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에 담은 뜨거운 물에 나노입자 수백만 개 방출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9-01 22: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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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커피나 차를 담는 일회용 종이컵에서 뜨거운 액체와 접촉할 때 수백만 개의 미세·나노플라스틱 입자가 방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친환경·생분해성 소재로 알려진 폴리젖산(PLA) 코팅 종이컵은 기존 폴리에틸렌(PE) 코팅 제품보다 방출된 플라스틱 입자의 총질량이 약 12배 높게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종이컵 사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거나 PLA가 본질적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플라스틱 입자의 인체 위해성을 판단할 자료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만큼, 식품 접촉 용기의 안전성 평가에 입자 방출 여부까지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UQ) 환경보건과학 연구팀은 일회용 종이컵 안쪽에 사용되는 화석연료 기반 PE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 코팅을 비교했다. 종이컵은 물에 젖거나 형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에 얇은 방수막을 입히는데, 상당수 제품에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연구진은 두 종류의 컵 모두 뜨거운 물에 노출될 때 미세·나노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PLA 코팅 컵에서는 물 1mL당 약 430만 개, PE 코팅 컵에서는 약 270만 개의 나노입자가 측정됐다. PLA 컵의 입자 수가 약 1.6배 많았고, 방출된 입자의 총질량은 PE 컵보다 약 12배 높았다.

여기서 12배는 입자의 개수가 아니라 방출된 플라스틱의 총질량을 비교한 수치다. 입자 수 농도와 크기 분포, 입자별 질량이 다르기 때문에 개수 차이와 총질량 차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관련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25일 국제학술지 《ACS Food Science & Technology》에 「폴리에틸렌 및 폴리젖산 코팅 일회용 종이컵에서 나노·미세플라스틱 방출」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PLA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에서 얻은 원료로 제조할 수 있고 일정한 산업용 퇴비화 조건에서 분해될 수 있어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생분해성이라는 특성이 뜨거운 음료와 접촉할 때의 입자 방출이나 인체 안전성까지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코포 박사는 식품 접촉 제품을 평가할 때 원료의 환경적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실제 사용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입자를 방출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컵의 소재와 사용 조건에 따른 방출 특성을 공개하고, 제조사는 뜨거운 액체에서도 입자가 적게 떨어져 나오는 코팅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노플라스틱은 일반적인 미세플라스틱보다 훨씬 작아 분석과 인체 노출 평가가 어렵다. 일부 실험연구에서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염증이나 산화 스트레스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일상적인 섭취량이 인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22년 음식·물·공기를 통한 미세·나노플라스틱 노출 자료를 검토했으나, 입자의 크기와 분석방법이 연구마다 달라 현재 자료만으로 인체 위해성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장기 노출량과 체내 이동, 배출 및 독성에 관한 표준화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WHO 미세·나노플라스틱 위해성 검토 보고서

국내에서도 관련 조사가 시작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생분해성 수지 제품 등을 중심으로 ‘식품용 기구 및 용기·포장으로부터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실태조사’ 연구과제를 추진했다.

이번 연구는 종이컵의 환경성과 식품 안전성을 별개의 문제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종이 또는 생분해성이라는 표시만으로 플라스틱이 없거나 입자 노출이 적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코팅 재질 표시와 뜨거운 액체 노출시험, 미세·나노플라스틱 방출 기준을 식품 접촉제품의 안전성 평가에 포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연구는 입자의 방출량을 측정했을 뿐, 두 소재의 독성이나 인체 위해성을 비교하지는 않았다. PLA는 식물 유래 원료로 제조되는 생분해성 폴리에스터로 PE와 화학적 성질과 분해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방출량만으로 어느 소재가 더 유해한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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