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도시들, 2030년 배출량 20% 탄소제거로 상쇄 계획? 실현계획은 글쎄...

황원희 기자
eco@ecomedia.co.kr | 2026-08-16 22: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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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유럽의 주요 도시들이 2030년 기후중립 달성을 위해 현재 기준 배출량의 약 5분의 1을 탄소제거와 탄소배출권 등을 통해 상쇄할 계획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탄소를 어떤 방식으로 제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와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EU의 ‘100개 기후중립·스마트도시 미션’에 참여하는 103개 도시의 기후중립 실행계획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Nature Climate Change에 최근 발표됐다.

연구진이 분석한 도시들은 2030년까지 배출량을 대폭 감축한 뒤에도 총 6,140만 톤CO₂e의 ‘잔여배출(residual emissions)’이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3년 오스트리아 전체 연간 배출량 6,900만 톤CO₂e에 근접하는 규모다. 도시들이 제시한 잔여배출량은 기준연도 배출량의 중앙값 기준 약 20%에 해당한다.

잔여배출은 기술적·경제적 또는 제도적 이유로 목표 시점까지 완전히 감축하지 못하고 남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이러한 배출량만큼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쇄해야 한다. 문제는 상당수 도시가 얼마를 남길 것인지는 정했지만 왜 그 배출이 불가피한지, 이를 실제로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의 잔여배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건물·시설 등 고정에너지 부문으로 중앙값 50%를 차지했고, 교통 부문이 31%로 뒤를 이었다. 두 분야는 일반적으로 다른 산업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감축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되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들이 잔여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자체가 현재 도시 전략의 한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분석 대상 도시의 52%에서는 잔여배출량이 실제 감축 한계에 대한 세부 분석보다 목표치 설정의 결과로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103개 도시 모두 나무 심기와 녹지 확대, 토양 탄소 저장, 산림 조성 등 일시적인 토지 기반 탄소제거 방식을 계획에 포함했다. 도시 녹화와 식생 복원이 98%로 가장 많았으며, 토양 탄소 저장 84%, 조림이나 산림관리 개선이 80%를 차지했다. 습지 복원과 블루카본 등을 활용하려는 도시들도 있었다.

그러나 토지 기반 탄소제거는 도시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도시의 토지는 주택과 교통, 에너지시설, 공공시설 등에 대한 수요가 경쟁하고 있어 대규모 탄소흡수원을 확보할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나무와 토양에 저장된 탄소는 산불이나 가뭄, 병해충, 토지이용 변화 등으로 다시 대기 중에 방출될 수 있다는 비영구성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상당수 도시 계획에서 실제 탄소흡수에 활용할 수 있는 토지 면적이나 저장 지속성에 대한 평가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나무를 심더라도 2030년까지 충분한 탄소를 흡수할 만큼 성장하지 못할 수 있어 목표 시점과 제거 효과 사이의 시간적 불일치도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도시들의 잔여배출 관리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잔여배출 전략 견고성 지수(RESRI)도 개발했다. 이 지표는 잔여배출량 산정, 제거수단 선택, 제거 잠재량, 실행 시점, 모니터링·검증, 거버넌스 등을 평가한다.

그 결과 전체적인 전략 성숙도는 중간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다. 103개 도시가 정량적으로 제시한 탄소제거·상쇄 가능량을 모두 합쳐도 약 1,130만 톤CO₂로 전체 잔여배출량의 약 18%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도시들이 제거해야 한다고 밝힌 약 6,100만 톤 가운데 80% 이상은 아직 구체적인 제거량이 계산되지 않은 셈이다.

대기 중 탄소를 장기간 격리하는 보다 영구적인 탄소제거 기술을 검토하는 도시도 많지 않았다. 분석 대상 도시 가운데 영구적인 탄소제거 방식을 언급한 곳은 32%였다. 세부적으로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을 계획에 포함한 도시는 27%, 바이오차는 13%, 직접공기탄소포집·저장(DACCS)은 7%였다.

BECCS는 바이오매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는 방식이며, DACCS는 대기 중에 이미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장기간 저장하는 기술이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제한된 환경에서 열분해해 탄소를 안정적인 고체 형태로 만들어 토양 등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영구적인 탄소제거는 북유럽 도시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검토됐다. 스톡홀름과 말뫼, 헬싱보리 등은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과 열병합발전 등에 BECCS를 연계하거나 바이오차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려면 지자체 수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국가 차원의 CO₂ 수송·저장 인프라와 규제,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부 탄소배출권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전체 도시의 40%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배출권의 발생 사업이나 조달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힌 경우는 일부에 불과했다. 연구에 따르면 탄소배출권을 계획에 포함한 도시 가운데 출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곳은 39%에 그쳤다. 일부 도시는 현재 탄소배출권 시장의 신뢰성 문제 때문에 오히려 이를 계획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탄소배출권이 대체로 ‘최후의 수단’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도시들 사이에서도 신뢰도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연구는 도시의 기후중립 선언에서 중요한 것은 ‘넷제로’라는 목표 자체보다 어떤 배출을 끝까지 감축하고, 정말 줄이기 어려운 배출을 얼마만큼 남기며, 그 잔여분을 어떤 방식으로 실제 제거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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