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에 유엔(UN)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 : Intergovernmental Panel Climate Change)’는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자연과 인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 4차 「기후변화의 영향·적응 및 취약성에 관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보고서(SPM)」를 발표했다. 본 보고서 승인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4월 2일~5일)에서 열린 실무그룹2 회의에는 각국대표 약 400여명이 참가하였으며, 우리나라 대표로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1명), 기상청(1명), 농업과학기술원(2명), 환경정책평가원(1명) 그리고 환경관리공단(1명)이 참가하였다.
IPCC는 전 세계 정부들에게 기후변화 관련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8년에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으로 설립한 조직으로 1990년 이래 매 5~6년 간격으로 3개 실무그룹(과학분야, 영향·적응 및 취약성분야, 완화분야)별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승인하고 총회를 거쳐 종합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제 4차 종합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는 올해 11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채택되면 발간 된다. 지난 2월과 4월에 실무그룹1(과학분야)과 실무그룹2(영향·적응 및 취약성분야) 보고서가 승인되었으며, 5월에 태국 방콕에서 열릴 실무그룹3 회의가 열려 기후변화 완화 분야의 보고서가 승인될 예정에 있다.
실무그룹1 요약보고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를 통해 그 존재와 원인 규명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실무그룹2 보고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인간과 자연에 미친 영향 및 미래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01년에 발간된 3차 보고서 비해 이번에 승인된 4차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난 반세기 동안 진행된 지구온난화의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는 것과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지구온난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전 지구적으로 그 영향이 인간과 자연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노력이 없다면 우리 미래에 닥칠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크게 다가올 것이라는 것이다. 금세기 말(2090~2099년)에는 전 지구 평균기온은 1.8~4.0℃ 올라가 해수면이 18~58㎝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물 부족으로 인하여 수십억명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하여 해안지역의 홍수 발생이 증가하게 되고 해양의 산호에는 백화현상이 발생하여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1.5~2.5℃ 상승하게 되는 약 2050년경에는 지구 생물종의 20~30%까지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재해에 따른 질병과 상해, 지상 오존 증가로 인한 심장과 호흡기 질환 증가, 일부 전염병 발생 지역 변화 등 인간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영향은 선진국에 비해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 특히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즉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피해를 받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선진국들은 담수화시설, 홍수 예방 시설 등 지구온난화 피해 방지를 위한 적응 노력으로 인해 어느 정도 그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그러한 노력을 하기 위한 경제력의 부족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방출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시각차는 IPCC 실무그룹2 회의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실무그룹2 보고서는 회의 마지막 날 밤을 꼬박 새며 회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 예정 시간을 1시간 넘겨 발표되었다. 이러한 이유는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 석유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보고서 승인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들은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야 한다’는 단어를 삭제하거나 표현을 완화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로 인해 결국 초안에 있던 이 문구는 승인된 보고서에서는 사라졌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북미 지역에 토네이도, 가뭄, 홍수, 산불 등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문구도 삭제되었다.
중국 대표는 ‘많은 생태계가 기후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매우 높은 신뢰성을 가진다(very high confidence)’라는 문구를 ‘높은 신뢰성을 가진다(high confidence)’로 변경할 것으로 요구하였다. ‘매우(very)’라는 표현은 90% 이상의 확신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끝내 ‘신뢰성(confidence)’을 나타내는 용어 사용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냥 ‘전망 된다(project)’라는 용어로 바꾸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미국과 중국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초안 보고서에 포함되었던 기온 상승에 따른 시나리오별 피해 인원, 각 대륙별 피해 수준 등이 구체적 기술된 그림이 삭제되었다. 이것을 지켜보던 과학자들은 다시는 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회의장에서 의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미국과 중국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이며 오스트레일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각각 세계적 석탄, 석유 생산국이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피해들이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넣어줄 것을 요구하였다. 주요 온실기체 배출국들은 미래의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표현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지켜보면서 지구온난화 문제가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닌 정치적·경제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피부에 직접 와 닿았다. 혹자는 기후변화협약을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미국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전 세계 경제 체제를 유럽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사고파는 배출권이 보편화되면 세계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더 나아가 세계 무역과 맞물리게 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에 서명한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어느 쪽에도 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입장에 있는 국가들을 규합하여 온실가스 감축 회의석상에서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미래의 한반도에 대한 분야별 영향 평가 연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여 실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