔도 특징으로 꼽힌다. 그림에 조예가 깊은 심 대표는 예술적 감각을 교동한과에 녹여내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패키지를 만들 때도 디자인 감각을 살
리는 노력을 쏟아붓는다고.
“애플(Apple)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제품 하나를 출시해도 제작에서 디자인까지 완성도를 충족하지 못하면 내놓지 않았다고 하죠. 교동한과도 제품 하나하나에 맛과 영양, 조화로운 색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건 상품의 차별화니까요. 약과만 해도 작고 예뻐서 눈에 띄어야 먹고 싶고 갖고 싶어질 테니까요.”

교동은 전 직원 중에 90%가 여성이다. 그만큼 섬세한 여성들의 손길로 만들어지는 한과인 셈이다. 그녀도 경력이 단절된 주부였지만 살림만 한 건 아니다. 자기개발을 위해 늘 부지런히 움직이며 배웠던 시간이 기회가 되었다.
“쉬지 않고 자기개발을 한다면 언젠가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봐요. 아이들 둘을 키우면서도 내
시간을 확보하고 이것저것 관심 있는 것들을 배웠던 게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사업을 크게 경영하시던 아버님을 보고 자라서 그러한 마인드가 은연중에 있었고, 늦은 나이로 사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빨리 자리를 잡은 건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즐겁게 사업을 일궈나가는 지금이 정말 행복해요.”
한과산업의 지속가능성
하지만 심 대표는 좀처럼 혼자만의 노력으로 사회 전반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종종 깨닫는다고. 갈수록 한과 제조업체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서양과자가 물밀 듯 밀려오지만, 전통과자에는 관심이 없어요. 일상생활의 간식으로도, 세계인의 명품 디저트로 자리하기에도 손색이 없지만, 내수와 수출에 대한 별도의 발전 전략은 전무한 상황이죠. 예를 들어 한식 세계화와 연계해 한식을 접한 후 커피와 함께 디저트로서 자연스레 한과를 내올 수 있는 마케팅 같은 게 필요해요.”

폭넓은 소비자 계층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제품, 가격, 포장, 맛, 용도 등의 세분화를 통해 한과의 대중화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심 대표는 “하루 수백에서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주한옥마을’에 마카롱 가게, 센베 가게는 존재하지만, 한과를 파는 가게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에요”라며 좀 더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지 않는 정부 차원의 지원에 대해서도 섭섭함도 드러냈다.
면세점에서도 외제 화장품 판매대는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나 우리의 전통과자가 진열된 곳은 찾아볼 수 없다. 전통한과의 원형을 발굴해서 현대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제조기술의 개발과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가 중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현재 소수의 명인과 농촌의 노인 부녀자층에 의해 근근이 맥이 이어져 오고 있는 전문가의 체계적인 양성도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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