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협약상 개도국이란 뜻은 발전 수준이낮은 국가라는 뜻이 아니다
환경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 나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기후 문제는 경제, 국가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기후 문제와 관련 외교통상부 정래권 기후변화대사를 만나보았다.
경제학도에서 외무고시를 공부를 시작한지 한 학기 만에 합격했다 비결이 있었나
대학 1,2학년인 1973~4년은 유신정권 시대였기때문에 데모가 많았고, 정상적인 수업이 힘들었다. 정문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일도 비일비재해 당시 대학생들은 수업도 제대로 못 하고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그런 시기를 보내던 중, 고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외무고시를 권유했던 기억이 났다. 영어를 좋아하고, 잘했지만 고교 재학 당시에 외무고시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대학 4학년 때 외무고시를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한지 한 학기 만에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특별한 비결이 있지는 않았으나 과목당 예상문제를 30~40개 정도 만들어 논술 해보았는데 미리 시험 보는 효과가 있었다. 예상문제에서 적중된 문제도 있었다.
외교전문가에서 환경전문가로 거듭났다. 환경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면
합격 후 우연히 1989년, 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국제연합환경계획)을
담당하게 됐다. 1989년은 오존층 파괴물질의 규제에 관한 국제 협약으로 유명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된 해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일들을 담당하면서 환경문제가 곧 경제와 산업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외무부에 환경과를 만들자고 앞장서서 1991년 외무부에 과학 환경과를 만들고 과장을 맡았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UNCED, 일명 Earth Summit)를 준비하기도 했다.
특히 오존층, 기후변화 문제 등을 담당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몸소 느꼈다. 물론 환경뿐 아니라 다양한 업무를 소화했지만, 특히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간격이 커 보이는데
기후 협약상 선진국이라는 지위는 산업혁명이래 지난 150년간 온실가스를 배출해 현재의 기후변화를 일으킨 역사적 책임이 있는 국가라는 뜻이다. 이러한 역사적 책임으로 인해 이들 국가들은 앞으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경제성장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우선하여야 하는“감축 의무 국가”라는 뜻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까지는 1990년 배출량의 20~40%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적어도 80% 이상을 감축해야하는 국가라는 뜻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들 선진국들은 이미 자신들이 과거에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를 일으킨 국가인만큼 기후변화로 부터 영향을 받는 개도국들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과 재원의 이전의무까지 부담해야 하는 국가라는 뜻이다.
역으로 기후 협약상 개도국이란 뜻은 발전 수준이 낮은 국가라는 뜻이 아니라, 역사적 책임이 없는 감축“비 의무 국가”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이러한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선진국-개도국의 구분을 현재의 경제발전 정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인식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고수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기후변화 협약상의 역사적 책임이라는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UN ESCAP 환경·지속가능발전국장을 지냈는데
2004년 8월부터 2008년 4월까지 UN ESCAP 환경·지속가능발전국장을 지냈다. 이는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환경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세계 각국 13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ESCAP에 진입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ESCAP는 UN의 Regional Commission 중 하나이다. ESCAP의 환경 업무 담당국인 환경·지속가능
발전국에 개인적으로 지원했고 약 3년 9개월을 일했다.
그 기간에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떤 것을 느꼈나?
환경문제는 대부분 선진국이 유발하는 문제들이므로 기본적으로 선진국에 책임이 있다. 개발도상국은 앞으로 환경을 파괴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를 막으려면 전 세계가 재원과 기술을 지원해줘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원보다는 기술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지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지적재산권이라는 이유로 기술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기술과 특허의 강제 실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고,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에서 이를 주장했다. 공공기술이란 말 그대로 민간이 아닌 정부에서 국비를 지원해서 만들어진 기술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활발하다. 미국은 약 30~40%가 National R&D이고,
유럽도 20~30%, 일본도 약 20% 정도가 공공기술이다. 개발도상국의 환경오염을 방지하고자 이러한 선진국들의 공공기술 이전을 주장했다. 특히 특허의 강제 실시는 정부가 (보상을 해준다면) 민간 기업의 특허를몰수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몬트리올 의정서 발효 이후, 전 세계의 환경오염 방지 노력을 힘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선진국 기업들의 상업적 논리였다. 프레온 가스의 대체 물질은 프레온 가스의 무려 40배 가격이었다. 그래서 이 물질을 생산하는 선진국의 기업들에 라이선싱(상표 등록된 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개인 또는 단체가 타인에게 대가를 받고 그 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업적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거절했다. 특히 한창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던 한국은 이에 따라 프레온 가스 사
용량이 늘어났는데, 프레온 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은 한정돼 있고, 대체 물질은 비싸고,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이러한 기업들의 독점 이윤 추구를 특허권 남용이라 생각하고, 특허의 강제 실시를 리우회의에서 주장했다. 이는 선진국에는 큰 타격이었기 때문에 선진국
의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구 환경이 어떻게 독점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업적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주장으로 이에 맞섰다.
결국 이러한 주장은 관철되었고, 특허의 강제 실시는 1992년 Agenda21의 내용에 포함되었다. 현재 기후변화대사로서 오는 12월 말 코펜하겐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를 준비 중이다.
2007년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노벨 평화상을 받을 때, IPCC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으로 노벨 평화상의 개인 사본(personal copy)을 받은 것으로 안다.
IPCC 보고서에서 기여한 부분은 무엇이였나,(사무실에 가면 노벨평화상 상장이 한 쪽에 자리하고 있다).
IPCC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이다. IPCC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은 환경에 대한 다양한 특별보고서가 인정받았기 때문인데, 전문 분야인 '기술 이전'에 대해 이 보고서의 한 부분을 맡은 적이 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의 개인 사본이 수여되었다.
‘기후변화협약과 녹색성장’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로 대표되는 기후변화협약은 우리 경제발전에 큰 기회다.”라고 말하셨는데 그 의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환경규제로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에너지 사용 효율화,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 등으로 오히려 경제를 살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6위, 이산화탄소 배출은 10위, 석유소비 7위, 일본보다도 높은 1인당
에너지 소비량 등 우리의 잘못된 에너지 자화상을 개선해 나가는 것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닥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협약에 잘 대처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기후변화협약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에너지 수입이 계속 늘었고 최근 환율 급등과 맞물려 경제 안보까지 위협받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올 한 해 10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석유 수입의 10%만 줄여도 지금의 금융과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인구밀도가 높고 자원은 부족하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에게 이 같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가장 필요한 것이다.
그럼 녹색성장은 무엇이고, 녹색성장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녹색성장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의 의식 전환이 필요한 과제다. 정치적인 리더십과 비전, 기업의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 그리고 시민 사회의 이해와 참여 등 우리 스스로가 녹색성장을창출해가야한다.‘ 녹색성장’에관한 최고 전문가로 1992년 리우 환경회의 때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해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서울에서 열린 아ㆍ태지역 환경개발장관회에서‘녹색성장’이 공식의제로 채택되는 데도 앞장섰다.
이제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패러다임, 가치관, 생활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GDP의 양을 중시하던 것에서 GDP의 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 또 비용 효율성을 우선시하던 것에서 생태적 비용 효율성 우선, 나아가 생태적 질 개선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기후변화 대응은 기후와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향상된 환경 지속성과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이뤄진 경제성장촉진은 서로 맞물려 녹색성장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의 문제는 환경만이 아닌 경제와 라이프스타일의 문제다. 또 돈의 문제가 아닌 개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사회경제 체제를 생태 효율성 위주로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녹색성장과 저탄소사회에 대한 비전은 선례가 없이
우리가 처음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이해와 지지로 우리 스스로 이를 창출해가야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대사로서
기후변화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5월 발표된 IPCC의 제4차 보고서에 따르면 이 상태로라면 2100년 기온이 섭씨 6.4도 상승해 해수면이 59㎝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5도가 올라가면 뉴욕과 도쿄 등이 침수되니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오해도 큰 것 같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경제적 부담이 나라가 망할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은 오히려 경제 살리기 측면이 강하다. 올해 석유가스 수입대금은 1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효율을 10%만 향상시켜도 100억 달러의 비용과 생산비가 절약된다.
결국 우리 목표치는 우리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우리 능력에 가능한 만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자발적 선언을 하겠지만 국내적으로는 부문별 감축 목표치를 할당 집행하는 구속적인 방식이 적절할 것이다. 또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우리나라가 무조건 선진국 의무를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곤란하다. 우리 국력에 상응하게 우리가 결정해 협상으로 관철하는 것이다. 남이 결정해서 우리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고 그런 일을 허용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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